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체르니.
5 대 2의 대련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한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 후 율릭,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 베르제브몬은 아슬린족, 아쿠에리족, 에네르쥬족, 바루루나족의 장과 평의회를 주관하는 현자 디지몬 셋을 따라 회의실로 이동했고 거기서 오랜 시간 동안 논의를 거쳤다.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있기는 했으나 결렬될 정도는 아니었기에 계속 진행되었다. 시간이 흘러 결론을 내리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했는데 헥세블라우몬이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과 동행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윗체르니 측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미스틱 아츠/신비학의 언어는 문명만큼이나 오래됐다. 고풍스러운 마법사들은 이 언어를 '주문'이라 불렀지만, 그 단어가 꺼려진다면 현대 감각에 맞춰 '프로그램'이라고 불러도 돼. 현실을 형성하는 소스 코드지. 우리는 다른 멀티버스의 차원으로부터 추출한 에너지를 운용해, 주문을 시전하고, 보호막과 무기를 소환하며, 마법을 만들어낸다.”
모든 학생들이 모여 있는 강당에서 엘드리치 라이트로 마법진을 그리면서 미스틱 아츠에 대해 강의하는 율릭. 윗체르니를 통치하고 있는 일곱 디지몬이 미스틱 아츠의 전승을 거래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율릭 입장에서는 만약을 위한 보험이라 생각해서 거절하지 않았다.
“무수한 멀티버스를 배우는 것은 무수한 위험을 배우는 것과 같지.”
“잘못 사용하면 윗체르니에 위기가 닥친다는 겁니까?”
“최악의 경우 멸망할 수도 있으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이제 미스틱 아츠와 관련된 장비와 마법서를 만들어야 하니 도움이 필요합니다.”
강의를 마친 율릭은 교수들에게 시선을 옮기면서 존댓말을 사용했다. 숙련된 마법사로서 대부분의 학생들보다 빠르게 미스틱 아츠를 이해한 교수들은 율릭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양측이 합작하여 어느 디지몬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크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슬링 링」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힘을 보관해둔 유물(Relic)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태양의 서(The Book of the Invisible Sun)」, 「신천문학(Astronomia Nova)」, 「코덱스 임페리움(Codex Imperium)」, 「솔로몬의 열쇠(Key of Solomon)」, 「맥심스 프라이머(Maxim’s Primer)」, 「카글리오스트로의 서(The Book of Cagliostro)」 등의 마법서를 디지문자로 편찬했다.
참고로 「카글리오스트로의 서」에는 도르마무와 다크 디멘션에 관한 내용, 「아가모토의 눈」과 그 사용법에 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가모토의 눈」은 애초에 만들지 않았고 도르마무와 다크 디멘션은 극도로 위험해서 경고문을 앞에 적어두고 사용할 수 없도록 단순한 지식으로 개정했다.
“여러분 덕분에 시간이 많이 단축됐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율릭. 준비를 마쳤어.”
“양해해줘서 고마워.”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 월드로 돌아가야지.”
“위그드라실을 막아야 하니까요.”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의 대화에서 유추해 낼 수 있는 사실은 평소처럼 숙박하지 않고 곧바로 떠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위그드라실의 수작으로 인해 디지털 월드로 돌아갈 수 없으니 우회하여 다른 차원의 디지털 월드를 거쳐 세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현자 디지몬 셋이 그곳의 좌표를 알려주면서 마력을 보탰고 율릭이 「슬링 링」을 착용한 손을 앞으로 내민 뒤 반대쪽 손을 회전시켜 「게이트 웨이」를 열었다. 포탈이 잠시 유지되도록 엘드리치 라이트를 강화한 율릭은 윗체르니의 통치자인 일곱 디지몬과 마법학원의 교수들 및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이 또한 인연이니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겁니다.”
“저희들도 그날을 기대하겠습니다.”
“헥세블라우몬. 그대가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하길 바라겠소.”
“진력을 다하겠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 헥세블라우몬은 「게이트 웨이」 너머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 웨이」는 스스로 닫히면서 사라졌다. 참고로 그들이 간 다른 차원의 디지털 월드는 호스트 컴퓨터인 호메로스가 관리하며 올림푸스 12신이 네트워크 보안 최고위로 군림하며 통치하고 있는 일리아스라는 곳이었다.
