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관측자의 이야기 <완결>

관측자의 이야기 <29>

호르스 2025. 3. 28. 12:23

 디지털 월드, 파이어월 근처.
 율릭 일행과 위그드라실의 군단 간에 벌어진 항쟁은 율릭 일행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위그드라실은 군단은 엑자몬, 로드나이트몬, 듀나스몬, 듀크몬, 알파몬… 이 로얄 나이츠 다섯을 제외하고 전멸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은 율릭과 위그드라실이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현실 세계)의 운명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생각보다 주먹이 약하네.”
 
“네 맷집이 강하기 때문이다.”
 
 선공은 머스킷 형태의 권총 두 자루인 「지퍼스 크리퍼스」를 들고 맨 위의 총열이 개틀링처럼 회전하면서 탄환을 발사하는 율릭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공격이라 위그드라실은 몸을 옆으로 돌려 간단히 피해버렸다. 율릭 본인도 통할 가능성이 한없이 낮다고 생각해서 표정의 변화 없이 총구를 세 갈래로 분열시킨 뒤 회전하게 하고 한 줄기의 레이저 광선을 발사했다.
 보라색의 광선이 일직선으로 날아오자 위그드라실은 아까처럼 몸을 돌려서 지나가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광선이 굴절되면서 다시 한 번 위그드라실을 노렸다. 회피가 소용없게 되어버리자 즉시 방어막을 형성하여 막아냈다. 그 틈에 위그드라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율릭은 지금까지 습득한 온갖 격투 기술을 사용했다.
 치고받고 싸우던 율릭과 위그드라실은 서로에게 일격을 가했다. 위그드라실이 먼저 율릭의 얼굴을 주먹으로 있는 힘껏 후려쳤고, 율릭이 이를 역이용해서 위그드라실의 머리에 돌려차기를 날렸다.
 
“그럼 다른 방법을 사용해볼까?”
 
[맥시멈 마이티 X!]
 
[하이퍼 무적(하이퍼 무테키)!]
 
“하이퍼 대변신!”
 
[무~적(무~테~키)! 빛나라! 유성과도 같이! 황금의 최강 게이머! 하이퍼 무적(하이퍼 무테키) 에그제이드!]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액션 레버가 당겨져 있는 「게이머 드라이버」를 허리에 착용한 상태로 소환한 율릭은 양손에 쥐고 있는 두 개의 「라이더 가샤트」를 장착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맥시멈 마이티 X 가샤트」를 변신벨트의 「메인 가샤트 슬롯」에 삽입하고 나서 옆 클리어 파츠 부분에 「하이퍼 무적(하이퍼 무테키) 가샤트」를 연결하여 「GD 하이퍼 모듈」 위에 두고 양쪽의 기동 스위치를 동시에 눌렀다.
 우선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액션 게이머 레벨 2로 변신했다. 곧이어 강화 아머인 「맥시멈 게이머」가 소환되자 탑승을 하여 맥시멈 게이머 레벨 99가 된 후에 사출되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빛줄기들이 각 부분에 추가 파츠로 장착되면서 머리카락은 뿔처럼 돋아나 왕관처럼 보이게 되었고, 머리 뒤쪽으로는 장발을 연상시키는 갈기가 생겨났고, 황금색 전신에 반짝거림을 표현하는 십자 이미지로 도배되어 있으며, 슈트에는 분홍색과 주황색과 청록색의 선이 그려져 있었다.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의 최종 폼이자 레벨이란 개념 자체를 뛰어넘어 측정 불가인 무적(무테키) 게이머로 변신한 것으로 율릭은 위그드라실과의 2차전을 시작했다.
 
“노 컨티뉴로 클리어해주지!”
 
