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무쌍(無雙) 시리즈 <완결>

무쌍(無雙) Phoenix Origin -12-

호르스 2025. 3. 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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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월드.
 로얄 나이츠 중에 하나인 제스몬이 알려준 좌표를 통해 어느 지역으로 이동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와 피닉스. 앞에 선 제스몬의 안내를 받아 걸어가던 그들은 수녀복을 입은 두 명의 디지몬과 마주쳤다.
 
“제스몬! 이제 오는 거야?”
 
“미안. 도중에 다른 곳을 들렀거든.”
 
“그런데 저들은 누구야?”
 
“7대 마왕을 막으려고 하는 자들이야.”
 
“내가 다른 이들을 대신해서 소개를 하지. 세 명의 아이는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멤버인 준, 류이치, 유코이고, 옆에 있는 소년은 준의 형인 진이야. 그리고 나는 팀 트리티니 세이비이어의 협력자로 코드 네임은 피닉스다.”
 
“우리는 시스터몬 자매. 나는 느와르(Noir)이고, 이쪽은 내 동생은 블랑(Blanc)이야.”
 
“검은색과 하얀색인가. 잘 어울리는군.”
 
 이름대로 느와르는 검은색의 고양이 머리모양의 모자와 수녀복을 입고 있었고, 블랑은 분홍색의 토끼 머리모양의 모자를 뒤집어썼으며 흰색의 수녀복을 입고 있었다.
 피닉스는 시스터몬 자매를 보며 자신의 심정을 밖으로 드러냈다. 준, 류이치, 유코는 각자의 크로스로더에서 디지몬들을 불러냈고, 시스터몬 자매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스패로우몬을 보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우리가 치유 마법을 사용해서 그를 회복시킬게.”
 
“그러니 우리에게 맡겨둬.”
 
“고마워.”
 
 유코가 시스터몬 자매에게 감사를 표하자 둘은 미소로 답하고는 두 손을 모았다. 그러자 네 개의 손에서 녹색 빛이 일어나더니 스패로우몬의 몸을 감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녹색의 빛이 사라지자마자 스패로우몬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스패로우몬!”
 
“…유코.”
 
“제법이군.”
 
“내가 성장기(헉몬)였을 때부터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단련을 했으니까.”
 
 시스터몬 자매의 치유 마법 덕분에 완전히 회복된 스패로우몬을 보면서 감탄을 하는 피닉스에게 설명하듯이 말을 하는 제스몬. 그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명의 디지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개의 뿔처럼 솟은 붉은색 머리카락, 얼굴에 난 수염,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고 있는 하얀색의 롱코트, 빨간색 나막신을 신은 마치 아저씨와도 같은 그는 제스몬과 시스토몬 자매에게 손을 흔들며 말을 했다.
 
“여!”
 
“스승님.”
 
“간쿠몬 님.”
 
“로얄 나이츠 중에 하나로군.”
 
“그런데 겉모습은 아저씨인데요?”
 
“이름의 유래가 완고한 아버지를 뜻하는 오키나와 방언이거든.”
 
 어쩐지 메타픽션적인 발언을 하던 피닉스는 우연히 간쿠몬과 눈을 마주쳤다. 제스몬으로부터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와 피닉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고개를 돌리다가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이내 시선을 돌려 타치바나 형제와 류이치, 유코를 바라봤다.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
 
“당연하지. 내가 얘기해줬으니까.”
 
“그렇다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게 좋겠군. 7대 마왕이 오랫동안의 평화를 깨고 반란을 일으켰을 때, 로얄 나이츠는 둘로 나뉘어졌지.”
 
“어째서죠?”
 
“우리들의 주군인 위그드라실이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거든.”
 
“위그드라실?”
 
“디지털 월드의 안정을 바라는 자<호메오스타시스>와 같은 『반신』이야.”
 
