호르스 2025. 3.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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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에리어(DA).
 나이트메어 솔져와 다크 에리어의 중간에 속한 마을에서 나와서 노숙을 하게 된 가이오몬 일행. 그들은 잠자리를 미리 펴놓고 나서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얼마 안 돼서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훈련! ……흠흠, 왠지 어설프지만 계속 이어서 글을 쓰기로 하고, 그들은 각자 팀을 이뤄 훈련을 시작했다. 단, 한 명을 빼놓고는 말이다…….
 
“호호호홋~”
 
“이봐, 로드나이트몬. 혼자서 놀지 말고…….”
 
“놀다니! 나는 지금 아름다움을 향상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헛소리 하고 있네.”
 
 로드나이트몬이 궤변을 늘여놓자 뒤쪽에 있던 라스트가 고개를 숙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작은 음성을 들은 로드나이트몬은 이마에 사거리표를 띄우더니 라스트의 앞에 우아하게 등장해 설교를 했다.
 물론 그냥 말만 한 것이 아니고 붉은 장미를 머리에 꽂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로 인해 라스트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괴성을 지르며 입가에 흰 거품을 문 채로 기절해버렸다.
 
“어머? 이 몸의 아름다운 말에 감격해서 쓰러질 줄이야. 어휴! 이러니 미학에 미 자도 모르는 것들하고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니까.”
 
‘저, 저… 이뭐병 같으니.’
 
“…저기 말이야.”
 
“응, 왜 그래? 가이오몬.”
 
“훈련은 라스트가 깨어날 때까지 미루고, 난 좀…….”
 
“산책이라도 하게?”
 
 베르제브몬이 말을 끊으며 질문하자 가이오몬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가이오몬이 나머지 일행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그들은 더욱 더 우아하게 춤을 추며 설교를 하는 로드나이트몬으로 인해 라스트의 뒤를 이어 입에 거품을 물며 기절해버렸다.
 한편 가이오몬은 나머지 일행들이 로드나이트몬에게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다 앞에 호수가 보이자 칼집에서 검을 꺼내 물에 담갔다 꺼내더니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게 검을 휘둘러 물기를 없앴다.
 수십 여초, 라는 아주 짧은 시간 검을 휘둘러 물기를 완전히 없앤 그는 호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등 뒤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자 검을 합쳐 활(弓) 형태로 만들어 손에 쥐고는 몸을 뒤로 돌려 겨누는 시늉을 했다.
 
“적이면 얼른 튀어 나오고, 아군이면…….”
 
“…가야 하는 겐가?”
 
 음성의 높낮이가 크지 않은, 마치 노인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가이오몬은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내려고 인상을 찌푸렸다.
 몇 분 후,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깨달은 가이오몬은 합친 검을 나뉘어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숲 속에서 한 디지몬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디지몬은 가이오몬들에게 도움을 줬던 바바몬(할매몬), 진짜 이름은 오라클인 그녀를 본 가이오몬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호호~, 오랜만이구먼.”
 
“예. 그런데 여긴 어찌……?”
 
“산책 좀 하려 왔다네.”
 
“그렇습니까?”
 
 바바몬의 말에 의문이 들었지만 의심은 안 한 가이오몬은 그냥 그대로 받아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받아드리자 미소를 지어 민망함을 감추고는 말했다.
 
“그나저나 자네들, 요즘 힘들겠구먼.”
 
“어쩌겠습니까. 이미 주사위는 굴려졌는데.”
 
“으음.”
 
“…오늘따라 별들이 유난히도 밝군요.”
 
“별이라…….”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에 떠오른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보며 감탄을 하는 가이오몬과 조용히 중얼거리는 바바몬.
 마치 수를 놓은 듯이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던 가이오몬과는 달리 그녀는 북두성(北斗星) 곁의 한 별을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별은 마치 꺼져가다가 되살아나는 그러나 마지막으로 불타오르는 불꽃과 같이 어두우면서도 강렬하게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물어가는 건가?”
 
“예?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아무것도 아닐세.”
 
“저, 한 가지 물어볼게 있습니다.”
 
“살살 물게나.”
 
 삼류 이하보다 못한 그녀의 개그에 가이오몬은 바람에 깎인 돌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는데 눈매가 마치 개그 만화에 나오는 명탐정 우X미처럼 더러워졌다.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자네가 묻는 것이 데몬에 관한 것인가?”
 
“예.”
 
“일단 자네 동료한테 물어보게나.”
 