「노우리지 스트림」
 
 2차전에서 선제공격을 한 자는 위그드라실이었다. 라지엘몬의 필살기를 사용하기 위해 마방진을 형성하고 5대 원소를 자유자재로 조합하여 방대한 에너지를 내보냈다. 율릭은 무적(무테키) 게이머의 특수 능력 중 하나… 무제한으로 적의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는 무적화를 앞세워 위그드라실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 다음부터는 율릭 =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무적(무테키) 게이머의 압도적인 공격 세례였다. 머리카락처럼 달린 갈기 「하이퍼 라이드 헤어」에서 분사된 강화입자 「스파킹 리터」가 전신을 감싸며 발광했고 일정 시간 동안 전투 능력을 상승시켰다. 128.0t의 펀치력과 킥력은 2배가 되었으며 손의 「빅토리 파이트 글러브」와 발의 「빅토리 파이트 슈즈」의 다단 히트 기능으로 공격 판정 등을 자동 조종하여 한 대만 대려도 여러 대를 맞은 것과 똑같은 대미지를 줬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머리의 「하이퍼 라이드 블레이드」와 어깨의 「스파킹 숄더」의 기능으로 위그드라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특수 능력을 차단했다. 움직임은 팔의 「EX 컴플리트 암」과 「EX 컴플리트 레그」로 강화시켜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거나 어깨의 「스파킹 숄더」가 「라이더 가샤트」에 내장되었다가 형성된 게임 에리어를 왜곡시켜 임의의 포인트에 쇼트 워프를 하기도 했다.
 
“3차전으로 갈 준비를 해볼까?”
 
[결정타(키메와자)!]
 
[하이퍼 크리티컬 스파킹!]
 
 때때로 위그드라실에게 반격을 당했지만 대미지가 없어서 멀쩡한 율릭은 「하이퍼 무적(하이퍼 무테키) 가샤트」의 컨트롤 스위치를 눌러 필살기를 발동했다. 초고속으로 라이더 킥을 여러 번 먹이다가 황금색 에너지를 휘감고 마지막 라이더 킥을 날렸다. 갑주 「EX 무적 아머」의 능력으로 시전 중에는 완전 무적 상태가 되어 위그드라실이 반격 용도로 사용한 디지몬들의 필살기에 전혀 피격당하지 않았다.
 
[궁극의 일발!!]
 
“이번에는 나의 승리다.”
 
“음! 하는 수 없군.”
 
 하이퍼 무적(무테키) 게이머의 필살기에 난타당한 위그드라실은 땅바닥을 굴렀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율릭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고 위그드라실도 딱히 부정하지 않더니 얼음이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화신의 모습으로 재등장하면서 3차전을 예고했다.
 이때 율릭이 가면라이더로서의 변신을 해제했다.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오리지널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카피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위그드라실이 2차전의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를 얻어 피해 적응이라는 이름의 면역을 얻은 점이다.
 
“DO O IA SIPPAR. CNILA D COMSELHA ODO ANANAEL.”
 
「다크 프로미넌스」
 
「데몬즈 디자스터」
 
「버스트 샷」
 
「레이저 캐논」
 
「카오스 플레어」
 
「헥토 엣지 블리자드」
 
「봄버 아트」
 
「파이널 스트라이크 롤」
 
“IPAMIS NONCP FAFEN NIIS. AVAVAGO TLIOB VRAN.”
 
 거대화한 위그드라실을 상대하고자 율릭이 사용한 것은 엄브라의 마녀가 소환하는 악마를 진화 및 강화시키는 금단의 마도술 데들리 신이다. 율릭이 에녹어로 된 주문을 읊고 손을 가슴에 쑤셔 넣었다가 심장을 뽑아 들자 위그드라실은 다크드라몬의 형태를 한 「다크드라 암」을 만들어내고 디지털 세포를 에너지탄처럼 발사했다.
 이에 율릭의 파트너 디지몬 셋과 궁극체 디지몬 넷이 위그드라실을 저지하고자 필살기를 사용했다. 카오스듀크몬은 마창 「발뭉」으로 강력한 연타 공격을 퍼부었고, 세인트가르고몬은 온몸에 내장된 총화기의 무기를 꺼내 일제 사격을 가했고, 메탈릭드라몬은 꼬리의 레이저 건에서 강력한 광선을 발사했고, 베르제브몬은 블래스트 모드로 형태를 변화하더니 오른팔의 「블래스터」로 마방진을 그린 후에 그 중심을 향하여 붉은빛의 파괴의 파동을 발사했고, 헥세블라우몬은 눈보라처럼 무수한 빙검을 내리게 하여 위에서 공격했고, 불카누스몬은 가슴의 장치에서 용접할 때 쓰이는 화염을 방사했고, 메르바몬은 앞구르기를 하며 힘을 담았다가 있는 힘껏 베면서 검기를 날렸다.
 7대 1의 상황임에도 대등하게 충돌하고 있었고 율릭이 그 틈을 타서 주문을 마저 읊었다. 발밑의 마법진에 피가 떨어지면서 크기가 넓어졌고 멸망을 토하는 자라는 이명을 가진 신 고모라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Come on(덤벼라)!”
 
