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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12신의 본거지.
높디높은 산 위에 위치해있으며 거대한 신전과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어둠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터벅터벅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두 개의 인영이 슬쩍 드러났다.
“네가 말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더군.”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결계의 강도를 약화시켰다.”
“다행이군요. 덕분에 계획이 어긋나지 않게 됐습니다.”
“그거야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고…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디지몬 한 명이 질문을 하자 다른 한 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대고는 속삭이듯이 말을 했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듣고 있던 디지몬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띤 것을 봐서는 좋은 것은 아닌 듯했다.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군. 그대로 하지.”
“감사합니다.”
지혜를 빌려준 정체불명의 존재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떠나야겠다는 말을 한 뒤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홀로 남게 된 디지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손가락을 튕겼고, 동시에 벽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여러 개의 거대한 유리관이 드러났다.
수십 개의 전선이 연결된 유리관 안에는 각각의 디지몬들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들어가 있었고, 바닥에 숨겨져 있던 제어 장치가 위로 올라왔다. 그는 거침없이 장치에 손을 올렸고, 작동되기 시작하면서 유리관 내부의 디지몬들이 지니고 있는 생명 에너지가 빠져나갔다.
*
새벽.
올림푸스 12신의 본거지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고 있는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와 협력자들.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마을은 어둠에 잠긴 것 같았는데, 제일 먼저 일어난 피닉스가 이가몬(닌자몬), 슈리몬(수리몬), 모니터몬, 츠와몬을 은밀히 불렀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 무엇 때문에 우리를 깨운 겁니까?”
“결계 너머로 들어가기 전에 할 일이 있거든.”
“그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이것을 결계 주변에 설치해줘.”
피닉스가 여섯 디지몬에게 건네준 것은 지뢰 형태의 기계였다. 그것을 보고 처음에는 무슨 용도에 쓰이는지 질문을 했으나 침묵을 지킴으로서 답변을 하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가몬, 슈리몬, 츠와몬이 양손에 들고 등에 짊어지는 식으로 세 개를 챙기고, 모니터몬 셋이 두 개의 손으로 기계 하나를 들고는 현 장소에서 벗어났다.
“…저 기계가 잭에게 의뢰해서 제작했다는 『그거』인가?”
“맞아.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에는 사용할 일도 없겠지만.”
“흠. 어쨌거나 날 부른 이유를 설명해주실까?”
“로얄 나이츠를 관찰해줘.”
“염려가 되나 보는군.”
“당연하지. 잘못하면 내전이 벌어지게 되니까.”
일행의 협력자인 제스몬과 친분을 쌓은 로드나이트몬이 걱정돼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훗날의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서인지 현재로서는 피닉스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7대 마왕과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 로얄 나이츠 측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파는 보통이 아닐 것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후마는 피닉스의 명령 겸 부탁을 받아들였고, 임무를 빠르게 수행하고자 곧바로 떠났다. 아무도 없는 바깥에서 홀로 서서 하늘을 바라보던 피닉스는 다른 일행들이 자고 있는 한 채의 집으로 들어갔다.
“아직은 어린아이로군.”
준, 류이치, 유코와 노조무가 뒤척이면서 이불을 치우자 피닉스는 정성스럽게 이불을 덮어줬다. 진이야 10대 후반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냥 놔뒀고, 슬슬 자리에 누우려는데 눈을 뜬 레이븐과 마주치게 됐다.
“너무 빨리 깨어났군.”
“신경이 쓰여서 말이지.”
“그저 만약의 사태에 관한 대비책이야.”
“……웬만하면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나도 똑같은 생각이야.”
피닉스와 레이븐은 대화를 나누면서 여섯 디지몬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들이 돌아오자 한 명의 인간과 일곱 디지몬은 누워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침임을 상징하는 해가 하늘에 떠올랐고, 하나둘씩 깨어나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두 일어났군.”
“요리… 하는 중인가?”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으니 그 동안에 준비를 했을 뿐이지.”
