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오스타시스가 세운 탑.
첫 번째 대련은 블랙길몬이 블랙그라우몬으로 진화한 후 당연하게 고전을 겪다가 율릭의 도움을 받아 블랙메가로그라우몬으로 진화하고 나서야 역전할 수 있었다. 대련이 끝나면서 미노타르몬은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러 떠났고, 블랙메가로그라우몬은 아직 퇴화하지 않은 상태로 자리를 옮겼다.
“수고했어.”
“이 정도 가지고 뭘.”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그 전에 누가 나설지를 정해야지. 테리어몬, 쟈자몬, 어떻게 할래?”
블랙메가로그라우몬을 칭찬한 율릭은 스미스의 말을 듣고 바닥에 앉으면서 두 파트너 디지몬을 바라봤다.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눈빛, 미소가 모두 온유하여 테리어몬과 쟈자몬은 긴장을 풀고 입을 열어 말했다.
“내가 할게.”
“제가 하겠습니다.”
“…이럴 땐 무조건 일대일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죄송합니다.”
“하는 수 없지. 빠르면서도 그나마 공평한 방법으로 정해야겠군.”
테리어몬과 쟈자몬이 동시에 자원하자 스미스에게 푸념을 털어놓고 2개의 주사위를 소환한 율릭. 정육면체의 각 면에 점 개수로 숫자가 새겨져 있으며 더 잘 구르고 사용하기 편하도록 꼭짓점과 모서리가 둥글게 가공되어 있었다.
“높은 수가 나온 쪽이 먼저 하는 거야.”
“알았어.”
“그럼 주사위를 던져.”
율릭에게 주사위를 건네받은 두 파트너 디지몬은 각각 손가락과 부리를 움직였다. 2개의 주사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잠시 구르다가 윗면을 드러내며 멈췄다. 테리어몬이 던진 주사위에서 6이 나왔고 쟈자몬이 던진 주사위에서 2가 나왔으므로 테리어몬이 두 번째 대련을 하게 되었다.
“완전체 디지몬을 불러오겠습니다.”
[펑!]
“이 몸, 등장!”
“열혈적인 성격의 디지몬이군.”
가르고몬으로 진화할 테리어몬과 대련을 할 완전체 디지몬은 전갈처럼 생겼으며, 뼈처럼 생긴 하얀색 외골격을 가지고 있고, 칼날처럼 생긴 독침이 꼬리 끝에 달려 있었다. D-워치의 도감 기능으로 곤충형에 데이터종의 스콜피오몬(전갈몬)임을 알아낸 율릭은 테리어몬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여기서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겠지만 세대 차이를 무시하면 안 돼.”
“주의할게.”
“좋아. 이제 날뛸 시간이야.”
[진화!]
D-워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받은 테리어몬은 가르고몬으로 진화했다. 스콜피오몬(전갈몬)은 사막이 아닌 곳에서 최대한 낌새를 보이지 않으며 배후를 노리려고 했다. 하지만 가르고몬은 큰 덩치와는 달리 움직임이 민첩해서 스콜피오몬(전갈몬)을 마주보고 강한 각력으로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귀를 펼쳐 활공하면서 두 팔의 발칸에서 총알을 난사하는 「개틀링 암」을 사용했다. 가르고몬이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붓자 스콜피오몬(전갈몬)은 가벼운 독가스를 내뱉어 자신의 모습을 감췄다. 본디 「블랙아웃」은 상대의 시력을 빼앗는 기술이지만 보호 주문이 유지되는 한 가르고몬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
“어라, 어디로 갔지?”
“바닥을 파고 안으로 들어갔어.”
“가르고몬, 당신이 내려오는 순간 스콜피오몬(전갈몬)에게 공격을 받을 겁니다.”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덤덤 어퍼」
본래 적의 품에 파고들어 아래에서 「개틀링 암」으로 올려치는 기술이지만 이번만큼은 주먹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휘둘러 내리꽂는 오버핸드(Overhand) 방식을 취했다.