“我会那样做的(그렇게 해주마).”
 
 영어로 말하며 손에 쥔 심장으로 신 고모라를 제어한 율릭과 중국어로 말하며 다양한 디지몬의 필살기를 사용할 준비를 마친 위그드라실이 다시금 격돌했다. 신 고모라는 달려들면서 아래팔로 후려치거나 입에서 보라색 화염탄을 내뱉거나 물어버리는 식으로 위그드라실을 공격했다. 위그드라실도 디지몬의 세대(레벨)를 불문하고 위력을 증폭시킨 필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반격했다.
 이번에는 처음 싸웠을 때처럼 양쪽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고 힘을 사용해서 금방 재생한 다음에 싸움을 이어 나갔다. 이를 반복하다가 결판을 내기로 하는데 신 고모라가 목에서 배까지의 부위를 개방하더니 꼬리부터 시자개서 등의 돌기를 들어 붉은 보옥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위그드라실이 앞에 마법진을 만들어냈고 서로를 향해 보라색 빔과 하얀색 빔을 발사했다.
 대등하게 맞서는 와중에 위그드라실은 얼굴과 어깨와 팔에 해당되는 부위에서도 빔을 발사해서 위력을 증가시켰다. 신 고모라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율릭에게도 여파가 미쳤고 오른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피를 눈물처럼 흘렸다.
 
“DO O IA SIPPAR. CNILA D COMSELHA ODO ANANAEL. TURBS C BABLON ZONAC CIAOFI BALZARG. FAFEN NIIS.”
 
 주저앉으며 뻥 뚫린 가슴에서도 피를 흘린 율릭은 이내 일어서서 자세를 바로잡더니 데들리 신의 주문을 읊었다. 하늘에서 햇볕이 내리쬐며 마계의 주민인 악마가 머리에 쓴 화려하게 장식된 초승달 형태의 왕관과 빛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드러냈다. 예전에 소환했던 마담 케프리가 데들리 신에 의해 진화 및 강화된… 퀸 케프리, 지엄한 시간의 여제(Queen Khepri, Empress of Time Stern)이다.
 퀸 케프리는 양손을 한쪽 겨드랑이 아래로 모으고 에너지를 양손으로 집중시킨 뒤에 앞으로 쭉 뻗어 정면으로 에너지파를 발사했다. 두 악마의 공격에 위그드라실은 우위를 잃어가고 있었고 하반신에 있는 줄기를 동원해서 빔을 발사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 공중에 떠있는 전투순양함 묠니르가 야마토 포를 명중시켜 위그드라실을 방해했다.
 순간 위그드라실의 자세가 흐트러졌고 신 고모라의 보라색 빔과 퀸 케프리의 에너지파에 적중당해 화신의 육체가 파괴되었다. 그 흔적으로서 재가 흩날리게 되자 율릭은 심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으로 데들리 신을 마쳤다.
 
“이 정도로 위그드라실이 죽을 리가 없지. 숨어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겠군.”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한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아.”
 
“강제로 드러나게 만들어볼까?”
 
 은폐한 위그드라실을 찾기 위해 율릭은 「타오 만다라」를 양팔에 두르고 엘드리치 라이트를 모았다. 그런 다음에 양팔을 휘둘러 강풍을 일으키고 엘드리치 라이트를 사방에 흩뿌렸다. 엘드리치 라이트가 일종의 가루처럼 달라붙다가 금방 사라지는데 딱 한곳만 인간의 형태가 나타났다.
 방금 언급한 장소는 바로 율릭의 앞이었다. 위그드라실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율릭을 밀쳤는데 뒤로 넘어지지 않고 느닷없이 사라지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함정에 가뒀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다.”
 