초능력으로 조리 기구를 원격조종하여 음식을 만드는 피닉스. 다른 이들은 그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편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과정은 생략하기로 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그들은 올림푸스 12신의 본거지를 보호하고 있는 결계 앞에 섰다.
어떻게 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들어가더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의 대처 방법을 의논하고 있는데, 윙윙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결계가 해제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다수가 당황해하고 있는 와중에 뜻밖에도 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준?!”
“결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지금으로서는 들어갈 수밖에 없어. 안 그래?”
“맞는 말이야.”
“류이치, 너마저.”
“그러면 너는 남아있을 거야?”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당연히 같이 가야죠.”
유코나 진처럼 염려를 하고 있는 이들은 준의 행동에 당황해하지만, 준 본인을 비롯해서 류이치와 피닉스의 말에 결심을 굳혔다. 그렇게 해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및 협력자들은 안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결계가 다시 형성되면서 갇힌 셈이 되어버렸다.
“경계를 늦추지 마.”
“함정… 인걸까?”
“가보면 알겠지.”
피닉스는 붉은색의 대구경 자동 권총인 「아바(ABBA)」에 속한 베니(Benny)와 애니프리드(Anni-Frid)를 발뒤꿈치에 장착하고, 아그네사(Agnetha)와 비요른(Bjorn)을 쉽게 꺼내서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두고는 「도화금편(桃花禁鞭)」을 허리춤에 달았다.
이에 디지몬들도 무기를 챙기거나 태세를 갖췄고, 아이들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뒀다. 산을 올라가는데 워낙 높아서 점점 지쳐가자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오후가 되서야 정상에 도달했고, 정면에 있는 거대한 신전을 발견했다.
“여기가 올림푸스 12신의 본거지로군.”
“맞아. 로얄 나이츠의 중간기지로 알려져 있는 로얄 베이스와는 달리 올림푸스 12신이 모두 여기에 거주하고 있지.”
“…노크를 해야 할까요?”
“하는 편이 좋겠지. 다만 온건한 편이 좋을까? 아니면 과격한 편이 좋을까?”
여기서 피닉스가 말하는 온건함은 노조무가 제시한 의견인 노크이고, 과격함은 「아바」의 방아쇠를 당겨서 총성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모두가 온건함을 선택했고, 과격함에 마음을 뒀던 피닉스 본인도 노조무의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과격하게 행동한다면 올림푸스 12신은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테고, 충돌이 일어난다면 협력하기가 어려워진다. 그 때문에 일단 자신의 생각을 밝혔을 뿐이었고, 주머니에서 꺼낸 금속을 조종하여 간접적으로 문을 두들겼다.
“조용하네.”
“한 번 더 해볼까?”
[끼익-!]
다시 한 번 문을 두들기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면서 한 명의 디지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발로 서있는 사자의 형상을 한 그는 주황색 빛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등 뒤의 장식 사이에는 조그마한 태양구가 떠있었다.
그는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인 아폴로몬이었다. 아스카가 디지털 월드에 처음 와서 여행을 다녔을 때, 만난 적이 있으며 그 당시 레이븐도 곁에 있었으므로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아폴로몬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는… 레이븐인가?”
“오랜만입니다. 아폴로몬.”
“복귀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저 두 소년이 아스카의 조카로군.”
“거기까지 정보가 알려진 건가?”
“물론이지. 그 중에는 너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피닉스.”
아폴로몬의 말에 굳이 자기소개를 할 필요가 없어진 피닉스는 노크를 할 때 사용했던 금속을 거둬들였다. 이제 신전 안으로 들어가 다른 올림푸스 12신과 대면하여 대화를 나누면 되는데, 갑자기 피닉스가 손을 들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했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결계 바깥의 마을에 거주하고 있던 디지몬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까.”
“글쎄. 잘 모르겠군.”
“…마을에서 7대 마왕과 싸우던 중에 결계가 순간 약해졌습니다. 그 때문에 발바몬과 리바이어몬이 후퇴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아마 결계와 충돌했을 때, 견디지 못하고 약해진 거겠지.”