“그 당시 나하고 제스몬을 비롯해서 듀크몬, 알포스브이드라몬, 슬레이프몬은 위그드라실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두프트몬, 마그나몬(매그너몬), 로드나이트몬, 듀나스몬, 크레니엄몬, 엑자몬은 우리와는 반대 입장에 있었지.”
 
“잠깐만요! 제가 듣자하니 로얄 나이츠는 13체의 성기사형 디지몬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하던데 나머지 둘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최후의 성기사인 오메가몬은 죽은 이후에 부활하지 않았고, 우리들의 독주를 견제하는 고고한 은둔자이자 공백의 자리로 불리는 곳에 위치하는 최초의 성기사인 알파몬은 방랑벽이 있어서 지금도 떠돌고 있는 지라 찾기가 쉽지 않아.”
 
 간쿠몬이 지쳐 보이는 얼굴로 피곤하다는 듯이 말을 하자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간쿠몬은 도중에 멈춘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비록 우리가 분열되었지만 위그드라실의 명령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점과 어째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충돌이 없어.”
 
“그런 거였군.”
 
“너희들이 7대 마왕을 막아준다고 하니 고맙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무리에 가깝다.”
 
“알고 있어. 하지만 대업도 시작은 작은 법이야.”
 
 지금은 약하더라도 훗날 시간이 지나면 실력과 세력이 늘어날 것이다. 피닉스가 그런 의미가 담긴 말을 하자 간쿠몬은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대화를 마친 양측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별장 형태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일을 거하게 했더니 배가 고프군.”
 
“저도 허기진 느낌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점심때네요. 블랑! 같이 주방으로 가자.”
 
“알았어, 언니.”
 
 시스터몬 자매가 간쿠몬, 제스몬 사제(師弟)와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멤버, 피닉스를 위해 주방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두 로얄 나이츠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가사에도 능통해졌는지 프로 수준으로 조리용 기구를 다루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요리가 완성되자 시스터몬 자매는 밥상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마침 배가 고팠던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멤버들은 사양하지 않고 간쿠몬, 제스몬 사제와 함께 식사를 했다. 여담으로 피닉스는 가면의 아랫부분을 떼어내고는 음식을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수고했다. 느와르, 블랑.”
 
“덕분에 배를 채울 수가 있었어.”
 
“뭘 이 정도 가지고.”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멤버들, 간쿠몬, 제스몬이 차례대로 말을 하자 시스터몬 자매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밥상을 주방으로 가져갔다.
 피닉스는 가면의 아랫부분을 붙여서 입을 가린 뒤에 밖으로 나갔고, 준과 유코는 시스터몬 자매를 돕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으며 류이치와 진은 두 로얄 나이츠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에 소속된 디지몬들은 배부르고 나른한 상태에서 잠을 이기지 못하고 두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아침.
 간쿠몬과 제스몬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지라 오늘만큼은 7대 마왕(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부부)이나 그들의 추종자에게 습격을 받지 않은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는 별장 밖의 마당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간쿠몬, 제스몬과 시스터몬 자매가 서 있었다. 얼핏 보면 대치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정작 양측의 얼굴에는 적대하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피닉스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무엇을요?”
 
“어제 내가 말한 거 말이야.”
 
“아아! 그거 말이지.”
 
 살짝 잊고 있었다가 류이치의 말을 듣고 나서 양측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는 이유를 떠올린 준. 어제 간쿠몬, 제스몬 사제와 대화를 나눈 류이치와 진은 자신들에게 협력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물론 간쿠몬과 제스몬은 로얄 나이츠로서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을 했지만, 류이치와 진이 계속해서 부탁을 하자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간쿠몬이나 제스몬 중 한 명을 선택해 싸우고, 육체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힌다면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가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여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누굴 상대로 선택할 거지?”
 
“…간쿠몬, 당신입니다.”
 
“진심인가? 난 적당히 할 생각이 없다만?”
 
“각오하고 있습니다.”
 
“좋다. 상대해주마!”
 
