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관측자의 이야기 <완결>

관측자의 이야기 <24>

호르스 2025. 3. 28. 11:17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
 리얼 월드(현실 세계)의 멸망에 표를 던진 여섯 디지몬… 넵튠몬, 아폴로몬, 디아나몬, 미네르바몬, 마르스몬, 베누스몬은 율릭, 베르제브몬, 헥세블라우몬,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과 싸워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거나 그나마 멀쩡한 상태로 패배를 인정했다.
 패자는 승자의 뜻에 따른다는 규칙에 따라 둘로 나뉘었던 의견은 리얼 월드(현실 세계)의 보존으로 통합되었다. 그 후 율릭은 베르제브몬과 헥세블라우몬을 좌우에 두고 올림푸스 12신의 대표인 유피테르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것은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에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호스트 컴퓨터, 호메로스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호메로스의 도움을 받아 디지털 월드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성공한다고 장담하기 힘들어.”
 
“그렇다 하더라도 시도는 해봐야죠.”
 
“좋아. 대신 저들을 치료하는 데 힘을 보태줬으면 하는군.”
 
 유피테르몬이 부상을 입은 넵튠몬, 아폴로몬, 미네르바몬, 마르스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했다. 율릭은 만약 네 디지몬이 규칙을 어기고 두말을 한다면 소인배로 낙인을 찍어서 입지를 약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각기 다른 차원의 마법으로 여섯 디지몬의 부상과 체력 소모를 해결했다.
 말하기 힘들 뿐 의식을 잃지 않은 네 디지몬은 패배를 받아들인 건지 율릭의 속내를 파악한 건지 모르겠지만 부상이 회복되고 나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유피테르몬은 율릭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멸망 측의 여섯 디지몬이 반발 없이 보존 측으로 합류하자 호메로스와의 대면을 위해 앞장서서 안내했다.
 
“8000년 이상을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왔다고 했지?”
 
“예. 익숙해진지 오래됐습니다.”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군. 성인일 때의 모습도 기대되는데 말이지.”
 
“유피테르몬….”
 
“그건 만약의 영역입니다.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죠.”
 
 율릭의 외모에 관심을 보이는 유피테르몬과 근심어린 표정을 지은 유노몬을 보고 나머지 신인형 디지몬들은 바람기가 도졌다고 여겨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피테르몬이 지구 = 리얼 월드(현실 세계)의 제우스와 비슷하다고 판단한 율릭은 냉정한 어조로 말하면서 선을 그었다.
 아무튼 대화를 나누면서 이동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했다. 앞에 있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율릭 일행과 올림푸스 12신이 안으로 들어가니 인간인 듯 디지몬인 듯 종족을 알 수 없는 존재가 그들을 기다리는 것처럼 서있었다. 그 존재가 바로 호스트 컴퓨터인 호메로스(Homeros)였다.
 
“이곳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 되겠습니까?”
 
“여기서 보고 듣고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디지털 월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위그드라실은 그리 만만한 작자가 아니니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짧지만 함축적인 대화를 나눈 호메로스와 율릭은 각자의 힘으로 포탈과 「게이트 웨이」를 만들었다. 두 개의 이동수단이 하나로 합쳐지는데 이게 성공한다면 디지털 월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결합된 부분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등 거부 반응을 보이자 율릭은 즉시 미러 디멘션으로 감쌌다.
 그와 동시에 대폭발이 일어났다. 미러 디멘션 안에서 발생한 사고이니 현실 세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율릭 일행, 올림푸스 12신, 호메로스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할 가능성은 염두에 뒀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위그드라실의 수단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군.”
 
“결국 못 돌아가는 거야?”
 
“엄청나게 위험해서 사용이 엄금된, 저번에 언급했던 『최악의 방법』을 써야할 것 같네.”
 
 덩치가 크고 술을 좋아하며 주량이 높은 바커스몬이 먼저 말을 하고 블랙길몬이 뒤이어 말을 하자 율릭은 진지한 표정으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한 권의 책을 소환했다. 고서(古書)처럼 표지와 종이가 낡아 보이는데 책을 펼치자 7대 마왕 중 하나인 베르제브몬마저 질겁하며 뒤로 물러날 정도의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건 뭐야?!”
 