 바바몬의 아리송한 대답에 가이오몬은 그 이유를 물으려고 입술을 달싹였는데, 무언가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동료들이 있는 곳에서 들려왔다.
 분명 데몬이 보낸 『그것들』이나 용병들이 일으킨 짓이라고 생각한 가이오몬은 일단 그녀에게 예의상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다시 뒤로 돌렸는데, 앞에 있어야 할 그녀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당황해하겠지만 온갖 일을 겪은 가이오몬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허나 그는 매복해있던 용병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걸음을 멈추고는 칼집에서 쌍검, 「국린」을 꺼내 전투태세를 취하더니 빛과 같은 속도로 용병들을 베었다. 하도 빠른 탓에 용병들은 가이오몬의 공격에 반격하거나 피하지 못한 채 절명(絶命)했고, 가이오몬은 디지타마가 되어버린 용병들을 내버려 둔 채 그대로 가야할 길을 갔다.
 워낙 빠른 속도로 뛰어간 덕분일까? 단, 몇 분 만에 동료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가이오몬은 「국린」을 쥔 손에 힘을 주며 필살기를 날리… 려고 하다가 용병들의 시체가 동료들의 앞에 놓여 있자 허탈해하며 「국린」을 휘둘렀다. 맑은 소리가 나며 국린에 묻은 피가 땅바닥에 흩뿌려지자 가이오몬은 망설임 없이 「국린」을 칼집에 집어넣고는 입을 열어 말했다.
 
“뭐야? 벌써 끝낸 거야?”
 
“요깃거리도 되지 않는 것들이니까.”
 
“그렇긴 하지만…….”
 
 납득을 하면서도 어딘가 아쉬운 듯한 어조로 말하는 가이오몬은 디지타마가 되지 않는 용병들의 시체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오의, 「지령박(地靈縛)」으로 그들을 땅 속에 묻었다.
 잠시 후, 용병들의 시체가 땅에 완전히 파묻히자 가이오몬 일행은 대지에 묻은 피와 그 냄새를 어떻게든 없애고는 어지럽혀진 자리를 정리했다. 그런 뒤에 그들은 약간의 피곤함을 느껴 그곳에서 잠을 청했다.
 
*
 
 다크 에리어, 데몬의 성에서는…….
 
“커억-!!!”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기침을 해대던 데몬은 비명과도 같은 신음 소리를 토하며 무언가를 토해냈다. 끈적거리면서 비릿한 향을 풍기는 붉은색 액체, 즉 피가 손수건을 새빨갛게 물들었는데 데몬은 둑이 터진 것처럼 계속 피를 토해냈다.
 결국 스스로 혈(穴)을 봉해 피를 강제로 멎게 한 그는 자신의 피가 묻은 손으로 한참 동안 가슴을 움켜잡으며 괴로워했다.
 
“으윽…, 어찌…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거… 같군.”
 
“쯧쯧쯧!”
 
 어디선가 들려오는 혀 차는 소리에 데몬은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일어섰다. 느린 속도로 완전히 일어선 그는 아공간에서 흑염을 꺼내 손에 쥐었는데 그와 동시에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토혈(吐血)로 인해 힘이 고갈된 상태에서 아공간을 형성하는데 없던 힘을 전부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이거, 너무 무리하지 말게나.”
 
“…비꼬지 마시지요. 위대하신 오라클이시여.”
 
“위대하신, 이라… 이번으로 두 번째로군.”
 
“……설마 그와… 만난… 겁니까?”
 
“과연 7대 마왕의 수장, 답구만.”
 
“훗, 수장은 그저… 허울 좋은 자리… 일 뿐…… 으윽!”
 
“무리하지 말라니까, 그러내.”
 
 데몬이 가슴을 움켜잡으며 고통스러워하자 오라클은 품속에서 녹색의 알약을 꺼내 그에게 먹이고는 지팡이를 휘둘러 혈을 눌렀다. 그녀의 응급처치에 가슴의 고통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을 느낀 데몬은 긴장이 풀려 그대로 잠에 빠졌다.
 
“자고 나면 많이 좋아질 걸세. 그러니…… Good night, Demon.”
 
 잠든 데몬의 귀에 속삭여 말한 오라클은 자신의 힘으로 그를 침대에 뉘어놓고는 텔레포트 능력으로 성을 빠져나갔다. 중요하나 알려줘선 안 되는 말을 속으로 하면서…….
 
‘미안하지만 자네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네. 그리고 자네의 꿈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다네. 허나, 내가 이런 말을 한다 하더라도 자넨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일세. 그리고 깨달을 걸세. 자신이 헛고생을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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