 세 아이의 말에 진심이 담겨져 있음을 느낀 간쿠몬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면서 기백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순간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모든 이… 인간과 디지몬들이 뒤로 밀려났고, 피닉스는 꼼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을 굴러 간쿠몬의 기백을 분쇄해버렸다.
 
“제법이군. 어쨌거나 먼저 공격해봐라.”
 
“갑니다!”
 
[샤우트몬! 바리스타몬! 도루루몬! 스타몬즈! 베르제브몬(바알몬)! 디지크로스!]
 
[그레이몬! 메일버드라몬! 디지크로스!]
 
“샤우트몬X4B!”
 
“메탈그레이몬!”
 
 디지크로스를 마친 샤우트몬X4B와 메탈그레이몬이 앞에 섰고, 스패로우몬과 사이버드라몬은 공중에 떠있었고, 이가몬(닌자몬), 슈리몬(수리몬), 모니터몬 셋은 뒤에서 지원 역할을 맡기로 했다.
 
「스타즈 블레이드 셀레스트라이크」
 
「트라이던트 암」
 
 샤우트몬X4B가 베르제브몬(바알몬)의 손에 있는 산탄총(샷건)과 조그마한 개틀링 건에서 무수한 탄환을 발사하면서 앞으로 질주했고, 메탈그레이몬은 왼손의 강철 손톱에 힘을 주고는 간쿠몬에게 내질렀다.
 두 디지몬의 공격에 간쿠몬은 먼저 탄환을 피하고는 양손을 뻗어 「스타 소드 DX」와 강철의 손톱을 붙잡았다.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샤우트몬X4B와 메탈그레이몬의 움직임을 봉하고는 등 뒤에서 짐승의 형태를 한 오라를 발현했다.
 
“이거나 먹어라!”
 
「랜덤 레이저」
 
「이레이즈 클로」
 
 간쿠몬의 오라, 「하누카무이」가 주먹을 쥐고 샤우트몬X4B와 메탈그레이몬을 두들겨 패려는 순간, 스패로우몬과 사이버드라몬이 공격을 가했다. 기습과도 같은 행동에 간쿠몬은 두 디지몬의 무기를 붙잡은 손을 놓고는 「하누카무이」로 공격을 막아냈다.
 
“이번에는 우리의 차례입니다!”
 
「화탄」
 
「수룡」
 
「풍차」
 
 모니터몬 셋이 양손으로 인법을 맺고는 얼굴에서 불덩어리, 물대포, 바람을 일으켰다. 불덩어리와 바람이 섞이자 더욱 더 활활 타올랐고, 물대포와 결합하자 엄청난 수증기가 일어나면서 안개처럼 자욱하게 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간쿠몬은 「하누카무이」와 함께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그 때, 뒤쪽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자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비록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흐릿한 형태만을 인식했지만, 그것의 정체를 대략이나마 짐작했다.
 잠시 후, 수증기를 뚫고 날카로운 소리의 근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큰 수리검으로 슈리몬이 던진 것이었다. 물론 간쿠몬은 주먹을 휘둘러 수리검을 튕겨냈는데, 이가몬이 그 위에 올라타더니 등의 칼집에서 뽑은 검을 손에 쥔 채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나름 괜찮은 공격이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이가몬의 검을 손으로 잡고는 나막신을 신은 발로 걷어차는 간쿠몬. 그런데 나막신이 몸에 닿는 순간, 이가몬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상위급 궁극체와 성숙기의 실력 차이를 생각해보면 회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분신인가!”
 
「이가류 그림자 분신」
 
 분신을 만들어 간쿠몬의 시선을 분산시키고는 수증기 안에 숨어서 상황을 살피던 이가몬은 슈리몬과 함께 협공을 시도했다. 한 자루의 검과 손발 끝의 수리검 네 개가 간쿠몬을 노리는데, 그는 침착하게 두 디지몬을 바라보고는 「하누카무이」와 호흡을 맞춰서 주먹을 내질렀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앗-!!!!!”
 