“그럴듯하군요.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예전에 검은 열매 같은 것이 3대 천사와 휘하 천사들을 변질시킨 적이 있었는데… 미약하게나마 감지되는 같은 파장이 당신에게서 나오는 이유를 알려주실까요?”
피닉스와 아폴로몬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은 갑작스러운 발언에 충격을 받아 경악과 당황함을 드러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피닉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아폴로몬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배를 움켜쥐며 폭소를 터뜨렸다.
“어떻게 감지한 거지?”
“부하 겸 동료 한 명이 파편 하나를 구해서 분석을 했거든. 그 덕분에 당신이 검은 열매 비스름한 걸 받아들였다고 추측했지.”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겠지. 네 추측대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폴로몬은 피닉스의 추측을 사실이라고 인정하고는 힘을 방출했다. 사악한 기운이 주변의 공기를 탁하게 만들더니 아폴로몬의 모습이 어느새 달라졌다. 정확히는 붉은색이었던 몸체는 검게, 주황색인 부분은 짙은 파란색으로 변한 것이었다. 설마 했는데 사실로 판명되자 피닉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스스로 타락한 거지?”
“……설마 그거 때문인가!”
“레이븐. 이유를 알고 있어?”
“예전에 「그녀」로 인해 올림푸스 12신과 대련을 한 적이 있었어. 그 때, 일행이었던 노완동이라는 『반신』이 아폴로몬과 주먹을 맞부딪친 적이 있었는데, 실수로 고환을 박살내버렸어.”
“아….”
레이븐이 말한 아폴로몬의 사연을 들은 여성들은 짧게 한탄하는 소리를 냈고, 남성들은 창백해진 얼굴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거나 손으로 급소를 가렸다. 반면 아폴로몬은 붉어진 얼굴에서 분노와 치욕의 감정을 드러내더니 검은색의 화염 구체를 날렸다.
“수치스러운가 보군. 그래서 악마와 손을 잡았나?”
“그래. 예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다. 설령 영혼을 팔더라도 말이지!”
“쯧쯧, 안타깝군. 내 과학 지식과 마법을 사용하면 복구하는 게 가능한데.”
“이미 늦었다.”
검은색의 화염 구체는 「아바」의 총구에서 나온 탄환에 의해 분쇄되었다. 그 후에 피닉스는 아폴로몬과 대화를 나눴고, 끝에 이르러서는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소속의 모든 디지몬과 협력자들이 싸울 태세를 갖췄다.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지!”
“제스몬… 로얄 나이츠인가? 어디 네 말이 맞는지 스스로 확인해봐라!”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살기를 드러내던 제스몬과 아폴로몬. 그 중에서 제스몬이 빠른 속도로 가까이 이르더니 양팔에 달린 두 자루의 검을 휘둘렀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공격이지만, 7대 마왕이나 3대 천사와 싸울 때와는 달리 제약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목숨은 간신히 부지할 만큼의 위력이 담겨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폴로몬은 그저 바라만 보다가 오른손을 뻗었고, 검과 맞부딪치자 엄청난 굉음이 일어났다. 본래라면 타격을 입었겠지만, 정작 아폴로몬은 밀려나지 않았으며 어떠한 부상도 입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다. 모두들 경악하는 가운데, 아폴로몬이 비어있는 왼손을 주먹 쥐고는 제스몬에게 내질렀다.
“…「공간전이」를 쓴 건가?”
“잘못하면 육체가 기억자로 꺾일 뻔했어.”
“덕분에 살았군. 그나저나 아폴로몬의 힘이 보통이 아니야.”
“잘못하면 한 방에 끝나게 될 거야. 모두들 조심해.”
아폴로몬의 주먹이 제스몬의 복부에 닿기 전에 피닉스가 「공간전이」를 사용하여 제스몬을 자신의 곁으로 이동시켰다. 제스몬은 아폴로몬과 충돌하면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음을 느껴 충고를 했고, 피닉스 역시 이를 감지했기에 제스몬과 의견을 같이 했다.
