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무쌍(無雙) 시리즈 <완결>

무쌍(無雙) Phoenix Origin -09-

호르스 2025. 3. 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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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해보겠어?”
 
“미안. 내가 바알몬을…….”
 
 7대 마왕 중 하나인 발바몬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같은 7대 마왕이자 바알몬의 아버지인 베르제브몬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리리스몬은 차가운 분노가 담긴 눈동자로 발바몬을 노려봤다.
 참고로 세 명뿐만 데몬, 벨페몬, 리바이어몬은 한 장소에 모여 있었다. 다름 아니라 발바몬이 모임을 요청한 것으로 자고 있는 벨페몬을 제외한 네 명의 마왕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다만 바알몬을 공격해서 빈사상태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먼저 말하는 바람에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잘못하면 내란이 일어나 피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데, 『임시』 리더인 데몬이 나서서 둘을 말렸다.
 
“그만해라. 비록 바알몬이 큰 부상을 입었지만, 그들이 데려갔으니 기사회생할 거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말이죠.”
 
“만약 내 아들이 죽는다면 너 역시 멀쩡하지 못할 거다.”
 
 리리스몬이 먼저 데몬의 말을 받아들여 시선을 돌렸고, 베르제브몬은 발바몬에게 협박을 하고는 멱살을 잡은 손을 놓았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지금까지 나서지 않던 두 마왕 중 리바이어몬이 끼어들더니 큰 입을 열어 말했다.
 
“바알몬의 일만으로 우릴 부른 건 아니겠지, 발바몬?”
 
“그래. 한 가지 더 알려줄 게 있다.”
 
“표정을 보아하니 중요한 정보일 듯한데, 얼른 말해봐.”
 
“…그 때, 바알몬과 같이 있는 세 명의 인간 중 두 소년의 이름을 알아냈다. 한 명은 센고쿠 류이치, 다른 한 명은 타치바나 준이다.”
 
“잠깐! 타치바나라고?! 그 성은…….”
 
“아스카가 현실 세계<리얼 월드>에 도착했을 때 정한 성이지.”
 
“그렇다면 준이라는 아이는…….”
 
“아스카의 남동생의 아들일 걸세. 뭐, 이건 추측에 불과하지만.”
 
 바알몬의 말을 들은 네 마왕은 상당히 복잡한 심정을 얼굴에 담았다. 세 번이나 같은 상대(밀레니엄몬)와 싸우고 막판에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디지털 월드를 구한 인간, 타치바나 아스카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다만 벨페몬만은 지금까지 자고 있어서 아스카를 모르는 지라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면 중임에도 아스카의 이름을 들으면 움찔거리는 것을 봐서는 흥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비록 아스카의 일족이라고 해도 우리를 방해한다면 배제할 뿐이다.”
 
“그런데 준과 류이치라는 소년과 같이 다니는 여성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
 
“미안. 그건 미처 알아내지 못했다.”
 
“그 일이라면 나에게 맡겨줘.”
 
“바알몬의 생사를 확인할 겸해서 말인가?”
 
“그래.”
 
“허면 나도 같이 가겠어.”
 
 베르제브몬이 자청해서 나서고, 이어서 리리스몬도 남편을 돕기 위해 자원하자 데몬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자고 있는 벨페몬을 제외한 발바몬과 리바이어몬은 아무 말도 없이 데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겠다. 그들의 관한 것은 당분간 너희에게 맡기마.”
 
“그럼 먼저 가볼게요.”
 
 한 쌍의 부부가 데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를 시작으로 현 장소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세 마왕은 데몬, 발바몬, 리바이어몬의 순서대로 사라졌고, 마지막으로 벨페몬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계속 잠을 잤다.
 어째서냐면 이곳이 벨페몬의 본거지이기 때문이었다.
 
*
 
 현실 세계<리얼 월드>.
 피닉스에 의해 학교 컴퓨터실로 되돌아온 준과 류이치. 그리고 처음으로 현실 세계를 방문한 베르제브몬으로 진화한 바알몬.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 제정신을 차린 그들은 집에 갈 준비를 하려고 했다.
 