*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
윗체르니의 현자 디지몬 셋 덕분에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한 율릭은 제일 먼저 성장기인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을 궁극체인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으로 진화시켰다. 곧이어 베르제브몬과 헥세블라우몬에게 무기를 꺼내고 주변을 경계할 것을 지시했다.
그와 동시에 디지몬 하나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더니 손에 쥐고 있는 단검을 그들에게 겨누었다. 땅바닥에 발자국이 있는 걸로 봐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의 정보를 획득한 율릭은 당연하게도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메르크리몬(머큐리몬). 올림푸스 12신 가운데 가장 빠른 자.”
“넌 도대체 누구냐?”
“밝힐 생각은 있는데 여러 번 말하고 싶진 않아. 그러니 올림푸스 12신이 모두 모였을 때 이야기하겠어.”
“…난감한 요구를 하는군. 만약 내가 거부한다면 어쩔 거지?”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은 율릭의 의미심장한 말을 두 귀로 듣고 여러 각도로 꺾인 유리에 가로막힌 사방을 두 눈으로 봤다. 대화를 나누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현실 공간을 미러 디멘션으로 감싼 율릭은 뛰어난 준족(駿足)을 가진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이 역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마법을 사용했다.
율릭의 손에서 나온 굵직하고 용암처럼 붉은 끈이 눈 깜짝할 새에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을 휘감았다. 구속이 완료된 순간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면서 두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휘청거렸다. 「사이토락의 진홍 밴드」로 인해 힘을 못 쓰게 된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은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지구 = 리얼 월드(현실 세계)의 역사서에 ‘먼저 행동하면 남을 제압하고, 나중에 행동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先發制人, 後發制於人)’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지. 넌 뛰어난 준족을 가지고 있지만 결단이 늦어서 나한테 당한 거야.”
“부정하지 않겠다.”
“그럼 내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나?”
“……하는 수 없군.”
가령 「사이토락의 진홍 밴드」를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혼자서 궁극체 디지몬 다섯을 상대하는 건 벅찬 일이었다. 그러한 까닭에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은 체념 섞인 목소리로 항복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경험하고 배운 것을 토대로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의 심리를 읽어낸 율릭은 「사이토락의 진홍 밴드」를 해제했다.
이제 미러 디멘션에서 나갈 차례였다. 율릭이 「게이트 웨이」를 열었는데 미러 디멘션 바깥의 현실 공간이 아니라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을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장소를 목격하게 되었다. 그곳은 각각의 거주지에서 지내는 올림푸스 12신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만신전<판테온>(萬神殿<Pantheon>)이었다.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이 앞장을 서고 베르제브몬,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 헥세블라우몬이 뒤를 따르고 율릭이 마지막에 만신전<판테온>으로 넘어갔다. 간단한 손짓으로 미러 디멘션과 연결된 「게이트 웨이」를 닫아버린 율릭은 또 다른 「슬링 링」을 소환해서 비어있는 손에 착용했다.
“압도적인 힘으로(Power Overwhelming)!”
“큭!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는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서 집정관(아콘)처럼 힘을 증폭시킨 율릭은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열한 개의 「게이트 웨이」를 열었다. 이어서 「게이트 웨이」를 뒤로 밀어 나머지 올림푸스 12신을 만신전<판테온>으로 이동시켰다.
위그드라실의 리얼 월드(현실 세계) 처분을 두고 보존과 멸망으로 의견이 양쪽으로 나뉜 올림푸스 12신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여 간신히 말을 했다. 그러다가 「슬링 링」을 소멸시킨 율릭과 궁극체 디지몬 다섯의 곁에 있는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을 보고 어찌된 일인지 납득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율릭 네이트 오언. 리얼 월드(현실 세계)에서 온 인간이자 아카식 레코드의 관측자이며 8000년 이상을 살아온 역사의 괴물이올시다.”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해라.”
“디지털 월드로 돌아가기 위해서지. 윗체르니에서 실패했는데 일리아스에서 성공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의견이 통합되지 않은 우리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건가?”
“도울 수 있도록 만들 거야. 여의치 않을 때엔 『최악의 방법』까지 동원할 거고.”
