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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게 되서 정말 기뻐.”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래도 살아서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여기서 만날 줄이야.”
“아스카가 말한 일이 널 뜻하는 줄은 몰랐군. ……가이오몬.”
검은색의 일본 무사의 갑옷을 두르고 양손에는 곡선 형태에 가까운 쌍검을 쥔 디지몬, 가이오몬은 오랜만에 만난 스승과 옛 동료들, 면식이 있거나 한때 적이었던 디지몬을 보면서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아스카는 탈진 상태로 쓰러져 있는 노조무를 보자마자 얼굴을 굳어졌다. 그와 동시에 초고속으로 움직여 한 손으로 상반신을 들어 올리면서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다른 한 손으로 트레이드마크인 크로스백에서 물약을 꺼내 먹였다. 투명하지만 언뜻 볼 때에는 영롱한 빛이 감도는 액체가 노조무의 몸 안으로 들어가고, 에너지가 퍼지면서 몸 상태가 호전되어가고 있었다.
“…엄마.”
“또 무리하는구나.”
“죄송해요.”
“…아직은 회복이 덜 됐으니 쉬고 있으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아스카는 노조무를 다독이면서 피닉스로 활동할 때부터 입고 있던 검은색의 가죽코트를 벗어 이불처럼 덮어줬다. 그러고는 두 팔로 안아서 유키토와 유이, 페라리우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노조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면서 이마에 뽀뽀를 해줬다.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내 아들을 보살펴줘.”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그래야지. 상대가 상대니까.”
동생과 올케의 말에 답을 한 아스카는 손을 뻗어 땅바닥에 놓여있는 황금색의 크로스로더를 염동력으로 회수했다.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갈 때마다 적도 아군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와서 말을 못 하고 있는데, 아스카가 마법을 사용하여 아군의 소모된 기력을 회복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조무에게 보여줬던 따뜻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7대 마왕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벨페몬에 이르러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져버렸다. 살기로 가득한 눈동자로 노려보다가 주먹을 쥐는 듯한 손짓을 하자 벨페몬은 괴로움과 고통이 담긴 비명을 질렀다.
“벨페몬?!”
“내 아들을 저렇게 만든 대가는 치러야지.”
“그만 둬!”
「카우다」
벨페몬을 구하기 위해 리바이어몬이 두 갈래로 나눠진 거대한 꼬리로 아스카를 후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리바이어몬의 공격은 염동력에 의해 도중에 막혔고, 오른손으로 꼬리 끝부분을 잡은 아스카는 리바이어몬을 들어 올렸다가 땅바닥에 이리저리 패대기쳐버렸다.
일반적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의 아스카는 피닉스 포스를 받아들인 것으로 예전보다 강해졌으며 분노로 인해 잠재력이 개방된 터라 압도적인 힘을 선보일 수 있었다. 리바이어몬이 땅에 부딪칠 때마다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흔들리자 대지를 진흙탕으로 바꾸고는 마지막으로 내리침과 동시에 땅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당분간 그렇게 있도록 해.”
“잠깐만!”
“MBC 라디오의 캠페인 제목은 왜 언급하나요?”
“루체몬과 가이오몬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
“딱 봐도 시간을 벌 생각이로군.”
“…상관없을 것 같은데. 어쩌면 설명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고, 슬슬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으니까.”
아스카는 「쌍수호박(雙手互博)」의 원리를 이용하여 오른손으로 리바이어몬이 진흙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억누르고, 왼손으로 벨페몬의 신체를 짓눌러 근육과 뼈에 충격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피닉스 포스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본인의 힘으로 행하는 것이라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7대 마왕이 시간을 벌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려는 속셈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이를 용납했다. 자기도 휴식을 취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염동력을 거둬 리바이어몬과 벨페몬에게 자비를 베풀고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의문을 해소시키고자 했다.