[푹-!]
 
 위그드라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피가 고여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팔이 튀어나왔다. 율릭이 다크홀드의 흑마법(드림워킹)을 사용한 대가로 검게 물든 손톱을 보고 안심하던 디지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율릭은 팔다리가 반대로 꺾이고 허리가 뒤틀리고 군데군데 갈라지거나 깨진 부분이 있는데, 그 상태로 흐물거리며 기어 나오더니 뼈 꺾이는 소리와 함께 기괴하게 복구하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군.”
 
“미러 디멘션을 기반으로 함정을 만들었으니까. 최초의 소서러이자 미러 디멘션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내가 파훼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건가?”
 
“…반사면을 이용해서 탈출한 거로군.”
 
“벽 곳곳에서 뾰족한 칼날이 튀어나오고 움직일 때마다 벽이 다가오니 「게이트 웨이」를 열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현실 세계와 연결된 반사면을 거쳐 돌아왔지. 엄청난 고통을 참으면서 말이야.”
 
“너에게 있어서 고통은 오랜 친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맞아. 그래서 신음 소리를 내지 않았지. 아무튼 슬슬 끝을 봐야겠어.”
 
 율릭은 위그드라실과의 싸움이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인커전(중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힘을 소모할 수 없으므로 4차전에서 결판을 내고자 했다.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고 흑요석처럼 새까만 한 자루의 장검을 그림자에서 꺼냈다. 손잡이를 잡고 검을 뽑아 들자 손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신을 죽이는 저주받은 마검, 「네크로소드(Necrosword)」를 위그드라실에게 겨누고 새로이 싸울 자세를 취한 율릭은 비어있는 반대쪽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서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검이 생성되더니 위그드라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위그드라실은 즉시 방어막을 만들어내어 공격을 막아냈는데 어느새 율릭이 사라져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여기에 있다.”
 
 짧은 문답이 있고 나서 위그드라실의 그림자에서 불쑥 튀어나온 율릭이 「네크로소드」를 세로로 휘둘렀다. 반사적으로 두 팔을 인간의 형상에서 화신의 형상으로 바꾼 위그드라실은 율릭의 공격을 막아 내고 반격을 하려고 했다. 디지몬의 필살기를 사용하려는데 율릭이 먼저 7개의 초열 광구, 「세븐 헤븐즈」를 구현하여 위그드라실에게 날렸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가능할 줄은 몰랐다.”
 
“「세븐 헤븐즈」는 내가 관측해서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됐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너처럼 디지몬의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야.”
 
“정말 성가시게 하는군.”
 
 서로를 향해 디지몬의 필살기를 퍼부으면서 「네크로소드」와 크리스탈을 맞부딪치는 율릭과 위그드라실. 주변이 황폐해질 정도로 혈투를 벌이고 있으며 일행에 속한 궁극체 디지몬 일곱과 지원하러 온 로얄 나이츠 여덟, 데바 아홉은 자기 자신 및 위그드라실을 따르는 로얄 나이츠 다섯을 보호했다.
 계속 싸우던 중에 위그드라실이 「자기수복」으로 신체의 손상된 부분을 재생하자 율릭은 「네크로소드」를 지면에 꽂았다. 그림자가 넓게 퍼져 나가더니 그 안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턱과 곤충을 닮은 다리를 제외하면 다양한 외형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다. 그림자 괴물(Shadow Monsters) 또는 검은 광전사(Black Berserkers)라고 불리는 「네크로소드」의 창조물이며 율릭은 이들과 함께 위그드라실을 공격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율릭을 상대하기 위해 위그드라실은 분신을 여러 개 만들어냈다. 싸움을 계속하면서 그림자 괴물/검은 광전사와 위그드라실의 분신이 하나씩 사라지더니 결국 공멸에 이르렀다. 유일하게 남은 율릭과 위그드라실은 잠시 숨을 고를 겸해서 신경전을 벌이다가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빛이 뻔쩍이고 율릭과 위그드라실은 서로를 등지고 서 있었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크리스탈이 율릭의 심장을 꿰뚫었고 「네크로소드」가 위그드라실의 복부를 찔렀다. 율릭은 죽음을 맞이했다가 부활하면서 크리스탈을 뽑아 버렸는데 위그드라실은 「네크로소드」에 담긴 신살(神殺)의 저주 때문에 잡지도 뽑지도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었다.
 
