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자의 이야기 <21>
칭롱몬(청룡몬)의 신전.
블랙메가로그라우몬, 래피드몬, 쟈자리히몬으로 진화한 파트너 디지몬 셋과 미히라몬, 안티라몬, 마지라몬(마니라몬)으로 구성된 데바 셋이 대결을 벌이고 실력 확인을 마친 후에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율릭은 공평성을 이유로 3번의 기회를 갖고 1번씩 파트너 디지몬 셋을 도왔는데 마지막에 무리를 해서 두 팔을 쓰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억지로 움직일 수는 있는데 그만큼 통증이 심해지네.”
“난 치료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야.”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도록 해.”
“…방법을 알려줄 테니 둘 다 날 도와줘.”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완치가 쉽지 않자 율릭은 베르제브몬과 칭롱몬(청룡몬)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디지몬은 율릭이 알려준 방법을 실시하는데, 베르제브몬은 D-워치에서 데이터로 이루어진 침들을 뽑더니 율릭의 두 팔에 있는 경맥에 찔러 넣었고, 칭롱몬(청룡몬)은 율릭의 두 팔에 꽂혀있는 침들을 향해 아주 미약한 전기 자극을 가했다.
그와 동시에 율릭이 「타오 만다라」로 두 팔을 감쌌다. 침으로 구현된 데이터, 칭롱몬(청룡몬)의 전기, 미스틱 아츠가 하나로 섞이면서 회복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반대로 마취가 필요할 정도의 고통이 엄습했으나 식은땀을 흘리는 일 없이 태연자약 침착성을 발휘했다.
“한결 낫군.”
“정말로 괜찮은 거지?”
“아직 근육통이 남아있지만 움직이는 데에는 지장이 없어.”
“다행이네.”
“내일까지 푹 쉬면 근육통도 사라질 겁니다.”
“그건 그렇고, 내일이 되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데 누구부터 만날 거냐?”
율릭은 베르제브몬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딴 데로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기권을 택한 칭롱몬(청룡몬)과 공조하게 되었으니 남은 건 로얄 나이츠였다. 문제가 있다면 마그나몬(매그너몬), 두프트몬, 간쿠몬, 제스몬이 제각각 떨어져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한 명씩 찾아가게 되면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한데 모이면 위그드라실이 개입할 거란 말이지.”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찾아보면 있긴 하겠지만… 위험성도 염두에 둬야 해.”
“예를 들면?”
“세레브로(Cerebro). 인간이나 뮤턴트를 찾는데 사용되는 장치인데, 숙련된 텔레패스가 아닐 경우에는 정신 이상, 혼수상태, 영구적인 뇌 손상, 심지어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어.”
“그런 건 논외로 쳐도 되겠군요.”
파트너 디지몬 셋과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율릭. 기권 측 로얄 나이츠의 협력을 얻되 위그드라실의 개입을 늦추려면 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는 게 그나마 양호한 방법이었다. 어떻게든 위치를 찾아내고 「슬링 링」으로 「게이트 웨이」를 열면 되니까…….
“방법이 있긴 하지만 지금 실행하기에는 늦었으니 오늘이 아닌 내일로 미뤄야겠어.”
“듣고 보니 그게 좋을 듯해.”
“팔이 아직 덜 낫기도 했잖아.”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말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군.”
율릭이 말을 하고 나서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 베르제브몬의 말이 이어졌다. 그 이후에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과 베르제브몬은 데바 셋이 마련해준 잠자리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다 잠에 빠졌다.
시간이 흘러 다음 날 오전이 되자 율릭은 파트너 디지몬 셋과 베르제브몬의 도움을 받으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 그건 저쪽에 둬.”
“알았어.”
“베르제브몬, 저건 그쪽에 둬.”
“그러지.”
“율릭. 정확히 뭘 만드는 건가?”
“세레브로… 아니, 오리지널은 스페인식 발음이니까 영어식 발음으로 서리브로라는 카피를 만들고 있어.”
“그건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나?”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 그리고 난 죽어도 다시 부활하니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기계 부품을 조립해서 하드웨어를 완성한 율릭은 D-워치를 조작해서 무선 접속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했다. 서리브로를 사용하기 전에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서 텔레파시를 복사하고. 케이블과 연결된 헬멧을 머리에 착용하고는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디지털 월드를 범위로 대상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율릭의 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 칭롱몬(청룡몬), 데바 셋은 서리브로 = 세레브로의 부작용임을 알고 있지만 잘못 건드려서 율릭에게 방해가 될까봐 초조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눈뿐만 아니라 코, 귀, 입에서도 피를 흘렸다. 몸 상태가 악화되면서 경련을 일으킨 율릭은 뒤로 넘어지듯 쓰러졌다. 파트너 디지몬 셋은 다급하게 헬멧을 벗겼고 베르제브몬은 「베렌헤나」를 꺼내들고 방아쇠를 당겨서 서리브로를 박살내버렸다.
“……헉!”