“먼저 루체몬에 관한 얘기를 하지. 벨페몬이 봉인에서 빠져나왔을 때…….”
*
옛 다크 에리어(DA) 지역의 깊고 깊은 지하.
최종 전쟁<아마겟돈>의 패배로 봉인된 것을 수치로 여긴 루체몬은 힘을 키우는데 열중했다. 그러는 동안 오라클이 아포칼립스의 일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협력을 요청했고, 이후 세월이 흘러 블랙 버틀러가 주인의 계획에 이용하고자 방문하여 회유하려고 했다.
하지만 루체몬은 오라클의 요청을 거절했고, 블랙 버틀러의 회유를 무시했다. 사실 타인이 봉인을 풀어주지 않아도 본인의 힘으로 봉인을 깨뜨릴 수 있는데,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현상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단 한 명의 인간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말이다…….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봉인 장소로군.”
“넌 누구냐?”
“타치바나 아스카라고 합니다.”
“오~ 최초로 디지털 월드에 온 인간이 여기에 오다니. 제법이군.”
루체몬이 비꼼과 감탄이 섞인 어조로 말을 하자 아스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반신』이나 그에 맞먹는 존재가 아니면 접근이 어렵고, 설령 진입했다 하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아스카는 피닉스 포스를 통해 잠재력을 최대한 개방한 상태로 들어온 것이었다.
“저에 대해 알고 있다니… 바깥의 정보를 접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나 보네요.”
“그런 셈이지. 흠,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할까?”
“원한다면.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당신을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확보? 도움을 요청한 오라클이나 너보다 먼저 와서 날 회유하려고 했던 정체불명의 녀석과는 다르군.”
“당신이 말한 정체불명의 녀석은 블랙 버틀러라고 합니다. 아포칼립스의 부하죠.”
생각지도 못한 타락한 『반신』 아포칼립스가 아스카의 입에서 나오자 루체몬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아포칼립스와 블랙 버틀러에 대해 질문을 했고, 아스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알려줬다.
7대 마왕의 반란과 벨페몬이 봉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포칼립스의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체몬은 외부의 봉인과 내부의 결계가 진동할 정도의 힘을 방출했다. 오만을 상징하는 마왕이다 보니 타인에게 이용당할 뻔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었다.
“여기에 계속 있게 된다면 결국 아포칼립스의 장기짝이 될 겁니다.”
“그럼 나보고 네 부하가 되라는 거냐?”
“7대 마왕의 정점이자 오만한 당신을 부하로 삼는다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기겠죠. 그렇게 되면 아포칼립스를 막을 수가 없으니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현명하군.”
“대신 동업자로서 대등한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봉인과 결계 안에서 아스카의 말을 들은 루체몬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꼭두각시가 될 것인가 동료가 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던 불편해할 것은 당연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직적인 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가 그나마 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내부의 결계를 해제했다.
“외부의 봉인은 네가 처리해라.”
“그렇게 하죠.”
루체몬이 아스카의 제안을 받아들였듯이 아스카도 명령처럼 들리는 루체몬의 말을 실행하고자 했다. 양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두 눈의 동공이 붉게 물들다 못해 조금씩 피를 흘릴 정도로 무리를 한 대신에 봉인을 문 열듯이 해제했다.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루체몬은 밖으로 나왔고, 아스카는 오른손으로 갈라져있는 상태를 유지시키고는 왼손에 힘을 줘서 에너지 덩어리를 봉인 내부로 흘러 넣었다. 불꽃과도 같은 에너지 덩어리는 자리를 잡자마자 루체몬의 모습을 취했고, 그 즉시 봉인을 원래대로 되돌린 아스카는 「공간전이」를 사용하여 루체몬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
*
“…그런 이유로 루체몬이 내 크로스로더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어제 말한 비장의 수가 루체몬이었군.”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이 이 경우에 적합하겠네.”