“크아악-!!!!!”
 
 이가몬과 슈리몬은 간쿠몬과 「하누카무이」의 주먹 러시에 당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나마 손속에 사정을 둬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부상을 심하게 입어 이번 싸움에서 리타이어했다.
 
“이가몬!”
 
“슈리몬!”
 
“나한테 맡겨.”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땅바닥에 쓰러진 이가몬과 슈리몬의 이름을 부르는 준과 류이치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을 한 피닉스는 품속에서 총 형태의 주사기를 꺼냈다.
 그 안에는 주황색 액체가 담겨져 있었는데, 피닉스가 방아쇠를 당기자 내용물이 이가몬의 몸 안으로 주입되었다. 이가몬의 차례가 끝나고, 슈리몬의 차례가 되자 탄창을 갈아 끼우듯이 새로운 유리관을 교체하여 주황색 액체를 슈리몬에게 주입했다.
 피닉스가 주사기와 텅 비어있는 유리관을 챙겨서 품속에 집어넣음과 동시에 이가몬과 슈리몬이 발작을 일으키며 몸부림을 쳤다. 눈동자가 주황색으로 물들면서 외상이 아물기 시작했고, 부셔진 뼈가 다시 맞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건?”
 
“익스트리미스(Extremis)야. 바알몬에게 쓴 이후로 개선을 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했어.”
 
 익스트리미스의 효과로 상태가 양호하게 된 이가몬과 슈리몬은 눈꺼풀을 감으며 잠에 빠졌다. 비록 완치가 됐지만 싸울 수 있는 상태는 아닌지라 준은 이가몬을, 류이치는 슈리몬을 크로스로더에 회수했다.
 이것으로 안심할 수 있게 되자 샤우트몬X4B, 메탈그레이몬, 스패로우몬, 사이버드라몬, 모니터몬 셋은 포메이션을 다시 짰다. 그러나 간쿠몬은 그들이 손을 쓰기 전에 먼저 행동을 취했다. 먼저 모니터몬 셋이 있는 후방으로 이동하여 그들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이가몬, 슈리몬에게 날린 주먹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힘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모니터몬 셋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그것을 본 유코는 염려가 가득한 얼굴을 하며 그들을 크로스로더로 불러들었다.
 
“이제 남은 건 너희 넷이로군.”
 
“류이치! 우리를 디지크로스해줘!”
 
“알았어.”
 
[메탈그레이몬! 사이버드라몬! 디지크로스!]
 
“메탈그레이몬 + 사이버 런처!”
 
 메탈그레이몬과 사이버드라몬이 디지크로스를 할 때, 샤우트몬X4B는 샤우트몬X4와 베르제브몬(바알몬)으로 분리되었다. 이는 준이 디지크로스를 해제한 것으로, 사이버 런처가 수월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간쿠몬을 견제할 생각이었다.
 
「버닝 스타 크래셔」
 
「데스 더 캐논」
 
「윙 엣지」
 
 지상에 서있는 샤우트몬X4와 공중에 떠있는 베르제브몬(바알몬), 스패로우몬이 간쿠몬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샤우트몬X4가 상대를 일도양단할 마음을 먹으며 빠른 속도로 「스타 소드 DX」를 휘둘렀다.
 그리고 베르제브몬(바알몬)이 「베렌헤나 DX」에서 강력한 에너지탄을 발사했고, 스패로우몬은 고속으로 비행하다가 자신의 두 날개로 그를 베어버리기 위해 끊임없이 궤도를 바꿨다.
 물론 세 디지몬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고, 간쿠몬은 열심히 회피하면서 메탈그레이몬을 곁눈질했다. 그도 샤우트몬X4, 베르제브몬(바알몬), 스패로우몬이 자신의 발을 묶기 위해서 공격한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다.
 
“받아라!”
 