“다크홀드(Darkhold). 최초의 악마, 크톤(Chthon, The First Demon)이 운다고어 산에 새긴 어둠의 주문을 누군가가 책에 옮겨 적었어. 즉 이건 복사본이야.”
 
“흑마법서로군.”
 
“잠시나마 건드리기만 해도 지우기 힘든 부작용을 남기는데다가 내가 사용하려는 흑마법은 세계간의 충돌을 일으켜 운이 좋으면 한 세계만, 운이 나쁘면 두 세계 모두 멸망하는 문제를 일으키게 돼.”
 
“어떤 흑마법인데 그래?”
 
“드림워킹(Dreamwalking). 멀티버스와 관련된 이론 중에서 꿈은 다른 멀티버스 속 자신을 보는 창문의 역할을 하고, 꿈속의 자신은 어딘가의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이야. 그러니까 다크홀드의 힘을 빌려 그 꿈속, 멀티버스의 자신의 몸에 정신을 빙의시키는 마법이지.”
 
“잠깐. 그 말대로라면 내가 리리스몬과 결혼해서 아들을 얻게 된 꿈도?”
 
“멀티버스 중 한곳에선 진짜로 있는 일이야.”
 
“이런 빌어먹을!”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나는 아카식 레코드에게 선택받기 전부터 꿈을 꿔본 적이 없어. 멀티버스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고 그러한 특징 때문에 드림워킹 중에 혹시 놈들이 날 공격할 테니 내 몸을 지켜줘.”
 
“놈들이 누군데?”
 
“저주받은 영혼들. 쉽게 말해 악령들이야.”
 
 디지털 월드로 돌아가기 위해 인커전(중첩)이 일어날 확률을 높여야 하는 율릭은 아이러니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양팔을 움직여 여러 개의 촛대를 소환하고 자신 주위로 둥글게 감쌌다. 그 후에 손가락을 튕기자 초의 심지에 불이 붙어 주위가 환해졌다. 수인을 맺고 가부좌를 틀고 허공에 뜨면서 눈을 감는데 헥세블라우몬이 뭔가 생각난 듯 율릭에게 말을 걸었다.
 
“알았어. 그런데 디지털 월드에 살고 있는 다른 네가 없잖아. 드림워킹을 누구한테 하려고?”
 
“꼭 살아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율릭의 의미심장한 말에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 베르제브몬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아! 하면서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뒤늦게 합류한 헥세블라우몬이나 아예 모르고 있는 올림푸스 12신과 호메로스는 네 디지몬의 설명을 듣고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
 
 디지털 월드.
 다크 에리어의 최하층인 코퀴토스에서 발바몬이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면 율릭과 협력 관계를 맺는 조건으로 건네받은 혈액과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복제인간<휴먼 클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법과 과학을 동원해도 영혼은 만들어낼 수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 육체만 마련되었다.
 
“골치가 아프군.”
 
“리얼 월드(현실 세계)에서도 내 유전자를 이용하려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부 실패했어. 그래서 너에게 순순히 샘플을 준 거야.”
 
“으악! 복제인간<휴먼 클론>이 말을 한다!”
 
 특수한 액체가 담긴 유리관 안에 보관되어 있는 율릭의 복제품이 눈을 번쩍 뜨고 입을 열어 말하자 발바몬은 기겁하여 비명을 질렀다. 드림워킹에 성공한 율릭은 미스틱 아츠와는 별개의 마법을 사용해서 유리관을 박살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곧이어 자신이 나체라는 걸 깨닫고 환복 마법으로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발바몬에게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그러니까 디지털 월드에서 쫓겨났는데 위그드라실의 수작으로 못 돌아오고, 드림워킹이라는 흑마법을 사용해서 복제인간<휴먼 클론>에 빙의했다는 말이지?”
 
“정답. 드림워킹의 연결은 영원한 게 아닌데다가 시간이 오래될수록 인커전(중첩)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니까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돼.”
 
“정보부터 수집해야겠군.”
 
“…이런! 악령들이 벌써 나오기 시작하네!”
 