“샤우트몬!”
“메탈그레이몬!”
[초진화!]
“오메가샤우트몬!”
“지크그레이몬!”
「애로우 오브 아폴로」
샤우트몬과 어느새 디지크로스를 완료한 메탈그레이몬이 모습을 바꿈과 동시에 아폴로몬이 양손에 달린 광옥에서 작열하는 화살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찰나의 순간에 와이즈몬, 바로몬, 홀리엔제몬(홀리엔젤몬)이 힘을 합쳐서 방어막을 만들어내고, 닌자 스타일의 디지몬인 이가몬, 슈리몬, 모니터몬 셋과 메르큐레몬(머큐레몬)이 힘을 보태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버거워하자 다크나이트몬과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 피닉스도 힘을 보태서 방어막의 위력을 훨씬 강화시켰다. 그 덕분에 아폴로몬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와이즈몬, 바로몬, 홀리엔제몬, 이가몬, 슈리몬, 모니터몬 셋은 힘을 너무 소모한 나머지 탈진 상태가 되어버렸다. 즉, 당분간은 싸울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런!”
“쉬고 있어.”
「헤비 도루루 캐논」
「메테오 캐논」
「템프테이션」
「브라흐마 실」
「네이로 코르소」
도루루몬과 디지크로스를 한 바리스타몬은 중저음의 파동과 두 줄기의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스타몬즈와 디지크로스를 한 베르제브몬(바알몬)은 「베렌헤나 SDX」를 위로 겨누고 나서 하나의 탄환을 발사했고, 곧이어 분열하여 유성처럼 떨어졌다.
그리고 리리몬(릴리몬)이 아폴로몬의 생명력을 빼앗아 조금이라도 약화시킬 생각으로 분홍색 꽃가루를 자욱하게 펼쳤고, 아르다몬이 디지코어(전뇌핵)의 성스러운 불꽃을 한계까지 불태워서 태양에 가까운 고온과 고밀도를 지닌 중심핵을 만들어내더니 폭발을 일으켰고, 카르마라몬이 입에서 용해성의 먹물을 내뿜었다.
「스모키 팡」
「이레이즈 클로」
「리히트 앙그리프」
「리프 사이클론」
데커드라몬이 송곳니에서 연막을 발생시켜 시야를 가리고, 사이버드라몬이 아폴로몬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자 발톱에서 엄청난 진동 파도를 일으켰다. 그리고 베오울프몬이 왼손에 달린 미사일 포드인 「로란트 2」에서 복수의 추적 미사일과 주포를 발사했고, 페탈드라몬이 머리의 주변에 달린 잎을 회전시켜 발사했다.
「랜덤 레이저」
「트윈 스피어」
「콜드 개그」
「닌법 풍신파」
「슈발츠 레르자츠」
스패로우몬이 「사나오리아」에서 불규칙한 두 줄기의 광선을 발사했고, 다크나이트몬이 아폴로몬을 찌르고자 연속으로 창을 내질렀고, 베츠몬이 입의 재갈을 풀어 복장이 뒤집어지다 못해 실제로 폭발시키는 아저씨 개그를 했고, 츠와몬이 구자인법(九字忍法)을 맺은 다음에 팔을 움직여 강력한 바람의 파동을 일으켰고, 라이히몬이 주위 일대의 모든 물리법칙을 무력화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공격을 펼쳤다.
여담으로 다크나이트몬과 츠와몬이 디지크로스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소나이트몬의 공격이 과연 통할지가 의문이고, 위력이 너무 강해서 포신을 강제 냉각시키기 때문에 연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후후후!”
“하늘이….”
[우르릉 쾅쾅!]
오메가샤우트몬과 지크그레이몬을 제외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소속 디지몬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붓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수십 개의 번개가 내리쳤다. 원거리형 필살기는 번개와 충돌하면서 분쇄되었고, 근거리형 필살기는 번개에 막혀서 튕겨져 나갔다.