“괜찮은 거야?”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죽음이군. 으윽, 아직도 머리가 아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 베르제브몬, 칭롱몬(청룡몬), 미히라몬, 안티라몬, 마지라몬(마니라몬). 운 좋게 기억상실은 모면했어.”
“휴~ 다행이네.”
“기권파 로얄 나이츠의 행방은 알아냈어?”
“응, 그래. 지금 지도에 표시할게.”
율릭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D-워치의 액정에서 디지털 월드를 본뜬 홀로그램 지도를 불러냈다. 가볍게 터치해서 마그나몬(매그너몬), 두프트몬, 간쿠몬, 제스몬이 있는 곳을 표시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그나몬(매그너몬)과 제스몬, 두프트몬과 간쿠몬이 각각 같은 장소에 있다는 점이었다.
“웬만하면 실수가 없도록 전력을 다해야겠군.”
“뭘 어떻게 하려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걸 선보이려고 해.”
평소와 달리 두 개의 「슬링 링」을 소환해서 양손에 착용한 율릭은 호흡을 고르고 원을 그리는 손짓을 했다. 그와 동시에 여러 개의 「게이트 웨이」가 열렸고 기권파 로얄 나이츠 넷이 회피하지 못한 채 칭롱몬(청룡몬)의 신전으로 옮겨졌다.
“내 신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정확히는 내가 불러들인 거지만.”
“그대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오언 씨(Mr. Owen).”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 될 것 같군요.”
기권파 로얄 나이츠를 대표해서 두프트몬이 존댓말을 쓰자 율릭도 존댓말로 답하고 「타오 만다라」 여러 개를 환영으로 바꿔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까다롭긴 하지만 위그드라실보다 온건한 계획에 두프트몬은 물론이고 마그나몬(매그너몬), 간쿠몬, 제스몬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찬성하려면 먼저 조율을 거처야 한다. 그래서 율릭, 베르제브몬, 칭롱몬(청룡몬), 두프트몬은 회의를 하려고 했다. 문제가 있다면 외부에서 누군가… 라고 칭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습격했다는 것이었다.
“오랜만이군.”
“위그드라실. 이곳에 직접 올 줄은 몰랐다.”
“너의 견제가 나한테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애초에 널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효과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위그드라실?”
“모르는 척하지 마라. 날 방해하는 저자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내가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듀크몬에게 전해 들었을 텐데?”
“죽이지 않고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뭐, 틀린 말은 아니네.”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만 율릭이든 위그드라실이든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율릭은 「와이즈맨(하얀 마법사) 드라이버」를 활성화시키는 「드라이버 온 위자드 링」을 손가락에 끼운 상태로 소환했고, 위그드라실은 4개의 포탈을 열어서 각각 다른 지역에 있었던 멸망파 로얄 나이츠 넷을 불러들였다.
수적으로 위그드라실이 불리하지만 이를 극복할 만한 수단이 있었다. 하나는 위그드라실을 따르는 듀크몬, 듀나스몬, 로드나이트몬, 엑자몬의 실력이고, 다른 하나는…….
“움직일 수가 없어!”
“직속 수족인 너희들을 막을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너희는 움직일 수 없는 대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라.”
“어쩔 수 없군.”
[샤바두비 터치 변신~]
[CHANGE, NOW!]
율릭은 「시프트 오더」를 건드려서 「핸드 오서」를 왼쪽으로 바꾸고 왼손에 낀 「체인지 위저드 링」을 갖다 댔다. 그 후에 옆에서부터 나타난 엷은 황색의 마법진이 몸을 감싸듯 움직여서 그의 몸을 호박색 가면을 쓰고 하얀 로브를 걸친 마법사, 가면라이더 와이즈맨으로 변신시켰다.
다시 오른쪽으로 바뀐 「핸드 오서」에 「커넥트 위자드 링」에 갖다 대니 [CONNECT]라는 음성과 함께 마법진이 발생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손잡이를 뽑아 간단히 휘두르고, 그와 동시에 궁극체로 진화한 파트너 디지몬 셋과 베르제브몬, 칭롱몬(청룡몬), 데바 셋이 위그드라실 및 멸망파 로얄 나이츠와 대치했다.
“내가 위그드라실을 견제하겠다.”
“그러면 남은 우리가 로얄 나이츠 넷을 상대하지.”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군.”
그리하여 칭롱몬(청룡몬)을 제외하고 카오스듀크몬과 베르제브몬이 듀크몬을, 세인트가르고몬과 마지라몬(마니라몬)이 엑자몬을, 메탈릭드라몬과 미히라몬이 듀나스몬을, 율릭과 안티라몬이 로드나이트몬을 상대하게 되었다.
역순으로 설명하자면 가면라이더 와이즈맨(하얀 마법사)로 변신한 율릭이 앞장을 서고 안티라몬이 조력해서 로드나이트몬을 공격했다.
[EXPLOSION, NOW!]