“내 생각으로는 속인 게 아니라 숨긴 것 같지만.”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와 협력자 디지몬들은 아스카의 입에서 나온 사실을 듣고는 각자의 생각을 말로써 드러냈다. 7대 마왕은 당사자인 루체몬과 분노가 이성을 집어삼킨 상태인 벨페몬을 제외하고는 충격을 받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몬은 아포칼립스(일부)에게 이용당하다가 한 번 죽음을 맞이했으며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발바몬, 리바이어몬은 가이오몬을 비롯한 여러 디지몬들과 함께 아포칼립스(일부)를 쓰러뜨리는데 힘을 보탰기 때문이었다.
“설마 가이오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도…….”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아포칼립스와 싸운 경험이 있으니까.”
“잠깐! 지난번에 만났을 때 인형 운운했던 건 우리가 이용당하고 있음을 뜻하는 건가?!”
“맞아요. 정체를 숨긴 블랙 버틀러가 당신들을 돕는 척하면서 아포칼립스의 힘으로 가치관 일부를 변질시켰습니다.”
“아포칼립스 그 놈이… 크윽!”
진실을 알게 된 다섯 마왕이 분개하고 있을 때,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거나 발버둥을 치면서 괴로워했다. 뜻밖의 사태에 모두들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데, 어둡고 탁하고 불길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3대 천사와 아폴로몬을 타락시켰던 검은 열매와 같은 파장이 감지되면서 아포칼립스의 마수에 걸리게 됐음을 깨달았다.
“데몬,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리바이어몬은 예전에 부상을 입었으니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이식했을 테고, 벨페몬은 여태까지 자고 있었으니 언제든지 기회가 있었을 테지. 발바몬은 잘 모르겠고…… 잭. 제피로스-원의 상태는 어때?”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완전히 고쳤습니다.]
“그러면 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제피로스-원이 비행을 시작하면서 미사일과 기관포를 꺼내기 시작했고, 아스카는 크로스백에서 「유성(流星)」, 「트리니티(Trinity)」, 「무룡(無龍)」, 「도화금편(桃花禁鞭)」을 꺼냈다. 두 자루의 검은 땅바닥에 꽂아놓고, 채찍과 산탄총(샷건)으로 형태를 바꾼 두 자루의 권총을 양손에 쥐는 것으로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와 동시에 리바이어몬이 몸을 뒤집어서 네 개의 다리로 땅을 밟았고, 다른 다섯 명의 마왕과 함께 나란히 서서 대치를 이뤘다.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와 협력자 디지몬들도 아스카의 곁으로 이동해 다시 한 번 싸우려고 하는데, 데몬이 초점 없는 두 눈으로 입을 열어 말을 했다.
“내 일을 방해하다니, 배짱이 대단하군.”
“그 목소리! 아포칼립스인가?!”
“페라리우스. 너 역시 내 수중에 뒀어야 했다.”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건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있다. 그저 푸념일 뿐이지.”
“흠,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블랙 버틀러는 어쩌고 본인이 직접 나섰지?”
“저기 있는 아스카가 알려줄 거다.”
여섯 마왕의 입을 빌려 덤덤하게 말을 하던 아포칼립스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아스카를 노려봤다. 섬뜩한 분위기에 대다수가 답답해하고 불쾌함을 느끼는데, 아스카는 태연하게 무시하면서 기억을 되살렸다.
그러던 중에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루체몬을 힐끗 보다가 아포칼립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실 루체몬이 빠져나올 때에 맞춰서 봉인 내부에 집어넣은 에너지 덩어리는 적을 속이기 위한 더미(Dummy)이기도 하고, 만약의 사태에는 자폭시켜 적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트랩(Trap)이기도 했다. 아마 블랙 버틀러가 루체몬을 해방시키려고 손을 쓰다가 에너지 덩어리를 건드렸을 것이다.
“블랙 버틀러는 살아있습니까?”
“살아있다. 당분간은 활동하기 어렵지만.”