“잠깐만! 준, 너는 옷을 가려야 할 것 같아.”
 
“어째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하는 준을 보고 류이치와 베르제브몬(바알몬)은 손가락으로 옷을 가리켰다. 준의 상의는 검은색으로 굳어진 피가 묻어있었다. 바로 바알몬이 죽어갈 때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아, 확실히 그래야 할 것 같네.”
 
“그런데 지금 나가면 다른 학생들이 주목할 텐데.”
 
“허면 내가 준을 안고 하늘을 날아서 집으로 가지.”
 
 자신 때문에 준이 불편한 상황에 빠진 거라 생각한 베르제브몬(바알몬)이 제안을 했다. 딱히 좋은 방법이 없는지라 두 소년은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했고, 베르제브몬(바알몬)은 즉시 두 팔로 준을 안고는 한 쌍의 남청색 날개를 펄럭여 비행을 했다.
 저 멀리 떠나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류이치는 뒷정리를 하고는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바깥에서 기척이 느껴지자 빠르게 움직여 문을 열었다. 허나 생각과는 달리 아무도 없자 자신이 착각을 했다고 여겨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타치바나 가에 도착한 준과 베르제브몬(바알몬)은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신발을 벗고 나서 피가 묻은 상의도 벗은 다음에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을 했다.
 
[덜컥!]
 
“누군가가 들어왔어.”
 
“지금 시간대라면 엄마겠네.”
 
 피로 물든 옷을 접어서 침대 안에 넣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준은 방 밖으로 나왔다. 1층으로 내려가서 우선 신발을 갖다 놓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준의 어머니인 유이가 여러 가지의 식재료를 담은 봉투를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어머, 먼저 와 있었구나.”
 
“예.”
 
 준은 어머니를 도와 봉투에서 식재료를 꺼냈고, 모든 일을 끝마친 뒤에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베르제브몬(바알몬)과 대화를 나눴고 얼마 안 돼서 형인 진이, 저녁때가 돼서 아버지인 유키토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족이 모두 모여 오붓하게 식사를 했고, 다시 시간이 흘러 모두가 잠들었을 때에 준은 남몰래 화장실에서 옷을 빨고 있었다. 여러 번 열심히 문질러서 간신히 핏자국을 지우는데 성공했고, 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 옷을 빨래 통에 넣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다행히 주말이라 학교에 갈 일이 없는 준은 편한 복장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그와 동시에 류이치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류이치는 유키토와 유이, 진에게 인사를 하고는 2층으로 올라가 준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오늘도 디지털 월드에 갈 거야?”
 
“응. 가서 7대 마왕을 저지해야지.”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같이 가야지. 그런데 여기서도 디지털 월드에 갈 수가 있어.”
 
“가능은 해. 다만 내 방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말이야.”
 
 말을 마친 준은 류이치와 베르제브몬(바알몬)을 데리고 조심스럽게 이동하여 아스카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이 눈치 채기 전에 컴퓨터를 켜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처음 때처럼 디지털 월드로 이동할지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뜨자 준과 류이치는 크로스로더를 꺼내 액정에 갖다 댔다.
 
“준. 거기서 뭐하는 거야?”
 
“아!”
 
“…큰일 났군.”
 
 디지털 월드로 막 이동하려는 찰나에 문이 열리면서 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화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준, 류이치, 베르제브몬(바알몬)과 진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
 
 디지털 월드.
 발바몬이 바알몬을 공격해 빈사 상태로 만든 장소인 사방이 탁 트인 평야에 도착한 준, 류이치, 베르제브몬(바알몬) 그리고 진. 두 소년과 디지몬 하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고, 진은 경악을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디지털 월드. 현실 세계<리얼 월드>와 연결된 디지몬이라고 불리는 생명체가 사는 차원이지.”
 