“번개라고?! 그건 유피테르몬이 사용하는 힘인데.”
“설마…… 혹시 모르니 한 번 확인해볼까?”
[팟-!]
아폴로몬이 번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피닉스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떨떠름한 어조로 말을 하면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가 손을 떼면서 땅바닥에 갖다 댔고, 동시에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곧이어 불꽃은 여러 개의 머리가 달린 뱀의 형상으로 바뀌었고, 아폴로몬에게 화염 덩어리를 내뱉었다.
“디지털 월드의 생명체가 아닌 건가?”
“다른 차원의 정령이지. 참고로 말하는 거지만, 화염과 번개는 통하지 않아.”
“그렇다면 상극 속성의 공격을 하면 되지.”
히드라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면서 별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한 아폴로몬은 땅바닥을 발로 찼다. 그와 동시에 물기둥이 솟구치면서 히드라를 삼켜버렸고, 증발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전에 피닉스가 그릇을 꺼내서 히드라를 덮친 물기둥의 일부를 담고는 가면 아랫부분을 떼어냈다. 혀를 내밀어 그릇에 담긴 물을 살짝 맛보는데, 퉤퉤 소리를 내며 침을 뱉어냈다.
“이거, 소금물이야.”
“예?”
“여기는 내륙지방이고, 설령 염분이 섞였더라도 그렇게 짜지는 않을 텐데?”
“지하수를 말하는 거라면 틀렸어. 내가 말하는 건 바닷물이야.”
“잠깐! 그 말은…… 설마?!”
“다른 올림푸스 12신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겠지.”
일반적이라면 불가능한 일을 태연하게 말하는 피닉스, 경악을 하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는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측과 협력자들, 딱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긍정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폴로몬.
만약 피닉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그들로서는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100% 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심 갈등을 겪고 있는데, 아폴로몬이 아이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피닉스는 「공간전이」로 아이들을 다른 장소로 옮기면서 아폴로몬의 앞을 가로막으며 「아바」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벌레한테 물린 수준도 안 된다는 거로군. 좋아, 방식을 바꾸지!”
아폴로몬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탄환을 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멀쩡한 모습을 보이자 피닉스는 아그네사와 비요른를 거두고 「도화금편」을 꺼내들었다. 채찍을 휘둘러 타격하면서 다리에 장착한 총으로 사격을 가하는 불릿 아츠를 사용하는데, 「아바」의 공격은 아까 말한 대로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도화금편」의 공격이 아폴로몬의 피부에 상처를 입히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가서 통하지 않게 되었으니, 아폴로몬이 채찍의 끝부분을 맨손으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주인이 아닌 자가 사용할 생각으로 접촉하게 되면 생기를 왕창 빨아들여 버리지만, 아폴로몬은 자신의 힘으로 억누르는 것으로 리스크를 방지했다.
“이런!”
“갈!”
[쿵-!!!]
설마하니 「도화금편」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피닉스는 아폴로몬의 기합 소리와 함께 허공에 붕 뜨다가 근처에 있는 나무와 충돌했다. 덤으로 그 나무가 부러지면서 피닉스를 덮쳐 깔아뭉갰고, 아폴로몬은 가까이 다가가 나무를 치우더니 피닉스의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이에 오메가샤우트몬과 지크그레이몬, 제스몬은 피닉스를 구하려고 했으나 나무와 덩굴이 갑작스럽게 움직여 장애물이 되는 것으로 세 디지몬의 앞을 막아섰다. 다른 디지몬들 역시 도와줄 수가 없는 가운데, 아폴로몬은 오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을 했다.
“네 추측대로 나는 다른 올림푸스 12신들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강제적으로 탈취한 거지만.”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시간벌이인가? 뭐, 상관없지. 네가 말한 악마와도 같은 존재와 손을 잡고 나서 대부분의 올림푸스 12신을 제압한 다음에 힘을 추출하는 기계에 넣었다. 그 기계와 연결된 나는 더욱 강해졌고, 그들의 힘을 사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잠깐. 그렇다면 마을에 있어야 할 디지몬들이 없는 이유는…….”