“아쉽게 됐군요.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아스카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와중에 데몬이 「흑염」을 던졌다. 한 쌍의 도끼가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자 아스카는 「도화금편」을 휘두르고, 「트리니티」의 방아쇠를 당겨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록 오른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났지만, 탄환과는 달리 채찍으로 직접 부딪친 거라서 예상을 하고 있었다.
“오메가샤우트몬!”
“지크그레이몬!”
“레이븐.”
[더블 크로스!]
[진화!]
“샤우트몬DX!”
“오니스몬!”
아직 7대 마왕의 부하들이 생존해있는 관계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와 아스카 측, 협력자 디지몬들은 절반으로 나눠서 견제와 공격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견제 쪽은 부상을 입었으며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 전의를 상실한 상대 덕분에 제 역할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공격 쪽은 여섯 마왕을 상대하고자 서넛이 하나의 크루를 이뤘다. 먼저 샤우트몬DX, 다크나이트몬, 알파몬, 제스몬이 데몬을 맡았고, 가이오몬, 판쟈몬, 라스트, 듀나스몬이 베르제브몬을 맡았고, 아스카, 로드나이트몬, 쿠즈하몬, 디아나몬이 리리스몬을 맡았고, 데스몬, 고쿠몬, 아르다몬, 베오울프몬이 발바몬을 맡았으며, 레이븐, 데커드라몬, 발두르몬이 리바이어몬을 맡았으며, 루체몬, 아폴로몬, 라이히몬이 벨페몬을 맡았다.
“약하고, 무력한 것. 굴복해라.”
“누구 마음대로!”
“우리가 너한테 굴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빅토라이즈 뱅킹」
「트윈 스피어」
「궁극전인왕룡검」
「아우스제네릭스」
샤우트몬DX가 이마의 V자 장식에서 광선을 방출한 것을 시작으로, 다크나이트몬이 다크나이트몬이 양끝에 붉은 창이 달린 무기로 찌르거나 베는 행동을 취했고, 알파몬이 각성을 하여 가이오몬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친구인 오류우몬이 남긴 「궁극전인왕룡검」을 휘둘렀고, 제스몬이 자신의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고쳐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고는 모든 칼날로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데몬은 「플레임 인페르노」를 사용해서 샤우트몬DX의 필살기를 상쇄시켰고, 「흑염」을 휘둘러서 다크나이트몬과 알파몬을 밀려나게 만들었고, 검은 열매의 침식이 악화된 것에 맞춰서 강화된 힘으로 제스몬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깨어나자마자 친구와 싸우게 되다니.”
“불가항력이야.”
“이렇게 된 이상 완전히 끝을 내자고!”
「린화참」
「빙수권」
「기가 데스」
「드래곤즈 로어」
가이오몬이 「국린」으로 빛의 궤적을 일으켰고, 판쟈몬이 오른손에 냉기의 힘을 집중해 단번에 펀치를 날렸고, 라스트가 파이터 모드로 각성한 뒤에 오른팔의 「포지트론 레이저」를 가슴에 있는 용의 얼굴에 장착하고는 강력한 에너지파를 발사했고, 듀나스몬이 10투사와 같은 속성의 에너지탄을 양손바닥에서 발사했다.
이에 블래스트 모드로 각성한 베르제브몬은 「다크니스 크로우」를 사용해서 빛의 궤적을 박살냈고, 미들 킥을 날려서 냉기가 담긴 펀치와 충돌했고, 「베렌헤나」를 결합한 「블래스터」에서 파괴의 파동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총알을 같이 발사하여 드래곤 모드의 「메가 데스」보다 10배나 강한 라스트의 필살기를 막아냈고, 「블래스터」를 야구방망이처럼 휘둘러서 에너지탄을 튕겨냈다.