 율릭(복제품)의 팔이 뒤틀리면서 검은 연기 같은 게 피어오르더니 흑요석처럼 새까맣고 해골처럼 비쩍 마르고 머리에 뿔이 돋아나있는 영혼들이 튀어나왔다. 발바몬은 율릭에게 요약된 설명을 들어서 저주받은 영혼들 = 악령들이 나타나도 아까처럼 놀라지 않고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율릭 네이트 오언. 멀티버스의 단독적인 존재가 편법을 써서 빙의하는 금지되어 있다!”
 
“금지되어 있어!”
 
“침입자다!”
 
“드림워킹을 멈춰! 영겁의 파멸을 맞이하기 전에!”
 
 우선 율릭(복제품)에게 경고를 한 저주받은 영혼들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포위한 채 공격했다. 한편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에서 드림워킹 중인 율릭(본체)은 바닥에 쓰러진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베르제브몬이 율릭(본체)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는데 가열된 불판에 손을 올린 것처럼 치익~ 하는 소리와 연기가 나자 황급히 손을 뗐다.
 위기감을 느낀 헥세블라우몬이 율릭(본체)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눈을 뜨게 했는데 그 순간 영혼들이 눈에서 튀어나왔다. 난동을 부리려던 영혼들은 호메로스, 올림푸스 12신, 헥세블라우몬, 베르제브몬, 쟈자몬, 테리어몬, 마지막으로 다크홀드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영혼들을 발견하고 으르렁거리는 블랙길몬을 마주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죄송합니다.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마볼트」
 
“율릭! 넌 마법 주술의 대가(Master of the Mystic Arts)이고 저놈들은 영혼에 불과해! 그러니 이용해! 네 뜻대로 부려먹어!”
 
 저주받은 영혼들이 율릭(본체)의 눈을 통해 후퇴하려고 하자 유피테르몬은 양팔의 해머를 맞부딪쳤다. 예상 외로 청량한 소리와 함께 작은 뇌운이 소환되었고 그들을 향해 벼락이 쏟아졌다. 이곳에서 율릭(본체)을 괴롭히던 저주받은 영혼들은 상대를 잘못 만나 너무나도 허무하게 박살나버렸다.
 상황이 정리되자 베르제브몬이 율릭(본체)에게 다가가 헥세블라우몬이 할 만한 조언을 해줬다.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뜬 율릭(본체)은 자세를 바로잡고 디지털 월드에서 자신(복제품)을 공격하는 영혼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발바몬의 공격으로 수가 조금 줄어든 영혼들은 한꺼번에 붙잡혀 구속당하더니 망토처럼 율릭(복제품)의 등에 둘러졌다.
 
“부탁이니 정보를 모아줘,”
 
“……아아, 그러지.”
 
 충격적인 광경에 잠시 할 말을 잊어버린 발바몬은 율릭(복제품)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발바몬이 최대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율릭(복제품)은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서 「슬링 링」을 소환하고 다른 아이템들도 즉시 사용할 수 있게 준비를 갖췄다.
 
“위그드라실이 마그나몬(매그너몬), 두프트몬, 간쿠몬, 제스몬을 봉인하고 그들을 매개체로 삼아 네 개의 장치를 만들었어.”
 
“그들이 있는 장소는 내가 디지털 월드에 처음 도착했던 곳이네. 절묘하게 해놨군.”
 
“이거 100% 함정이야. 복귀하려면 무조건 함정에 빠져들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지원군은 있어?”
 
“일단 내가 있고 리리스몬과 리바이어몬이 도와준다고 하더군.”
 
“그 정도면 충분해.”
 
 정보를 얻은 율릭(복제품)은 「슬링 링」을 착용한 손을 앞에 내밀고 반대쪽 손을 회전시켜 「게이트 웨이」를 열었다. 다크홀드의 영향 때문인지 엘드리치 라이트가 군데군데 새카맣게 썩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쨌든 간에 율릭(복제품)과 발바몬은 「게이트 웨이」 너머로 이동하고, 리리스몬과 리바이어몬 역시 「게이트 웨이」를 거쳐 목적지에 다다랐다.
 
“며칠 만에 보니 반가워.”
 
“사정은 발바몬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
 
“실력이 많이 늘은 건가? 아니면 숨기고 있던 힘을 더 드러낸 건가?”
 
“글쎄.”
 
“…기다리고 있었다.”
 
