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관측자의 이야기 <완결>

관측자의 이야기 <26>

호르스 2025. 3. 28. 11:45

 신전의 지하 공간.
 율릭 일행을 맞이하는 황롱몬(황룡몬)은 이곳의 주인이자 4성수를 통솔하는 존재이며 성장기 시절의 루체몬조차 처치가 아닌 일시적인 봉인으로 방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강자를 마주하게 된 율릭 일행은 긴장했다가 용기를 내어 황롱몬(황룡몬)을 마주 보았다.
 
“들여보내 준 것에 감사를 표합니다.”
 
“너에 대해서는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봤다.”
 
“얼마나 알아냈는지 궁금하군요.”
 
“이름은 율릭이고 결코 평범한 인간이 아니며 리얼 월드<현실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위그드라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윗체르니와 일리아스의 디지몬이 너와 함께하는 게 아닌가?”
 
“사실이니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위그드라실이 리얼 월드를 멸망시켜 디지털 월드를 구하고자 한다면 저는 이치를 뜯어고쳐서 두 세계를 보존하려고 합니다. 굉장히 위험하고 부담도 크지만 희생이 적은 방법이니까요.”
 
“잘못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아카식 레코드가 절 포기한다면 그렇게 되겠죠. 때때로 진정한 죽음을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율릭은 황롱몬(황룡몬)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졌고 누운 상태로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황롱몬(황룡몬)이 네 다리를 펴고 몸을 일으켰다.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지각이 흔들렸고 파트너 디지몬 셋은 균형을 잃고 주저앉았다.
 
“아, 이거 미안하게 됐군.”
 
“괜찮습니다.”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
 
“당연한 말이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너희를 과소평가하면 안 되겠군.”
 
“그 말만 하려고 일어난 건 아닐 텐데?”
 
“돌려 말하지 않겠다. 그 계획에 힘을 보탤 테니 내 무료함을 달래다오.”
 
 루체몬의 봉인은 효력을 잃은 지 오래지만 지하 생활에 익숙해졌고 지상으로 올라갔다가 균형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므로 황롱몬(황룡몬)은 힘을 살짝 사용해서 바깥을 살펴볼 뿐이었다. 오래 전부터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율릭 일행이 찾아오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극을 받게 되었다.
 율릭은 황롱몬(황룡몬)의 말을 듣고 나서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과 베르제브몬, 헥세블라우몬, 불카누스몬, 미네르바몬을 바라봤다. 황롱몬(황룡몬)을 상대하게 될 경우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블랙길몬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니 자신을 포함해서 8 대 1로 싸우려던 생각은 그만두었다.
 
“미안한데 너희 넷이 먼저 황롱몬(황룡몬)과 싸워주지 않겠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기다려주지.”
 
“이유를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
 
“그 동안 실컷 싸우고 있을게!”
 
 베르제브몬, 헥세블라우몬, 불카누스몬, 미네르바몬… 일명(一名) 궁극체 디지몬 넷은 율릭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지하 공간이 손상되지 않도록 미러 디멘션으로 덮어씌운 율릭은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반구형의 「타오 만다라」를 설치하고 블랙길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시작했다.
 
“네가 폭주하게 된 것은 내 잘못이 커. 다크홀드를 보지 말라고 경고를 했어야 했는데.”
 
“율릭….”
 
“악영향을 지웠으니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설령 재발한다 하더라도 내가 있고 테리어몬과 쟈자몬도 있고 먼저 싸우고 있는 저들도 있어. 그러니 너 자신을 믿고 우리를 믿고 열정과 희망을 잃지 마.”
 
 디지털 월드로 오기 전에 습득한 심리학과 아카식 레코드로 복사한 힘의 반지(The Rings of Power) 중 하나인 나랴(Narya)의 권능을 활용하여 블랙길몬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율릭. 그 덕분에 블랙길몬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동시에 용기가 솟아올라 진화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바로 그때 황롱몬(황룡몬)이 필살기, 「황회<오우카이>」를 사용했다. 자연재해 규모의 거대한 토사류의 태풍이 몰아쳤고 궁극체 디지몬 넷은 어떻게든 회피를 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뒤에 있는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을 덮치려고 했다. 「타오 만다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한 율릭은 미러 디멘션을 문자 그대로 뒤집고 쪼개서 「황회<오우카이>」를 차단했다.
 
“우리가 나설 차례가 됐군. 블랙길몬, 진화한다는 각오를 다졌어?”
 
“응.”
 
“테리어몬. 쟈자몬. 너희들은 어때?”
 