「사이버 기간틱 런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메탈그레이몬은 사이버 런처에 모을 수 있는 에너지는 모조리 모아서 응축하더니 한 줄기의 광선으로 발사했다. 최대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필살기로, 세 디지몬은 그것을 보자마자 흩어져서 피했다.
 반면 간쿠몬은 「하누카무이」에 힘을 줘서 선명하게 떠오르게 하더니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특유의 기합을 지르면서 「사이버 기간틱 런처」의 광선을 네 개의 주먹으로 분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뭐라고?!”
 
“오라앗-!!!!!”
 
「철권제재」
 
 메탈그레이몬이 경악을 하고, 류이치가 디지크로스를 해제하기 전에 간쿠몬은 두 주먹으로 메탈그레이몬과 사이버 런처를 두들겨 팼다.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던 메탈그레이몬은 세 디지몬으로 분리되었다.
 이것으로 간쿠몬과 싸울 수 있는 디지몬은 샤우트몬X4, 베르제브몬(바알몬), 스패로우몬으로 줄어들었다. 상당히 위급한 상황에서 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유코를 바라봤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디지크로스를 하자.”
 
“디지크로스? 설마 스패로우몬과!”
 
“응.”
 
 준의 속뜻을 헤아린 유코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지만, 3초도 안 돼서 결심을 굳혔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한 명의 소년과 한 명의 소녀는 크로스로더를 치켜들며 X자로 교차했다.
 
“샤우트몬X4!”
 
“스패로우몬!”
 
[디지크로스!]
 
 크로스로더에서 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스패로우몬의 몸통과 날개가 분리되었다. 몸통은 샤우트몬X4의 왼팔에 끼워지듯이 결합했고, 날개는 샤우트몬X4의 등에 장착됐다. 마지막으로 머리의 장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디지몬이 탄생했다.
 
“샤우트몬X5!”
 
“재미있군. 어디 한 번 전력으로 와 봐라!”
 
 간쿠몬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을 하자 샤우트몬X5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등의 날개를 통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염없이 솟아오르다가 성층권에 이르러 멈추더니 무기를 간쿠몬에게 겨누고는 아래로 낙하했다.
 
「지신! 신명! 신치! 친부!」
 
「메테오 버스터 어택」
 
 마치 운석처럼 기세를 타며 떨어지는 샤우트몬X5를 보고 다시 한 번 「하누카무이」를 실체화시킨 간쿠몬은 맞불을 놓는 것처럼 충돌하려고 했다. 두 디지몬이 맞부딪치는 순간, 굉음과 함께 일대가 초토화되면서 수백 미터의 대(大)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이 여파는 구경을 하는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멤버들과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에게도 미쳤다. 그나마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는 피닉스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그들을 공중에 띄웠고, 시스터몬 자매를 양어깨에 태우고 점프한 제스몬은 여파가 사라지자 지상으로 내려오는 식으로 회피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라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크레이터의 중심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흙먼지를 날아가게 만들었다. 사살 바람이 아니라 기백으로 간쿠몬과 샤우트몬X5의 모습이 드러났다.
 간투몬은 두 손으로 「스타 소드 DX」와 스패로우몬의 몸통이 장착된 왼팔을 붙잡고 있었고, 샤우트몬X5는 날개에 달린 추진기를 사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간쿠몬의 악력이 보통이 아닌지라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고, 게다가 그의 등 뒤로 「하누카무이」가 주먹을 쥔 상태로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
 
「메가 플레임」
 
「더블 임팩트 SDX」
 
 그 때, 유일하게 크로스로더에 들어가지 않았던 그레이몬이 입에서 화염을 방사했고, 베르제브몬(바알몬)은 다리에 차고 있던 산탄총을 꺼내 연속으로 탄환을 발사했다.
 베르제브몬(바알몬)의 공격은 그럴 거라 예상했지만, 그레이몬이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간쿠몬은 「하누카무이」를 돌려 화염과 탄환을 막아냈다. 당연하게도 두 디지몬의 공격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는데, 자연히 시선이 분산되었다.
 그리고 빈틈을 기회로 살리고자 샤우트몬X5는 준, 유코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하도 은밀하게 행한 탓에 간쿠몬은 눈치를 채지 못했고, 준과 유코는 샤우트몬X5의 디지크로스를 해제했다.
 