 진의 의문을 해소해주는 익숙한 목소리에 준, 류이치, 베르제브몬(바알몬)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 흰색의 대리석 가면을 쓰고, 후드가 달린 검은색의 가죽코트를 입은 1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소녀가 서 있었다.
 
“피닉스!”
 
“안녕. …저쪽은?”
 
“제 형이에요.”
 
“……누구시죠?”
 
“일단은 피닉스라고 칭해두지. 뭐, 어쨌거나 얼떨결에 휘말린 거 같은데… 집으로 돌려보내 줄까?”
 
“그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제 동생이 무슨 일에 휘말린 건지!”
 
 동생인 준을 지극히 생각하는(브라콘) 진이 언성을 높이며 묻자 피닉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했다. 디지털 월드의 현재 상황… 7대 마왕의 반란과 로얄 나이츠의 분열, 올림푸스 12신의 관망 등을 이야기하고, 준과 류이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받아 디지털 월드에 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진에게 피닉스는 추가타를 날리는 말을 했다.
 
“참고로 난 일종의 중간관리직에 가까워서 준이 선택된 것을 막지 못했어.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형. 어쩔 수가 없는 일이야.”
 
“……음.”
 
 괴로움이 담긴 신음 소리를 내며 눈을 질끈 감은 진을 보는 준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것을 본 피닉스는 「공간전이」를 사용해서 진을 현실 세계<리얼 월드>로 되돌려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진이 눈을 뜨면서 피닉스의 팔을 붙잡자 그녀는 「공간전이」의 발동을 취소하고는 진을 바라봤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예. 저는 준의 형으로써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형.”
 
“나는 충분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고, 준이나 류이치는 동료로 삼은 디지몬들이 있어서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너는 힘들 텐데.”
 
“부탁드립니다.”
 
 진이 두 무릎을 꿇으면서 간절하게 부탁하자 피닉스는 가면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고민을 하다가 준을 힐끗 보고는 결심을 굳혔는지 말을 했다.
 
“좋아. 받아들이겠어.”
 
“잠깐만요!”
 
“대신 너는 선택받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보호해 줄 디지몬을 섭외해야겠어.”
 
“그게 가능한가요?”
 
“쉽지는 않을 거야. 게다가 발바몬과 만난 이후로 휘하 디지몬들과 추종자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즉 앞으로 더 어려워질 거라는 뜻입니까?”
 
“맞아.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서둘러야 해.”
 
 상당히 진지한 어조로 말을 한 피닉스는 다른 지역에 있는 마을로 가기 위해 「공간전이」를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살기가 느껴지자 마법을 멈추고는 허리춤에 찬 「도화금편」을 꺼내 쥐었다.
 준과 류이치도 피닉스의 행동에 무언가를 느끼고는 크로스로더에서 모든 디지몬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7대 마왕의 추종자로 생각되는 여러 디지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부터 이렇게 몰려들 줄이야.”
 
“그것도 비행이 가능한 디지몬들뿐이군.”
 
 류이치의 말대로 기가드라몬, 디노비몬(다이노몬), 메피스몬, 사이버드라몬, 부텐몬, 오오쿠와몬(왕쿠가몬), 윙드라몬, 키메라몬, 패롯몬, 페레스몬, 히포그리포몬과 같이 날개가 달린 디지몬이 공중에 떠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궁극체 디지몬인 그랑디스쿠가몬과 그리포몬(그리폰몬), 크로스몬(이글몬)이 유유히 나타났다.
 
“이거 곤란하게 됐군.”
 
“현재 비행이 가능한 디지몬은 메일버드라몬과 사이버드라몬, 베르제브몬(바알몬). 대장급인 궁극체 셋을 상대하려면 디지크로스를 해서 메탈그레이몬이 나와야 하니… 실질적으로 완전체를 상대할 디지몬은 사이버드라몬 하나라는 건가.”
 
“방법이 없다는 겁니까?”
 
“아주 없는 건 아니지.”
 