“올림푸스 12신을 제압하기 전에 내 힘을 강화시키기 위한 제물로 만들었지.”
“조금이나마 동정심을 가졌었는데… 그새 사라져버렸어.”
“동정심은 필요 없다. 어쨌거나 너를 포함해서 몇몇 디지몬은 내 힘을 강화시키는 제물이 되어줘야겠다.”
아폴로몬의 말에는 제물에 해당되지 않는 디지몬들과 인간 아이들은 살려두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피닉스는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아폴로몬에게 빠져나오고자 양손을 뻗었다.
그러나 아폴로몬이 손에 힘을 줘서 피닉스의 목을 졸랐고, 그 때문에 숨통이 막히고 힘이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통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피닉스가 굳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빅토라이즈 뱅킹」
「하이퍼 런처」
「아우스제네릭스」
「충격날개」
「헤븐즈 게이트」
「이가류 수리검 던지기」
「이터널 니르바나」
「쿠사나기」
「메테오 댄스」
「풍차」 × 3
「럼블 블렌드 넘버 2」
「디바인 피어스」
「미키 불릿」
피닉스가 아폴로몬의 시선을 자신에게 옮기는 사이에 나무와 덩굴을 소멸시킨 세 디지몬을 비롯한 다른 디지몬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오메가샤우트몬이 태양보다도 밝게 빛나는 정의에의 정열을 머리의 V자에서 발한 상태로 돌격하고, 지크그레이몬이 원거리에서 고위력의 에너지탄을 발사했고, 제스몬이 자신의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고치는 것으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활동을 선보였고, 레이븐이 날개를 회치면서 발생한 충격파와 함께 날개로 들이박았다.
이어서 기력이 회복된 아홉 디지몬… 홀리엔제몬이 검으로 원을 그려 아공간으로의 문을 열었고, 이가몬이 거대한 수리검을 던졌고, 와이즈몬이 양손에 떠있는 「시공석」에 봉인하려고 했으며, 슈리몬의 공중으로 점프하고는 등에 달린 큰 수리검을 던졌고, 바로몬이 우주에 있는 운석들을 쏟아 내리게 만들었고, 모니터몬 셋이 힘을 합쳐 바람을 일으켰고, 세피로트몬이 육체를 구성하는 구체를 섞고는 랜덤으로 하나를 골라 물 속성의 공격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회복을 전담했던 시스터몬 자매가 나섰는데, 동생인 블랑이 삼지창 「크로스 바비」를 내질러 찌르려고 했고, 언니인 느와르가 두 자루의 권총 「앤서니」를 난사했다. 물론 막강한 힘을 얻은 아폴로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신경이 거슬려서 비어있는 손으로 방어막을 형성해 막아내고 있는데, 갑자기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자 고개를 돌렸다.
“뭣-?!”
“이거나 먹어라.”
[푸슉-!]
금속 조종 능력으로 회수한 「도화금편」으로 아폴로몬의 목을 휘감은 피닉스는 손잡이를 잡아당겨 아폴로몬과 가까이 마주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비어있는 왼손에 감도는 분홍빛 에너지를 나이프 형태로 만들더니 아폴로몬의 머리에 찔러 넣고는 에너지를 뇌에 주입하여 폭발을 일으켰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허용하게 된 아폴로몬은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고통 어린 비명을 질렀다. 그 덕분에 자유를 되찾은 피닉스는 「공간전이」를 사용해서 아이들의 곁으로 이동했다.
“위험할 뻔했네.”
“크아아아악-!!!!!”
“…이럴 줄 알았으면 뇌는 건드리지 말걸 그랬나?”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잖습니까.”