율릭의 말에 멸망을 택한 넵튠몬, 디아나몬, 미네르바몬은 무기를 겨누고 마르스몬, 아폴로몬은 주먹을 쥐었다. 유일하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베누스몬은 마음의 눈으로 율릭이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마지막 수단으로 미룰 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존을 택한 유피테르몬, 유노몬, 메르크리몬(머큐리몬), 불카누스몬, 케레스몬, 바커스몬은 침묵을 지키며 지켜볼 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아주 간단한 방법을 제안하겠어. 너희와 우리가 6 대 6으로 싸우고. 패자는 승자의 뜻에 따르는 거야.”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대처할 수단이 있는 거겠지.”
“그동안 심심했었는데 마음껏 싸울 수 있겠네!”
디아나몬, 아폴로몬, 미네르바몬이 차례차례 말을 하고 넵튠몬, 마르스몬, 베누스몬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멸망 측의 여섯 디지몬이 결심을 굳히자 율릭은 즉시 미러 디멘션을 전개했다. 유경험자인 메르크리몬(머큐리몬)을 제외하고 나머지 올림푸스 12신은 다 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몇 분 뒤에 침착함을 되찾은 여섯 디지몬은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 헥세블라우몬과 싸우려고 했다. 그런데 무언가가 간섭하는 것처럼 힘이 잘 나오지 않았다. 멸망 측 여섯 디지몬은 의아해하며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러 디멘션의 벽에 룬 문자가 새겨져 있음을 발견했다.
“저걸 지워야겠군!”
“누구 마음대로?”
멸망 측 좌장인 넵튠몬이 사념을 가진 창 「킹스 바이트」를 던져 룬 문자를 파괴하려고 했다. 이에 율릭은 미러 디멘션의 지배권을 활용하여 공간을 뒤집고 비틀고 분리시켰다. 「킹스 바이트」는 애꿎은 벽과 충돌한 뒤 주인에게 돌아갔고 율릭은 후드를 망토로 바꾸고 「지퍼스 크리퍼스」를 소환한 뒤 넵튠몬과 대치했다.
이제 5 대 5로 누가 누구와 싸울지를 정하면 된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베르제브몬이 아폴로몬을 상대로 정했고, 헥세블라우몬이 디아나몬을 상대로 정했고, 카오스듀크몬이 미네르바몬을 상대로 정했고, 세인트가르고몬이 마르스몬을 상대로 정했다. 메탈릭드라몬은 자동적으로 베누스몬을 상대하게 됐다.
“나의 사랑을 담아.”
「LOVEYOU」
「레이저 캐논」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자애로 가득 차 있으며 사랑을 담당하는 베누스몬은 전력을 낼 수 없음에도 메탈릭드라몬을 무력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비둘기 「올리브」와 조개 「보탄」이 그녀를 돕지만 메탈릭드라몬은 접근하지 않고 원거리 공격을 가했다. 메탈릭드라몬이 거리를 두고 베누스몬이 거리를 좁히는 일종의 술래잡기가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거리가 좁혀지자 베누스몬은 받게 되면 두근거린 다음에 뒤로 넘어져버리는 키스를 실체화시켜 날렸다. 허무하게 당할 생각이 없는 메탈릭드라몬은 즉시 꼬리의 레이저 건에 에너지를 모았다가 강력한 광선으로 바꾸고는 일직선상에서 발사했다.
“원거리 공격은 나한테 통하지 않을 거다.”
“그거야 모를 일이지.”
「버스트 샷」
「밀집기교」
폭발음이 들려오고 이를 배경으로 삼아 세인트가르고몬과 마르스몬이 싸우고 있었다. 세인트가르고몬이 온몸에 탑재된 열 계열의 병기를 일제히 사격하는데 마르스몬은 다음 일격을 대비하는 기술을 응용해서 공격을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냈다. 실질적인 피해는 제로(0)이며 미사일이 2개 남아있긴 하지만 그것도 패링(Parrying)해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어쩔 수 없이 세인트가르고몬은 마르스몬에게 유리한 근접전을 벌여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두 디지몬의 체급이 같지 않아서 세인트가르고몬이 무조건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처럼 마르스몬은 웬만해선 통하지 않는 격투기로 세인트가르고몬을 공격했다.