가르고몬이 낙하함과 동시에 스콜피오몬(전갈몬)이 꼬리를 치켜들고 끝에 있는 맹독침으로 맞대응했다. 전력을 다해 충돌하면서 섬광이 번쩍 빛났고, 스콜피오몬(전갈몬)은 우두둑 소리를 듣게 되었고, 가르고몬은 힘에 밀려 데굴데굴 굴러갔다.
“뼈에 무리가 가긴 했지만 부러지지는 않았다!”
“율릭. 날 완전체로 진화시켜줘!”
“에너지 충전 중이야. 현재 90%가 넘었으니 3분 정도는 기다려야 해. 아니다, 2분으로 줄었어.”
율릭의 말에 가르고몬이 「개틀링 암」을 근거리에선 권투글러브나 금속 건틀릿 장갑처럼 사용하고 원거리에선 총기나 대포처럼 사용하여 먼저 공격했다. 스콜피오몬(전갈몬)은 한 쌍의 하얗고 빨간 집게발과 꼬리의 맹독침으로 반격했으나 애초에 죽일 생각이 없었고 보호 주문에 가로막혀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100% 충전 완료!”
[초진화!]
“래피드몬!”
가르고몬과 스콜피오몬(전갈몬)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벌써 2분이 지났다. 에너지가 가르고몬에게 전달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했는데, 실루엣은 털이 없는 푸들을 연상시켰고, 귀 모양의 거대한 레이더가 달려있고, 리볼버를 등에 장비하고 있는 녹색의 사이보그가 되었다.
곧바로 목 부분의 프로텍터를 닫아 하늘색의 두 눈만 드러낸 래피드몬은 두 팔과 리볼버에서 호밍 미사일을 연속으로 발사하는 「래피드 파이어」를 사용했다. 스콜피오몬(전갈몬)은 다시 한 번 바닥에 숨으려고 했으나 호밍 미사일 일부가 폭발하면서 바닥을 뒤흔들었다.
“이런!”
“마무리는 이거다!”
「골든 트라이앵글」
「포이즌 피어스」
양팔을 좌우로 높이 들고 양다리를 모아 Y포즈를 취한 래피드몬은 양손과 양발 끝에서 나온 빛으로 삼각형을 형성해 황금빛의 광선을 발사했다. 이에 스콜피오몬(전갈몬)은 꼬리 끝의 맹독침을 앞세웠다. 래피드몬의 필살기는 데이터를 분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맹독침이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둔다면 스콜피오몬(전갈몬)은 디지타마(디지몬알)가 될 것이다. 율릭은 그것까지는 원치 않은 터라 다른 차원의 힘을 사용했다. 황동 너클처럼 생긴 긴 반지를 소환해 검지와 중지에 걸쳐 착용하고, 그 손을 앞으로 내민 뒤에 반대쪽 손을 회전시켜 원형의 포탈을 생성했다.
스콜피오몬(전갈몬)이 포탈 아래로 떨어지면서 「골든 트라이앵글」은 표적을 놓치고 바닥에 명중했다.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스콜피오몬(전갈몬)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율릭에게 감사를 표하며 래피드몬에게 항복의 뜻을 전했다.
“내가 졌다!”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긴 하네.”
“이제 쟈자몬만 남았군. 바로 이어서 할까? 아니면 좀 쉬었다가 할래?”
“힘들지 않겠습니까?”
“피로가 쌓이고 있긴 해. 하지만 여기서 잠시 멈추기에는 아까워서 말이야.”
율릭의 말은 고사성어 중 하나인 『파죽지세(破竹之勢)』와 같았다.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 속되게 말하자면 분위기를 타고 한 방에 밀고 나간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블랙메가로그라우몬과 래피드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쟈자몬도 동의를 했다. 두 번째 대련이 끝나면서 스콜피오몬(전갈몬)은 분해된 맹독침을 복구하러 떠났다. 그리고 대련의 흔적이 지워지듯이 사라지더니 새로운 완전체 디지몬이 등장했다.
[후기]
다음은 완전체 진화 끝 + 율릭 참전으로 스토리가 진행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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