“패배를 인정하고 가만히 있다면 「네크로소드」를 뽑아주마.”
 
“……저주는 남겨둘 생각이로군.”
 
“우리는 입장 차이로 여태까지 적대했는데 바로 신뢰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신살의 저주는 오리지널이 아니라 카피에서 비롯된 거니까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푸는 게 가능할 거야.”
 
“……내가 졌다.”
 
 위그드라실이 패배를 인정하자 율릭은 「네크로소드」를 뽑아서 소멸시키고 복부의 상처를 봉합했다. 그러나 저주가 남아 있고 이를 푸는데 집중해야 해서 위그드라실은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어쨌든 간에 싸움이 끝났고 묠니르가 지상에 착륙하더니 500명의 인원이 밖으로 나왔다.
 본래 전투순양함은 운용에만 6,000에서 8,000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율릭이 소수의 인원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여담으로 500명은 인간(人間)과 이종(異種), 마법사(Sorcerer/Wizard)와 마녀(Witch), 기술자, 과학자, 조종사, 의무병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현실 세계)의 안정화 작업을 시작하겠어.”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계획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아야 돼.”
 
“포털을 열 수 있도록 장소를 알려줄게.”
 
“고마워.”
 
 베르제브몬, 불카누스몬, 메르바몬, 데바 아홉의 도움을 받아 소서러들은 「게이트 웨이」를, 위자드들과 위치들은 마법진과 룬 문자를 결합하여 포털을 열었다. 「게이트 웨이」와 포털에서 건너오거나 옮겨졌는데, 후자는 깊은 잠에 들고 있는 벨페몬 슬립 모드와 미스틱 아츠에 의해 속박된 바이후몬(백호몬)과 그를 지키는 챠츠라몬(카두라몬). 신두라몬(신드라몬). 마쿠라몬(마구라몬)이다.
 반면 전자는 7대 마왕 중 다섯(루체몬 폴다운 모드, 데몬(마왕몬), 리리스몬, 발바몬, 리바이어몬)과 올림푸스 12신 중 열(유피테르몬, 유노몬, 넵튠몬, 마르스몬, 베누스몬, 케레스몬, 메르크리몬(머큐리몬), 디아나몬, 아폴로몬, 바커스몬)과 4성수 중 셋(칭롱몬(청룡몬), 스췌몬(주작몬), 쉔우몬(현무몬))과 황롱몬(황룡몬)이다.
 한편 디지털 월드의 안정을 바라는 자<호메오스타시스>와 호메로스는 「게이트 웨이」 또는 포털이 아닌 스스로 이곳에 왔다.
 
“위그드라실로부터 승리를 거둔 모양이군.”
 
“쉽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성공했지. 만약 날 가로막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줄게. 말 그대로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들어 줄 테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율릭을 도울 거다. 여차하면 초주검으로 만들 생각이니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해라.”
 
“……씁, 어쩔 수 없지.”
 
“좋아. 방해받을 여지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니 설명을 시작할게. 원래 계획은 내가 아카식 레코드와 동기화를 하고 호메오스타시스, 호메로스, 위그드라실 등의 힘을 빌려서 이치 자체를 뜯어고치려는 거야.”
 
“문제는 계획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위그드라실은 애초에 협력할 생각이 없고 현재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는 거지.”
 
“그래서 플랜 B를 마련했어. 제스몬, 너는 간쿠몬[X항체]에게 힘을 받아서 최종 형태로 진화해줘. 7대 마왕, 너희들은 힘을 하나로 합쳐서 오그드몬을 불러와줘.”
 
 오그드몬… 일곱 개의 눈과 일곱 개의 다리, 그리고 제8의 눈을 가지고 있는 이형(異形)의 초마왕이며 디지털 월드의 모든 죄를 내포하고, 모든 죄를 속죄하는 힘도 가진 수수께끼의 화신체가 율릭의 입에서 나오자 리얼 월드(현실 세계)에서 온 이들을 제외하고 모두 기겁을 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반대하지는 않았다. 율릭은 거대한 「타오 만다라」와 엘드리치 라이트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쇠사슬을 없애는 것으로 바이후몬을 해방시키고 다른 디지몬들 및 신적 존재들에게 포진하듯 자리를 잡게 했다. 그러고 나서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는데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포털이 열리더니 새하얀 도서관 같은 공간으로 옮겨졌다.
 