 율릭(복제품)의 말이 끝난 후 매복하고 있었던 듀크몬, 듀나스몬, 로드나이트몬, 엑자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러 함정에 빠진 터라 놀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은 마왕 셋과 율릭(복제품)은 지팡이, 손톱, 이빨을 드러냈고 암즈 웨폰인 「멜론 디펜더」를 소환했다.
 
“들어주지 않겠지만 한 마디 할게. 거기서 비켜!”
 
“위그드라실의 명령에 따라 그럴 수는 없다.”
 
“괜히 말했네. 알았어. 강행 돌파한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아서 표정의 변화 없이 말을 하고 「멜론 디펜더」를 부메랑처럼 투척한 율릭(복제품). 듀크몬이 「그람」으로 튕겨냈지만 율릭(복제품)을 막지는 못했다. 자동으로 돌아온 「멜론 디펜더」를 잡은 율릭(복제품)은 듀나스몬이 에너지탄을 날리자 망토로 삼은 영혼들로 막아냈다.
 
“이번에 나를 죽이려면 죽이는 것 정도로는 부족할 거다.(This time, it's going to take more than killing me to kill me.)”
 
“그럴 생각이었다면 더 강력한 걸로 했겠지.”
 
“듀나스몬. 너는 발바몬이나 리리스몬 중에 상대를 정해. 율릭은 내가 상대하겠어.”
 
“알았다. 부디 조심해라, 로드나이트몬!”
 
 엑자몬과 리바이어몬은 로얄 나이츠와 7대 마왕 중에서 제일 덩치가 크다는 공통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싸우게 되었다. 듀나스몬은 건너편에 있는 리리스몬을 상대하게 되었고, 듀크몬은 자동적으로 발바몬을 상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율릭(복제품)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로드나이트몬에게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기껏 사용했는데 명중하질 못하니 소용이 없네.”
 
“하나같이 강력한데다 위협적이군.”
 
「어젠트 피어」
 
 어떻게든 율릭(복제품)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낸 로드나이트몬은 순식간에 상대의 품에 파고들더니 제로 거리에서 오른팔의 「파일 벙커」로 충격파를 쐈다. 아슬아슬하게 「멜론 디펜더」로 가로막은 율릭(복제품)은 「멜론 디펜더」가 파괴되고 왼팔을 한동안 못 쓸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한편 로얄 나이츠와 7대 마왕의 일부는 X진화(제볼루션)까지 하며 주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싸우고 있었다. 듀크몬[X항체], 듀나스몬[X항체], 엑자몬[X항체] 대 발바몬(X항체), 리리스몬[X항체], 리바이어몬[X항체]의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필살기를 사용했다.
 
「지크 세이버」
 
「세븐스 쥬얼라이즈」
 
「드래곤즈 거스트」
 
「나자르 네일」
 
「뇌검 브레이라가하」
 
「카우다 모르티페라」
 
 듀크몬[X항체]가 성창 「그람」에서 발하는 빛의 창을 내세우자 발바몬[X항체]는 마장(魔杖) 「데스 루어」와 융합한 오른팔로 빛의 창을 도려내고 탐욕의 관으로 보석으로 바꿔버렸다.
 듀나스몬[X항체]가 머리 부분을 뿔을 날카롭게 세우고 비상해 몸 전체를 적에게 돌진하자 리리스몬[X항체]는 오른팔의 황금빛 마조(魔爪), 특히 유난히 길고 빨간 셋째 손가락의 손톱에서 접촉하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려고 했다. 참고로 X진화(제볼루션)를 하면서 생긴 필살기, 「세븐스 패시네이트」는 조종할 디지몬들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다.
 엑자몬[X항체]가 「드래고닉 플라즈마」에서 12개의 뇌검을 떨어뜨리며 적을 향해 발사하자 리바이어몬[X항체]는 촉수 모양의 꼬리로 뇌검을 모두 묶고 찔러 꿰어 소멸시켰다. 그 과정에서 감전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없애는 데 집중했다.
 
“다들 잘 싸우네.”
 
“아무래도 나 역시 전력을 다해야겠군!”
 
「노블레스 오브 루즈」
 
“컥!”
 