“난 언제든지 싸울 수 있어.”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파트너 디지몬 셋의 말을 듣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심한 율릭은 구형 디지바이스를 개조한 D-워치를 터치했다. 그로 인해 발동한 워프 진화로 블랙길몬이 카오스듀크몬으로, 테리어몬이 세인트가르고몬으로, 쟈자몬이 메탈릭드라몬으로 진화하자 머스킷 형태의 트리플 배럴 권총인 「지퍼스 크리퍼스」를 소환하고는 양손에 쥐었다.
 
“어디 한 번 날뛰어보자고!”
 
「데몬즈 디자스터」
 
「버스트 샷」
 
「레이저 사벨」
 
「데스 슬링거」
 
「앱솔루트 블래스트」
 
「핀포인트 웨폰 워크스」
 
「매드니스 메리 고 라운드」
 
 율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곱 디지몬이 황롱몬(황룡몬)을 향해 필살기를 사용했다.
 첫 번째는 카오스듀크몬으로 자신감이 상당히 회복된 터라 마창 「발뭉」에 힘을 더하고 연타 공격을 더욱더 강하게 퍼부었다. 그런 다음에 마순 「고르곤」에서 암흑 파동을 날리는 「쥬데카 프리즌」을 사용했다.
 두 번째는 세인트가르고몬으로 온몸에 내장되어 있는 총화기의 무기를 일제히 사격했다. 탄환을 모두 소모한 뒤에는 양 어깨의 포탑에서 메가톤급 거대 미사일 두 개를 발사하는 「자이언트 미사일」을 사용했다.
 세 번째는 메탈릭드라몬으로 꼬리의 레이저를 검으로 고정시켜 고속으로 돌격해 베어버렸다. 「황롱광(황룡광)」으로 이루어진 비늘 때문에 날카로운 금속음만 들릴 뿐이었고, 곧이어 레이저를 광선으로 바꿔서 일직선상으로 나아가는 「레이저 캐논」을 사용했다.
 네 번째는 베르제브몬으로 블래스트 모드가 되고 나서 오른팔의 「블래스터」에서 에너지탄 형태의 파괴의 파동을 날렸다. 그런 다음에 「블래스터」의 끝부분으로 역오망성의 마방진을 그리고 그 중심을 향하여 빔 형태의 파괴의 파동을 발사하는 「카오스 플레어」를 사용했다.
 다섯 번째는 헥세블라우몬으로 율릭이 알려주고 자기 나름대로 습득한 미스틱 아츠를 사용했다. 프리즘처럼 빛나는 백색의 「타오 만다라」를 여러 개 던져서 잠시 얼려두고, 왼쪽 어깨의 용의 턱에서 절대 영도의 파동을 발사했다.
 여섯 번째는 불카누스몬으로 「봄버 아트」를 방사해 그 자리에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무기를 만들었다. 그 후에 즉석 제작한 음파병기를 모든 팔에 장비해 공격하는 「어프로프리에이트 워크스」를 사용했다.
 일곱 번째는 미네르바몬으로 눈 깜짝할 새에 옆으로 회전하며 「올림피아」로 베었다. 이번에도 상처 없이 금속음이 울려 퍼졌고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앞으로 구르며 「올림피아」로 베는 「스트라이크 롤」을 사용했다.
 
“암, 그렇게 나와야지!”
 
「태극<타이쿄쿠>」
 
 황롱몬(황룡몬)은 대부분의 공격에 상처를 입지 않았고 몇몇 경우는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의 지루함을 어느 정도 덜어 주었기에 기특하게 여기고 그 답례로서 필살기를 사용했다. 입에서 흑백의 파동을 내뿜는데 디지털 월드의 만물을 빛과 어둠의 양극으로 영원히 분해하여 머지않아 무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면에서 막는 것도 회피하는 것도 위험해서 일곱 디지몬은 머뭇거리게 되었다. 이때 율릭이 나섰다. 「게이트 웨이」를 열어 리얼 월드의 심우주로 보내는 것으로 위력을 절반으로 줄였고, 다시 한 번 미러 디멘션을 조작하여 황롱몬(황룡몬)의 필살기를 안전하게 막아냈다.
 위기에서 벗어났으니 율릭은 「지퍼스 크리퍼스」의 총구를 세 갈래로 분열시킨 뒤 회전하면서 레이저 광선을 발사했다. 표적은 황롱몬(황룡몬)의 새빨간 눈이었다. 그나마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이 아니라서 진행 과정을 보여줬고 황롱몬(황룡몬)은 눈을 감음으로서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제 그만 해도 된다.”
 