“여기가 아카식 레코드인가?”
 
“정확히는 일부에 불과해. 그만큼 무한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감상을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작업을 시작했으면 좋겠군.”
 
 방관자가 되어버린 위그드라실이 대화에 끼어들자 율릭 일행과 다른 디지몬들, 신적 존재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틀리지 않다고 여겨 행동을 개시했다. 율릭이 손목에 차고 있는 D-워치를 벗어서 허공에 띄우고 액정에서 디지털 월드, 리얼 월드(현실 세계), 윗체르니,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를 본뜬 홀로그램을 펼쳤다.
 그 후에 아카식 레코드와의 연결을 마치고 가볍게 손짓을 하자 홀로그램이 실체화하였다.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현실 세계)를 가르는 차원의 장벽은 수없이 많은 금이 가 있어 언제라도 깨질 것 같았다. 그리고 디지털 월드와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 사이에 있는 차원의 장벽은 드림워킹의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제일 먼저 작은 것부터 해결하자.”
 
“저건 우리의 힘만을 사용해도 될 것 같은데?”
 
“알아차렸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게.”
 
 율릭은 지털 월드: 일리아스 출신의 호메로스와 올림푸스 12신에게 힘을 전달받고 양손에 「타오 만다라」를 전개했다. 형형색색의 엘드리치 라이트를 가루처럼 흩뿌렸고 차원의 장벽에 달라붙더니 메꿔지는 것처럼 드림워킹의 흔적이자 인커전(중첩)의 전조가 사라져버렸다.
 앞서 말했듯 작은 문제를 해결했으니 남은 것은 큰 문제였다. 최악은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현실 세계)가 모두 멸망하는 것이고, 차악은 율릭의 육체가 완전히 파괴되어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거듭 각오를 다지고 다른 이들로부터 힘을 전달받는데 가장 강하면서도 부담이 되는 디지몬이 셋 있었다.
 첫째는 아폴로몬과 디아나몬이 조그레스하여 체내에 빅뱅급 에너지를 구축하고 있는 그레이스노바몬이고, 둘째는 간쿠몬에게 힘을 받아 몸이 이전보다 훨씬 날렵해지면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새빨개졌고 날개 모양의 에너지체로 변화한 「택티컬 암즈」를 지닌 제스몬GX이고, 셋째는 커다란 기둥과도 같은 일곱 다리에 7대 마왕의 문장이 뜬 검이 꽂혀 있는 오그도몬이다.
 에너지가 피부를 찢으며 튀어나오려고 하자 율릭은 호메오스타시스와 황롱몬(황룡몬), 4성수, 데바<십이신장>, 헥세블라우몬에게도 힘을 전달받아 균형을 맞추려고 애를 썼다. 이치 자체를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이 엄습하자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율릭이 걱정된 파트너 디지몬 셋은 부담을 분배하려고 했다. 카오스듀크몬이 「발뭉」과 「고르곤」을 손으로 바꿔 율릭의 어깨를 잡고, 세인트가르고몬이 카오스듀크몬의 어깨를 잡고, 메탈릭드라몬이 세인트가르고몬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들 역시 고통을 겪었지만 율릭처럼 각오를 단단히 하고 견뎌냈다. 파트너 디지몬 셋의 도움으로 한결 편해진 율릭은 제스몬GX와 7대 마왕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에 제스몬GX는 로얄 나이츠 전원의 에너지를 자신에게 집중시켜 본래라면 존재할 수 없는 14번째의 궁극전인 「나이츠 인트루더」의 매개체가 되었다. 또한 7대 마왕은 정신을 집중하여 오그도몬으로 하여금 입에서 충격 파동을 발사하는 「카테드랄」을 쓰게끔 하였다.
 
“빛이 있으라.”
 
[딱-!]
 