 약간의 격차가 있긴 하지만 대등하게 맞서는 7대 마왕 셋, 로얄 나이츠 셋과는 달리 로드나이트몬은 율릭(복제품)의 맹공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로드나이트몬은 X진화(제볼루션)를 하고, 장미 형태의 방패인 「로제스 파일 벙커」에서 장미 꽃잎의 허리케인을 나오게 하여 율릭(복제품)의 움직임을 막고 레이피어 형태의 검인 「로제스 펜서」로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에 있는 율릭(본체)마저 입에서 피를 토했다. 하필 기권에서 보존으로 생각을 바꾼 로얄 나이츠 넷을 봉인하고 자신들이 디지털 월드로 복귀하는 것을 막는 장치가 로드나이트몬[X항체]의 뒤에 있었다.
 
“제발 좀 죽어라.”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양손으로 로드나이트몬[X항체]의 「로제스 펜서」를 붙잡은 율릭(복제품)은 망토가 된 영혼들을 이용해서 앞으로 날아갔다. 로드나이트몬[X항체]가 장치에 부딪치고 율릭(복제품)과 분리된 영혼들이 장치를 감싸면서 율릭(복제품)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설마!?”
 
“Hasta la Vista, BABY!(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
 
 이 말을 끝으로 율릭(복제품)은 스스로 폭탄이 되어 에너지를 일제히 방출했다. 저주받은 영혼들마저 소멸할 정도로 대폭발이 일어났는데 마그나몬(매그너몬), 두프트몬, 간쿠몬, 제스몬은 장치가 방패 역할을 하여 무사했고 로드나이트몬[X항체]는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온몸이 너덜너덜해졌다.
 대폭발 때문에 7대 마왕 셋과 로얄 나이츠 셋은 싸움을 잠시 멈췄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노란색 불꽃이 튀기는 원형의 포탈이 생겨났다. 그 안에서 미네르바몬, 불카누스몬, 헥세블라우몬, 베르제브몬, 파트너 디지몬 셋, 율릭이 나오더니 지상으로 착지했다.
 그들이 돌아온 것이다! 일행이 늘어났다는 것 말고 이전과 다른 점을 언급하자면 다크홀드의 부작용으로 율릭의 손톱이 모두 매니큐어를 바른 것처럼 검게 물들어 있었다.
 
“우리가 돌아왔다.”
 
“이런!”
 
“임무를 실패하게 되다니.”
 
“여기서 너희들을 제압하도록 하지.”
 
[워프 진화!]
 
 율릭이 시계형 디지바이스인 「D-워치」로 파트너 디지몬 셋…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을 궁극체로 진화시켰다. 이때 테리어몬과 쟈자몬은 세인트가르고몬과 메탈릭드라몬으로 진화했는데, 블랙길몬은 카오스듀크몬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칭롱몬(청룡몬), 갓드라몬(홀리드라몬), 홀리드라몬(마그나드라몬)과 함께 4대룡에 속해있으나 존재 자체가 디지털 해저드를 일으키는 강하면서도 사악한 존재… 허구의 마룡왕<커즈 디아볼로스>이란 이명을 가진 메기드라몬이 된 것이다.
 
“이것도 다크홀드의 악영향인가. 보지 말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율릭! 저들이 후퇴하고 있어.”
 
“제압하는 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군. 눈앞에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베르제브몬, 네 말이 옳아. 그럼 이제부터 말 안 듣는 아이한테 회초리를 들어볼까?”
 
 예상치 못한 사태에 듀크몬. 듀나스몬, 엑자몬, 로드나이트몬은 X진화(제볼루션)를 해제하고 「그라니」를 타거나 날개를 이용하거나 듀나스몬에게 부축을 받아 현장을 떠났다. 메기드라몬은 멸망 측 로얄 나이츠나 율릭 일행, X진화(제볼루션) 상태인 7대 마왕 셋을 가리지 않고 포효를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율릭,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 베르제브몬, 헥세블라우몬, 불카누스몬, 미네르바몬이 메기드라몬을 블랙길몬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발바몬[X항체], 리리스몬[X항체], 리바이어몬[X항체]는 참전하지 않고 율릭(복제품)의 희생으로 자유를 되찾은 로얄 나이츠 넷을 보살폈다.
 
[후기]
드림워킹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에 나온 마법으로 언젠가 소설에 넣을 생각이었고 그 때문이지 빨리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Hasta la Vista, BABY! 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에 나온 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