피닉스와 아이들이 만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아폴로몬이 거대한 화염구를 생성하여 날렸다. 이를 보고 모두가 힘을 합쳐서 막아내려고 했는데, 정체불명의 디지몬 둘이 불쑥 튀어나와 방어막을 형성했다. 아홉 디지몬이 주축과 보조를 맡아 만들어낸 방어막보다 훨씬 위력이 강해서 아폴로몬의 화염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이후 두 디지몬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금으로 된 장식으로 치장하고 푸른색 구체가 달려있는 지팡이를 쥐고 있는 남청색 망토를 두른 여성이고, 다른 한 명은 토끼를 닮았으며 백색 갑옷 차림에 양 어깨와 양 다리에는 파란색의 초승달 장식과 눈을 감은 하얀색 초승달 장식이 달려있는 여성이다.
“유노몬! 디아나몬!”
“아폴로몬에게 붙잡힌 줄 알았는데?”
“잘 생각해봐. 아폴로몬이 피닉스와 대화를 나눴을 때, 전부가 아니라 대부분이라고 말했잖아. 그렇다면 일부는 무사하다는 뜻과 마찬가지야.”
“도망친 줄 알았는데, 여기에 있었나?”
“현실 세계<리얼 월드>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등잔 밑이 어둡다.”
“그런 건가. 가까이 있는 것이 도리어 알아내기 어려우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장소가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지.”
“잘 됐군. 이번 기회에 당신들도 제물로 삼아주지.”
아폴로몬이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살짝 제정신이 아닌 듯한 상태로 유노몬, 디아나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피닉스가 사이토락의 진홍 밴드(Crimson Bands of Cyttorak)를 사용해서 아폴로몬을 포박했다. 이어서 라나몬과 세피로트몬, 모니터몬 셋이 물을 뿌렸고, 디아나몬이 냉기를 일으켜서 얼려버렸다.
“이것으로 시간을 벌었군.”
“일시적이지만. 오늘은 후퇴하고, 훗날을 기약해야겠어.”
“……이의는 제기하지 않겠어.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나가려고?”
유노몬의 말대로 올림푸스 12신의 본거지에는 강력한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다 아폴로몬이 손을 봐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럴 거란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으므로 피닉스는 닌자 타입의 디지몬들에게 부탁해서 설치한 지뢰 형태의 기계를 작동시켰다.
[삐걱-!]
“결계 버전의 EMP지. 효과가 짧으니까 어서 빠져나가자고.”
“피닉스! 얼음이….”
유노몬이 워프 게이트를 만드는 중에 유코의 말대로 아폴로몬을 가두고 있던 얼음이 깨져가고 있었다. 잘못하면 다시 한 번 싸워야 하는지라 피닉스는 「아바」를 모두 꺼내 띄우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바」의 중심부에 박힌 노란색, 하늘색, 분홍색, 연두색의 보석이 빛을 일으켰다. 이윽고 아폴로몬을 중심으로 북동쪽, 북서쪽, 남동쪽, 남서쪽에 위치하더니 마법진을 형성했다. 그로 인해 얼음의 해빙 현상이 멈췄고, 동시에 워프 게이트가 완성됐다.
“원래는 7대 마왕을 속박할 때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안타깝네요.”
“괜찮아. 설계도와 그 동안 모아뒀던 데이터가 있으니 개량형을 만들면 돼.”
“가도록 하지.”
피닉스와 노조무가 대화를 하는 사이에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소속 디지몬들은 진화, 디지크로스를 해제하고는 크로스로더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븐이 결계가 복구되기 전에 나가자는 말을 하자 피닉스는 아이들과 협력자 디지몬들, 디아나몬, 유노몬과 함께 워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 명도 빠짐없이 워프 게이트 너머의 장소로 넘어갔고, 결계가 복구되면서 워프 게이트는 유지되지 못하여 결국 사라져버렸다. 얼음 안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던 아폴로몬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사이토락의 진홍 밴드」와 디아나몬의 얼음, 「아바」의 속박 프로그램이 시너지를 이뤄서 봉인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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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에 닥터 스트레인지(영화)의 설정인 미스틱 아츠가 나왔고, 그 중에는 사이토락의 진홍 밴드가 있는데 이쪽이 어감이 더 좋아서 사이토락의 붉은 끈에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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