룬 문자로 인해 힘이 약해졌고 보호 주문에 막혀 마르스몬의 공격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격했고 보호 주문이 약해지는 듯하자 주먹을 내질러 불기둥을 보내는 「무한파동」을 사용했다. 마르스몬의 공격에 세인트가르고몬은 보호 주문이 감싼 거대한 몸으로 부딪쳐 상쇄시키고 양 어깨에 있는 「자이언트 미사일」을 영거리 사격했다. 여담으로 마르스몬에게 명중한 「자이언트 미사일」의 얼굴 문양이 씩하고 미소를 지었다.
“얍! 얍! 얍!”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네!”
「도미니온 블레이드」
「폴링 랜스」
아주 작은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괴력을 지닌 미네르바몬과 바이러스 종의 본능에 눈을 뜨긴 했지만 스스로 제어가 가능한 카오스듀크몬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미러 디멘션에 새겨진 룬 문자 때문에 미네르바몬은 괴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고 카오스듀크몬은 부담이 줄어들어서 여러 번 허를 찌를 수 있었다.
왼팔의 소형 방패로 카오스듀크몬의 공격을 막아내던 미네르바몬은 오른손의 대검 「올림피아」를 있는 힘껏 던졌다. 단순한 투척이 아니라 백색의 참격이 더해진 것인데 카오스듀크몬은 높이 뛰어올라 피하더니 아래로 떨어지면서 「발뭉」으로 미네르바몬을 찔렀다.
물론 소형 방패에 막혀서 제대로 된 피해는 입히지 못했다. 첫 번째 필살기를 교환했으니 두 번째 필살기를 교환할 차례였다. 카오스듀크몬은 마창으로 강력한 연타 공격을 하는 「데몬즈 디자스터」를, 미네르바몬은 앞으로 구르며 「올림피아」로 베는 「스트라이크 롤」을 사용했다.
두 필살기가 맞부딪치는데 무기의 중량을 따지면 「발뭉」보다 「올림피아」가 더 무거워서 카오스듀크몬은 휘청거리더니 무기를 놓칠 뻔했다. 그 틈을 노려 미네르바몬이 카오스듀크몬을 단칼에 베어 버렸다. 보호 주문에 의해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충격은 전달받은 카오스듀크몬은 「발뭉」을 손으로 변화시켜 「올림피아」를 붙잡고 「고르곤」을 앞으로 내밀면서 「쥬데카 프리즌」을 날렸다,
“얼음을 다루는 자들끼리 싸우게 됐군.”
“어디 한 번 실력을 보여 봐라.”
「헥토 엣지 블리자드」
「애로우 오브 아르테미스」
윗체르니에서 얼음의 프로페셔널로 대우받는 헥세블라우몬과 올림푸스 12신으로서 물과 얼음을 담당하는 디아나몬은 대치를 거쳐 필살기를 주고받았다. 헥세블라우몬이 얼음으로 만든 창을 앞으로 내밀고 곧바로 눈보라처럼 무수한 빙검을 내리게 했다. 한편 디아나몬은 등의 동기에서 가늘고 날카롭고 장대하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음의 화살을 뽑아 날려 대응했다.
형태가 다른 얼음이 충돌하면서 가루가 되었고 시간이 흘러 녹으면서 물이 되었다. 디아나몬이 양쪽 끝이 반원형의 달처럼 생긴 창으로 헥세블라우몬의 얼음 창에 맞서면서 근접전을 벌였다. 생김새로만 따지면 디아나몬의 무기는 베는 데에 탁월하고 헥세블라우몬의 무기는 찌르는 데에 탁월했다.
두 디지몬은 무예를 펼쳐 서로의 빈틈을 공략하려 했다. 도중에 헥세블라우몬의 무기가 절단됐지만 별문제 없이 마법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수십여 합을 겨루다가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즉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를 겸해서 대치 상태에 돌입했다.
“덤벼라, 고양이.”
“닥쳐, 까마귀.”