 피닉스의 말에 모두들 그녀를 바라봤다.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을 한 수많은 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러한 의문을 품고 있는데, 피닉스는 왼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급속히 내렸다.
 그러자 기가드라몬, 디노비몬, 사이버드라몬, 부텐몬, 윙드라몬, 페레스몬, 그랑디스쿠가몬, 크로스몬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몸 전체나 일부 또는 무기가 금속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피닉스가 자기장을 조종하여 대부분을 지상으로 떨어뜨렸다는 말이 된다.
 
“지금이다!”
 
[샤우트몬! 바리스타몬! 도루루몬! 스타몬즈! 디지크로스!]
 
[그레이몬! 메일버드라몬! 디지크로스!]
 
“샤우트몬X4!”
 
“메탈그레이몬!”
 
 디지크로스를 마친 샤우트몬X4와 메탈그레이몬은 지상과 공중을 맡아 적을 상대했다. 먼저 샤우트몬X4, 이가몬(닌자몬), 슈리몬(수리몬)이 지상에 쓰러져 있는 디지몬을 공격했다.
 
「쓰리 빅토라이즈」
 
「이가류 수리검 던지기」
 
「쿠사나기」
 
 샤우트몬X4가 가슴의 V자에서 광선을 발사했고, 이가몬이 거대한 수리검을 던졌고, 슈리몬이 점프해서 등에 매단 큰 수리검을 꺼내 던졌다. 디노비몬, 부텐몬, 페레스몬이 세 디지몬의 공격에 당해 알(디지타마)을 남기고 소멸했다.
 목숨을 부지한 기가드라몬, 사이버드라몬, 그랑디스쿠가몬, 크로스몬은 피닉스의 자기장을 억지로 이겨내고는 공격을 가했다.
 
「제노사이드 기어」
 
「이레이즈 클로」
 
「그랑디스 시저」
 
「미스틱 브레이크」
 
 기가드라몬이 유기체계 미사일을 발사하고, 사이버드라몬이 주위의 공간마저 지워버리는 초진동파를 손톱에 담아 휘둘렀고, 그랑디스쿠가몬이 머리 부분의 거대한 가위로 단단히 조였다가 찢어버리기 위해 다가갔고, 크로스몬이 상대를 재로 만들어버리는 흰 광선을 발사했다.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지만 자기장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터라 속도가 느렸고, 세 디지몬은 무기를 휘둘러 파괴하거나 몸을 움직여 피하는 식으로 대처했다.
 
「기가 디스트로이어」
 
「글러톤 팽」
 
「데스 더 캐논」
 
 한편 메탈그레이몬, 사이버드라몬, 베르제브몬(바알몬)은 공중에 떠있는 디지몬을 공격했다. 초고에너지의 추적 레이저 빔과 팔과 「베렌헤나 SDX」에서 발사된 에너지탄이 그들을 덮쳤고, 피하지도 방어하지도 못한 채 소멸됐다.
 
「데스 클라우드」
 
「묘르닐 썬더」
 
「슈퍼소닉 보이스」
 
 운 좋게 살아남은 메피스몬, 패롯몬, 그리포몬이 공중을 맡을 세 디지몬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첫 번째로 메피스몬이 상대를 부식시키는 암흑의 구름을 발생시켰고, 두 번째로 패롯몬이 머리에 달린 눈썹처럼 생긴 날개에서 전격을 발생시켜 머리 위에 벼락을 떨어뜨렸고, 세 번째로 그리포몬이 구성 데이터를 완전하게 파괴시키는 초음파를 뿜어댔다.
 비록 그들은 피닉스의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메탈그레이몬과 사이버드라몬 그리고 베르제브몬(바알몬)도 공중에 있기 때문에 그나마 수월하게 피할 수 있었다.
 
“더 이상은 승부가 나지 않겠군.”
 
“뭔가 결정적인 수가 없습니까?”
 
“…준! 샤우트몬X4와 베르제브몬(바알몬)을 디지크로스 시켜.”
 
“예? 아, 그럴게요.”
 
[샤우트몬X4! 베르제브몬(바알몬)! 디지크로스!]
 