“아뿔싸!”
 
 바리스타몬, 도루루몬, 스타몬즈, 스패로우몬, 베르제브몬(바알몬)이 사방에서 공격을 하려고 하자 간쿠몬은 망토처럼 걸치고 있는 코트를 휘둘러 접근을 막았다. 실력 차이로 인해 다섯 디지몬은 너무나도 간단히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디지몬 하나가 보이질 않았다. 붉은색의 소룡으로 손에 마이크를 쥔 샤우트몬 말이다. 샤우트몬이 X4B가 되었을 때, 오메가몬과 닮은 얼굴을 보고 내심 당혹해했었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샤우트몬의 공격을 대비하려는데, 쓰러져 있던 그레이몬이 벌떡 일어나더니 간쿠몬을 향해 돌진했다. 몸에 상처가 가득하지만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공격을 하려고 하자 간쿠몬은 손을 뻗어 그레이몬의 머리에 달린 뿔을 붙잡았다.
 
“포기를 모르는군.”
 
“왜? 싫은가 보지?”
 
“아니, 오히려 마음에 들어. 싫어하지 않거든.”
 
 간쿠몬과 대화를 나누는 그레이몬은 온 몸에 힘을 줘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 때문에 상처가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지만, 오직 간쿠몬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너무나도 끈질긴 행동에 간쿠몬은 다른 쪽 손으로 그레이몬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 순간, 그레이몬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데 갑자기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떠오르자 간쿠몬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숨어있던 샤우트몬이 뛰어오르면서 마이크를 휘둘렀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간쿠몬은 자신을 자책하면서 「하누카무이」를 소환했고, 먼저 그레이몬을 던져버렸다. 그런 뒤에 「하누카무이」의 주먹으로 샤우트몬을 후려쳤는데, 복부에 주먹이 꽂히면서 샤우트몬은 허공에 잠시나마 떠오르다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 샤우트몬은 주먹이 복부에 닿기 전에 마이크의 장식 부분을 간쿠몬의 얼굴에 갖다 댔다. 물론 얼마 안 돼서 날아가 버렸지만, 장식 부분이 얼굴을 긁으면서 상처가 생겨났다.
 
“이거야 원.”
 
“쿨럭! 약속대로 협력해주겠지?”
 
“그래. 약속은 지켜야지.”
 
 뺨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협력하겠다는 말을 한 간쿠몬은 시스터몬 자매를 바라봤다. 이에 둘은 제스몬의 어깨에서 내려 샤우트몬과 그레이몬에게 다가가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가는 와중에 간쿠몬은 피닉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투기를 내뿜으며 몸을 푸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제외한 모든 이는 저도 모르게 긴장감을 품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잠시 나와 어울려줬으면 한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알겠습니다. 다만 적당히 봐주시길.”
 
 피닉스는 간쿠몬이 다음 말을 하기 전에 허리춤에서 채찍, 「도화금편」을 꺼내들고는 바로 휘둘렀다. 용의 화신으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처럼 꾸불텅꾸불텅 움직이며 급소를 후려치려고 했다.
 재빠르고 매서운 공격에 간쿠몬은 「하누카무이」로 막아내면서 한편으로는 피닉스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러나 피닉스는 주머니에서 쇠구슬을 꺼내 던졌다. 일반적이라면 간쿠몬에게 곧바로 날아갔겠지만, 「도화금편」이 쇠구슬을 후려쳐 두 개로 나눠지게 만들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쇠구슬을 네 개, 여덟 개, 열여섯 개, 서른두 개로 늘렸다.
 
“저한테는 금속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비슷하군.”
 
“무슨 말인지?”
 
“아무 것도 아니다.”
 