“다행이군요. 우리는 싸울 때마다 목숨이 위태로웠습니다.”
 
“미안하다. 흥분을 하면 힘 조절이 안 돼서 말이지.”
 
“이해는 하는데 우리는 적이 아니라 협력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몇 시간 동안 싸우면서 황롱몬(황룡몬)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율릭이 일곱 디지몬에게 걸었던 「수호자 비샨티의 강력한 보호 주문」이 파괴되기 직전에 몰렸다가 복구하기를 반복했다. 피로의 빛이 역력한 얼굴로 황롱몬(황룡몬)과 말을 주고받은 율릭은 디지몬들과 함께 미러 디멘션을 빠져나왔다.
 싸움이 끝났으니 파트너 디지몬 셋은 퇴화하여 성장기로 돌아왔고 황롱몬(황룡몬)은 네 다리를 접고 움츠리고 앉았다. 그러다가 뭔가를 감지했는지 웜홀을 만들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율릭과 협력하는 로얄 나이츠 넷… 마그나몬(매그너몬), 두프트몬, 간쿠몬, 제스몬이 나타났다.
 
“표정이 안 좋은 걸 보니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네?”
 
“생각보다 빨리 알파몬을 찾아냈다.”
 
“다만 위그드라실과 함께 나타났지.”
 
“우리가 보기에는 위그드라실이 알파몬을 설득한 것 같았다.”
 
“위그드라실은 공격하거나 속박하거나 하지를 않고 우리를 이곳으로 보냈어.”
 
“…알고 있다는 의미로군.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율릭. 어떻게 대처할 거지?”
 
“위그드라실이 중립인 알파몬을 한편으로 삼았으니 우리는 보존에 표를 던진 디지몬들과 대화를 나눠야겠어. 황롱몬(황룡몬). 스췌몬(주작몬)과 쉔우몬(현무몬)과는 원거리 통신을 하려고 하니 힘을 보태주세요.”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지.”
 
 황롱몬(황룡몬)이 준비를 하는 사이에 율릭은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 리얼 월드의 보존을 택한 로얄 나이츠 넷의 행방을 알아냈다. 즉시 네 개의 「게이트 웨이」를 손짓 한 번으로 열어 오메가몬, 알포스브이드라몬, 크레니엄몬, 슬레이프몬을 지하 공간으로 불러들였다. 그와 동시에 두 개의 스크린이 형성되더니 스췌몬(주작몬)과 쉔우몬(현무몬)이 얼굴을 비췄다.
 
“Welcome.”
 
“네가 위그드라실과 맞선다는 그 인간이로군.”
 
“맞아. 자기소개를 하자면 내 이름은 율릭 네이트 오언이고 아카식 레코드의 선택을 받아 리얼 월드에서 8000년 이상을 살아온 평범하지 않은 인간이야.”
 
“우리를 황롱몬(황룡몬)의 영역으로 불러 모은 이유를 설명해줬으면 하네.”
 
 4성수 중 최연장자이고 온후한 성격의 소유자인 쉔우몬(현무몬)이 말을 하자 율릭은 고개를 끄덕이고 「타오 만다라」로 환영을 만들어낸 다음에 설명을 시작했다. 황롱몬(황룡몬)에게 말한 해결 방법과 위그드라실이 알파몬을 한편으로 삼았음을 알려주자 그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위그드라실은 물론이고 멸망에 표를 던진 디지몬들이 방해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3대 천사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로얄 나이츠와 바이후몬(백호몬)은 죽어서는 안 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향하게 만들거나 무력화시켜야지.”
 
“플랜 B를 마련해둔 건가?”
 
“위그드라실이 끝까지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바이후몬(백호몬)은 나와 칭롱몬(청룡몬), 스췌몬(주작몬), 쉔우몬(현무몬)에게 맡겨다오.”
 
“…우리 로얄 나이츠는 너에게 합류하여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를 모두 구하겠다.”
 
 잠시 고민하던 4성수 소속의 디지몬 둘과 로얄 나이츠 넷은 각자 황롱몬(황룡몬)과 마그나몬(매그너몬), 두프트몬, 간쿠몬, 제스몬처럼 율릭 일행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율릭은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플랜 B에 대해서는 누설될 가능성이 있어서 지금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들은 나중에 듣겠다며 이해를 해줬다. 만약 율릭이 지금 설명을 해줬다면 십중팔구 기겁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불확실하고 위험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