「아시파트라바나」
「스파이럴 마스커레이드」
단창의 형태를 한 플루트로 가면라이더 와이즈맨(하얀 마법사)의 전용 무기인 「하멜 케인」을 검처럼 휘두른 율릭은 휙 하고 옆으로 회전하면서 발차기를 날렸다. 로드나이트몬이 미처 피하거나 막아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자 그 틈에 왼손의 반지를 갈아 끼고 「핸드 오서」에 갖다 대어 마법을 발동했다.
공간조작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난이도의 마법으로, 마력을 매우 좁은 공간에 압축한 뒤 한 번에 방출하여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이에 로드나이트몬은 오른팔의 「파일 벙커」를 방패로 사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반격을 할 새도 없이 회오리처럼 회전한 안티라몬이 양손의 「보부<파오후>」로 로드나이트몬을 노렸다.
어쩔 수 없는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로드나이트몬은 갑옷에서 뻗어 나온 4개의 띠 칼을 촉수처럼 움직여 「보부<파오후>」에 맞서 싸웠다. 궁극체와 완전체라는 세대(레벨) 차이로 안티라몬이 열세에 몰리자 율릭은 「하멜 케인」에 마력을 불어넣어 연주하면서 안티라몬에게 방어막을 씌워주었다.
“로드나이트몬이 고생하는군.”
「브레스 오브 와이번」
「레이저 캐논」
「보봉<파오방>」
메탈릭드라몬과 미히라몬과 싸우면서 곁눈질로 로드나이트몬을 본 듀나스몬은 즉시 필살기를 사용했다. 온몸에서 에너지를 내뿜더니 거대한 비룡으로 바꿔서 날린 것이다. 이에 맞서서 메탈릭드라몬은 꼬리의 레이저 건에 에너지를 모아 광선으로 발사했다. 두 필살기가 충돌하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미히라몬은 빈틈을 노려 듀나스몬에게 접근하고는 팔각봉의 삼절곤으로 변화시킨 꼬리로 그를 후려쳤다.
“여기는 은근히 좁군.”
「펜드래곤즈 글로리」
「버스트 샷」
「베다카」
신전 내부라서 대기권 밖으로 갈 수 없는 엑자몬은 천장에 다다르고 거대한 장창 「암브로시우스」에서 고출력의 레이저를 사격했다. 이를 막기 위해 세인트가르고몬은 전신에 숨겨져 있는 총화기의 무기를 일제히 사격했고, 마지라몬(마니라몬)은 1개당 오천 원이며 108개이니 오십사만 원 분의 파괴력을 가진 「보시<파오스>」를 발사했다.
디지몬 셋의 필살기가 맞부딪치면서 대폭발을 일으키려고 하자 율릭, 칭롱몬(청룡몬), 위그드라실이 나섰다. 각각 「하멜 케인」으로 발휘한 마법으로, 4성수 중 하나이자 신전의 주인으로서, 디지털 월드의 신으로서 힘을 사용하여 대폭발을 억눌렀다.
“엑자몬 녀석. 적당히 할 것이지.”
「파이널 엘리시온」
「쥬데카 프리즌」
「하트 브레이크 샷」
마지막으로 듀크몬은 카오스듀크몬과 베르제브몬을 상대로 싸우던 중에 대폭발에 휘말릴 뻔했다. 율릭, 칭롱몬(청룡몬), 위그드라실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기에 엑자몬을 탓하듯이 말하고는 방패 「이지스」에서 정화 효과가 담긴 빔을 쐈다.
듀크몬의 공격에 대극을 이루는 카오스듀크몬도 방패 「고르곤」에서 부식 효과가 담긴 암흑 파동을 날렸다. 그리고 베르제브몬이 상대의 급소를 관통시키고자 「베렌헤나」에서 힘이 담긴 탄환을 발사했다.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를 말하자면 충돌 후 상쇄되어 소멸되었다.
“X진화(제볼루션)를 하지 않아서 그나마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거네.”
“거기에 기권파 로얄 나이츠들이 봉인되어 있는 점도 한몫하고.”
“…아무래도 생각을 바꿔야겠군.”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을 죽이려고 했으나 쉽지가 않자 위그드라실은 시공간에 균열을 일으켜 블랙홀을 만들어냈다. 하필 율릭은 가면라이더 와이즈맨(하얀 마법사)의 변신이 해제된 상태였고, 파트너 디지몬 셋은 블랙홀이 만들어질 때 발생한 여파를 직격으로 받아 강제 퇴화하여 성장기로 되돌아갔다.
위그드라실은 다시 한 번 시공간을 조작해 칭롱몬(청룡몬)과 데바 셋, 찬성파 로얄 나이츠들이 블랙홀에 휘말리지 않도록 만들었다. 확실하게 불합리한 상황에서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이 빨려 들어가게 되자 율릭은 엘드리치 라이트로 구성된 채찍, 「엘드리치 윕」으로 그들을 휘감았다.
문제가 있다면 이번에는 율릭이 빨려 들어가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베르제브몬이 율릭을 붙잡고 버티는데 하필 그때 땅바닥이 뜯어졌다. 허공에서 버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지라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은 블랙홀 너머로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에 율릭이 미스틱 아츠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어떤 작용을 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