 간쿠몬이 말을 마치자마자 피닉스는 서른두 개의 쇠구슬을 조종하여 압박을 가했다. 조그맣기 때문에 위력과 내구성이 약해서 간쿠몬이 코트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가루가 된 쇠구슬이 합쳐지면서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위력과 내구성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가끔씩 「도화금편」이 먹이를 노리는 한 마리의 뱀처럼 간쿠몬을 공격했다.
 시간이 흘러서 쇠구슬은 네 개까지 줄어들었다.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디지몬들과 싸우느냐고 체력이 소모된 간쿠몬은 한 방의 기회를 노리려고 했다. 그러나 「도화금편」이 두 다리를 휘감아서 넘어뜨렸고, 네 개의 쇠구슬이 U자로 변형되면서 간쿠몬의 목, 두 팔, 허리에 채워졌다.
 
“뭣이-?!”
 
“이제 끝을 보죠.”
 
 자기장을 간섭하여 공중으로 날아오른 피닉스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공간전이」의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세히 보니 전후 각 1개의 철제 원통형 바퀴를 가진 중장비형 기계였다. 그 이름은…….
 
“로드롤러다!”
 
“큭!”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피닉스가 현실 세계<리얼 월드>에서 소환한 로드롤러를 잡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깔아뭉개려고 하자 간쿠몬은 「하누카무이」를 사용해서 기합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그것을 본 피닉스는 금속 조종 능력으로 로드롤러의 움푹 파인 바퀴를 원상복구하고는 말을 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탈출은 불가능합니다.”
 
[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주먹, 왼쪽 팔꿈치와 오른쪽 주먹을 번갈아가면서 로드롤러를 두들기는 피닉스. 일명 오라오라와 무다무다의 러시 대결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하누카무이」의 힘이 서서히 약해져갔고, 피닉스는 WRYYYYAAAA라는 기합소리를 지르더니 주먹을 힘껏 내리쳤다.
 이로 인해 로드롤러는 간쿠몬을 완전히 깔아뭉갰고, 피닉스는 그 직전에 「도화금편」과 하나로 뭉친 쇠구슬을 회수하고는 로드롤러에서 내려왔다.
 
“스승님!”
 
“걱정하지 마. 간쿠몬은 무사해.”
 
“…그 말대로다.”
 
 피닉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드롤러의 위에서 간쿠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온 몸이 엉망진창으로 흰 코트에 흙이 묻어 더러워졌다. 분명 로드롤러에 깔려서 쥐포가 되어있어야 할 간쿠몬이 그나마 멀쩡한 상태로 서있자 피닉스는 「도화금편」과 쇠구슬을 거두고는 설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가 무사한 이유는 「하누카무이」의 특수한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야.”
 
“특수한 능력?”
 
“그건 내가 직접 설명하지. 예전에 밀레니엄몬과 지드밀레니엄몬이라는 디지몬과 싸운 이후에 나는 실력을 늘리기 위해 수련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하누카무이」가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그 능력이라는 것은?”
 
“일시적으로 시간을 멈추는 것이다.”
 
 시간 정지. 『반신』 중에서 오라클만이 쓸 수 있는 능력이자 권능으로 다른 『반신』이나 디지몬들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는 간쿠몬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처음에는 1초도 안 된다고 말할 수준인 찰나의 시간밖에는 멈추지 못했지만, 지금은 3초까지 멈출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3초라면… 채찍과 쇠구슬을 회수했을 때로군요.”
 
“덕분에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지. 고맙다.”
 
“당신은 적이 아니니까요.”
 
 간쿠몬이 로드롤러에서 내려오자 피닉스는 로드롤러를 원래대로 고치고는 「공간전이」를 사용하여 현실 세계<리얼 월드>로 되돌려 보냈다. 이것으로 싸움이 완전한 의미로 끝을 맺자 모두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싸우고 난 뒤에 지친 심신을 다독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의논할 생각이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것이다.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전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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