 피닉스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로스로더를 높이 들었다. 그것을 본 샤우트몬X4와 베르제브몬(바알몬)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크로스로더에서 뿜어져 나온 빛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다리가 된 도루루몬의 몸통이 분리됐고, 베르제브몬(바알몬)의 육체가 변형되면서 샤우트몬X4의 다리와 합체했다. 그 후, 몸통과 네 개의 다리가 합쳐지는 것으로 디지크로스가 완료됐다.
 
“샤우트몬X4B!”
 
“…켄타우로스?”
 
 샤우트몬X4B의 모습을 본 진은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로 이루어진 상상의 종족을 언급했다. 확실히 생김새는 켄타우로스를 닮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반신 부분에 조그마한 날개가 달려있었다.
 바로 베르제브몬(바알몬)의 등에 달린 한 쌍의 날개가 줄어든 것이었다.
 
“먹어라!”
 
「스타즈 블레이드 셀레스트라이크」
 
 적들이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는 가운데 샤우트몬X4B는 한 쌍의 발칸포에서 무수한 탄환을 발사하면서 질주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그랑디스쿠가몬의 앞에 도달했고, 곧바로 「스타 소드 DX」를 휘둘러 두 동강을 내버렸다.
 
“……!!!”
 
“내 앞에서 빈틈을 보이다니.”
 
「트라이던트 암」
 
 그랑디스쿠가몬의 죽음에 동요를 한 그리포몬에게 나지막이 말을 하고 강철의 손톱을 급소에 찔러 넣은 메탈그레이몬.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리포몬은 알(디지타마)을 남기고 소멸했다.
 세 궁극체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크로스몬은 겁을 집어먹었고, 그와 같은 심정인 기가드라몬, 메피스몬, 패롯몬은 황급히 도주를 했다. 유일하게 사이버드라몬은 이를 갈며 준과 류이치를 공격하려고 했다.
 
[챙-!]
 
“사이버드라몬!”
 
 아종인 에일리언형 사이버드라몬은 손에 쥐고 있는 창으로 원종인 사이보그형 사이버드라몬의 손톱을 막아냈다. 치열하게 밀고 밀리는 중에 사이버드라몬(원종)의 목에 분홍색의 채찍이 감기더니 몸통과 분리되었다.
 사이버드라몬(원종)과 싸웠으되 결판을 짓지 못한 사이버드라몬(아종)은 「도화금편」으로 목과 몸통을 분리시킨 피닉스를 노려보았다. 상당히 위압감을 느끼게 했지만, 피닉스는 태연하게 무시하면서 흘려버렸다.
 
“응? 아직까지 도망치지 않은 건가?”
 
“흥! 후회하게 해주지!”
 
「카오스 플레어」
 
「사이버 기간틱 런처」
 
 샤우트몬X4B가 고간에 해당되는 부위에 달린 「베렌헤나 SDX」에서 산맥을 뚫어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 에너지탄을 발사했고, 어느새 사이버드라몬과 디지크로스를 하여 무장 중화기 형태가 된 메탈그레이몬이 모든 에너지를 응축해서 빔을 발사했다.
 얼이 빠져서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던 크로스몬은 두 개의 공격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서 피하지 못하고 에너지탄에 꿰뚫리면서 빔에 휩쓸린 것으로 완전히 소멸해버렸다.
 
“끝났군.”
 
“한데 도망친 녀석들은 쫓지 않아도 되나요?”
 
“그럴 필요는 없어. 거기다가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법이야.”
 
“나도 그 말에 동감해. 이쯤하고 떠나자.”
 
 피닉스와 진의 말에 준과 류이치는 샤우트몬X4B와 메탈그레이몬 + 사이버 런처의 디지크로스를 해제하고는 베르제브몬(바알몬)을 제외한 다른 디지몬들을 각자의 크로스로더에 불러들였다.
 이제 남은 일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피닉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전이」의 마법진이 발밑에 떠오르더니 그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은 것은 싸움의 흔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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