 순차적으로 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성경에서 최초로 나오는 문장이며 문헌사적으로도 오래된 문장을 읊은 율릭은 아카식 레코드의 권한을 빌려 제스몬GX와 오그도몬의 필살기를 융합했다. 하나의 거대한 힘으로 바꾸고 체내에 담겨져 있는 힘을 더하여 일제히 방출했다. 그냥 바라보면 눈이 멀 것 같은 섬광이 지나갔고 차원의 장벽에 있던 수많은 금이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쉽지만 이치의 개조라는 엄연히 어려운 일을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광범위한 현실 조작을 실행한 대가로 율릭은 치명상을 입었다. 두 팔은 팔꿈치 아래 부분이 찢겨진 것처럼 절단되었고, 오른쪽 눈은 터져서 과다한 출혈을 일으킴과 동시에 시력이 상실되었다.
 
“율릭!”
 
“너무 걱정하지 마. 그나마 목숨은 부지했으니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거야.”
 
“…우선 응급 처치부터 하지.”
 
 간신히 신살의 저주를 푼 위그드라실은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지만 디지털 월드가 위기에서 벗어난 터라 복잡 미묘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마법에 가까운 힘을 율릭에게 사용하여 상처를 지혈했다. 모두가 뜻밖이라고 여기며 위그드라실에게 시선을 집중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반응 없이 포털을 열어 디지털 월드로 돌아갔다.
 
“먼저 가버렸군.”
 
“악의를 가지고 공격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야.”
 
“문제가 해결됐으니 우리는 돌아가도록 하지.”
 
“내 두 팔이 이래서 직접 「게이트 웨이」를 열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줘.”
 
“괜찮으니까 완치될 때까지 푹 쉬도록 해.”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적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올림푸스 12신은 율릭의 상태를 염려하며 호메로스와 함께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로 돌아갔다. 7대 마왕은 율릭에게 경고 반 걱정 반의 말을 하고 소서러들, 위자드들, 위치들이 만들어낸 「게이트 웨이」와 포털을 통해 디지털 월드로 돌아갔다. 4성수는 각자에게 셋씩 소속된 데바를 데리고 벼락, 강철, 화염, 물로 이루어진 포털을 넘어갔다. 황롱몬(황룡몬)은 위그드라실을 대신해서 로얄 나이츠를 데리고 디지털 월드로 돌아갔으며, 헥세블라우몬은 율릭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본인이 직접 「게이트 웨이」를 열어 윗체르니로 돌아갔다.
 
“디지털 월드로 돌아가기 전에 마쳐야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파트너 디지몬과의 동반 관계(파트너십)를 해지하는 겁니다.”
 
“…한동안은 유지하고 싶습니다만.”
 
“그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두 세계가 충돌하여 멸망할 일은 없어졌지만 교류가 자유로워진 만큼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인간이 디지몬을 이용하든 디지몬이 인간을 이용하든 말입니다. 메이스(M.A.C.E.)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이 있을 테니 파트너 디지몬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그렇군요. 이 또한 디지털 월드의 안정을 위해서니 받아들이겠습니다.”
 
 율릭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긴 호메오스타시스는 파트너 디지몬 셋을 데려가지 않고 다른 이들을 뒤따르듯 디지털 월드로 돌아갔다. 부담을 분배하고 힘을 해방한 여파로 궁극체에서 성장기로 퇴화한 파트너 디지몬 셋…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은 외눈에 두 팔이 없는 율릭을 부축했다.
 파트너 디지몬 셋을 시작으로 메이스(M.A.C.E.)의 요원들도 율릭을 호송했다. 그렇게 모두가 전투순양함 묠니르에 탑승하고 곧바로 이륙하더니 전술 차원 도약을 사용하여 지구 = 리얼 월드(현실 세계)로 이동했다. 아무도 남지 않지 않게 된 아카식 레코드의 일부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후기]
본편을 더욱 길게 쓰고 싶지만 필력이 예전만 못하게 되어서 여기서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외전으로 보충하고자 하는데 장르는 디지몬 고스트 게임(고스트 게임: 디지몬) +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버피와 뱀파이어/미녀와 뱀파이어)로 할 생각입니다. 그럼 2월 이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