「더블 임팩트」
「애로우 오브 아폴로」
헥세블라우몬과 디아나몬이 신사적으로 싸운 것과는 달리 베르제브몬과 아폴로몬은 서로를 도발하면서 일종의 개싸움을 벌였다. 두 자루의 산탄총 「베렌헤나」을 연사하고, 양손의 광옥에서 작열의 화살을 연속으로 쐈다. 상대를 노린 필살기는 서로 충돌하면서 상쇄되었다.
하는 수 없이 근접전을 벌이는데 주먹으로 패거나 손톱으로 할퀴며 부상을 입히거나 입었다. 문제가 있다면 디아나몬과 조그레스를 해야 새로운 개체가 되는 아폴로몬과는 달리 베르제브몬은 단독으로 모드 체인지나 X진화(제볼루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베르제브몬이 유리해지며 실제로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죽어라!”
「웨이브 오브 뎁스」
“난 죽을 수 없는 상태야.”
넵튠몬이 모든 것을 삼킬 만한 특대 해일을 불러내자 율릭은 미러 디멘션을 조작해서 격리시킨 다음에 「지퍼스 크리퍼스」의 방아쇠를 당겼다. 세 개의 총구에서 세 발, 총 여섯 발의 탄환이 날아가다가 엘드리치 라이트를 내뿜더니 대폭발을 일으켰다. 넵튠몬은 간발의 차로 방어막을 만들어내어 대폭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했다.
방어막의 주성분인 바닷물이 증발하고 나서 넵튠몬은 「킹스 바이트」를 들고 율릭에게 돌진했다. 「지퍼스 크리퍼스」에서 탄환을 발사하여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고자 했으나 별 소용이 없자 다른 차원의 악마, 마담 케프리의 두 팔을 소환해 「킹스 바이트」와 넵튠몬의 멱살을 거머쥐었다.
“나는 괴물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난 그저 인간이지.(I'm not a monster, or a god. I am just a human being.)
그래서 너는 무슨 신이라고 했더라?(What were you the God of, again?)”
“윽!”
원래라면 디지털 월드: 일리아스에서 모든 해양 디지몬을 다스리는 해신(海神)이라고 말해야하지만 입 밖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숨통이 막혔다. 마담 케프리의 팔이 넵튠몬을 들어 올렸다가 힘껏 내던졌고 율릭은 「게이트 웨이」를 열어서 넵튠몬을 자신의 등 뒤로 이동시켰다.
그 후에 마담 케프리의 다리를 소환하고 돌려차기를 먹여서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게이트 웨이」로 되돌렸다. 넵튠몬이 앞에 나타나고 「게이트 웨이」가 닫히자 율릭은 마담 케프리의 두 주먹으로 연타했다. 마지막에는 붕권을 사용해서 더욱더 큰 타격을 입혔다.
“룬 문자가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너희가 지는 일은 없었을 거야.”
“으으…….”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가 보네. 누가 넵튠몬을 대신해서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겠어?”
“패자로서 승자의 뜻에 따르겠다.”
멸망 측의 신인형 디지몬 여섯 중에서 넵튠몬, 아폴로몬, 미네르바몬, 마르스몬은 부상을 입었고, 디아나몬은 피로가 덜 풀렸고, 베누스몬이 가장 멀쩡했다. 다만 베누스몬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들어간 거고 본심은 중립에 가까웠기에 디아나몬이 두 디지몬(넵튠몬, 베누스몬)을 대표해서 말을 했다.
이로서 싸울 이유가 없어졌으니 율릭은 「게이트 웨이」를 여러 군데 열어서 자신을 포함한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 헥세블라우몬과 신인형 디지몬 여섯을 미러 디멘션 바깥으로 이동시켰다. 현실 공간으로 돌아온 그들은 보존을 택한 여섯 디지몬을 마주하게 되었다.
6 대 6으로 의견이 나뉘었던 올림푸스 12신은 율릭에 의해 통합되었다.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은 성장기로 퇴화했고, 율릭은 베르제브몬과 헥세블라우몬을 좌우에 두고 올림푸스 12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것이 무엇…… 인지는 다음에 밝히도록 하겠다.
[후기]
원래는 천천히 작성해서 2023년 9월에 올리려고 했는데 막상 쓰다 보니 2023년 8월 23일에 올리게 됐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율릭이 단독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으니 이해 또는 양해를 구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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