“너희는 날 이길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아젠트 피어」
「리번강」
「크레센트 하켄」
아스카가 리리스몬의 입을 빌린 아포칼립스의 말을 반박하는 사이에 로드나이트몬이 영거리에서 오른팔의 「파일 벙커」로 충격파를 꽂아 넣으려고 순식간에 접근했고, 쿠즈하몬이 허리의 벨트에 달려있는 통에서 관호(대롱여우) 한 마리를 꺼내서 공격을 하게 했고, 디아나몬이 달의 신비로운 힘을 발현시켜 적을 즉시 공격하게 만들었다.
이에 리리스몬은 폭탄을 터뜨려서 로드나이트몬의 접근을 막았으며, 곱디고운 왼손으로 쿠즈하몬의 관호를 후려쳐서 통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고, 손 모양의 괴수를 소환하는 「엠프리스 엔블레이즈」를 통해 자신을 대신해서 디아나몬의 공격을 받게 했다.
세 디지몬의 공격을 막아낸 리리스몬이 양 손에서 검은색의 광선을 발사했다. 이는 「엠프리스 퓨리(Empress Fury)」라고 불리는 기술로, 정통으로 맞는다면 몸이 녹아내리면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말 그대로 위험하기 때문에 아스카는 「무룡」의 힘으로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오랜만에 등장했는데, 이런 식으로 부담을 주냐!]
“미안. 좀 급하다 보니.”
[훗날 보답해라!]
「무룡파(無龍波)」
대검 내부에 봉인되어 있는 무룡이 화를 내면서도 순순히 자신의 힘을 방출했다. 용의 형태를 한 에너지파가 검은색의 광선을 분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리리스몬이 피하자 염동력으로 「유성」을 움직여 압박을 가했다.
한편 데스몬, 아르다몬, 베오울프몬은 흑마법을 사용하는 발바몬과 맞서 싸웠다. 우선 데스몬이 머리 부분의 외눈이 진홍색으로 빛나면서 발사한 파괴 광선인 「익스플로전 아이」를, 고쿠몬이 팔의 화염 방사기에서 연옥의 맹렬한 불을 내뿜는 「사염 연옥」을, 아르다몬이 디지코어(전뇌핵)의 성스러운 불꽃으로 태양에 가까운 고온 및 고밀도의 중심핵을 만들어내서 대폭발시키는 「브라흐마 실」을, 베오울프몬이 두 개의 칼날이 달린 대형 검을 상단에서 광속으로 뽑아 한순간에 베어버리는 「츠바이핸드」를 사용했다.
“이거나 먹어라.”
「다크 노아(Dark Noah)」
네 디지몬의 공격을 맞대응하여 막아내던 발바몬은 양손에 암흑의 구체를 모으다가 어느 정도 커지자 힘껏 던졌다. 디지털 월드의 흑마법 중에서 강력한 위력과 위험성을 지녔기 때문에 당황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데, 제피로스-원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딱 한 발만 장전한 특수 무기로서 「다크 노아」와 충돌하자마자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렸다.
“이 육체를 뒤집은 건 아스카이지만, 화풀이를 명목으로 너희들을 죽이겠다.”
“거참! 너무하네!”
「템페스트」
「헤비 테일 훅」
「오로라 언듈레이션」
리바이어몬이 거대한 턱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필살기인 「로스트룸」을 쓰려고 하자 오니스몬으로 진화한 레이븐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여 폭풍우를 일으켰다. 피해를 주기에는 어려우나 잠시라도 멈칫하게 만들었고, 이어서 데커드라몬이 강철의 꼬리로 휘둘러서 타격을 줬으며, 발두르몬이 「퍼지 샤인」의 정화의 빛을 최대로 증폭했다가 방출했다.
“크워어어어-!!!”
“봉인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나도 저 꼴이 됐을 거라는 거군. 정말이지 역겨워.”
“…거기에 대해서는 부정을 할 수가 없군.”
「그랜드 크로스」
「솔 블래스터」
「로트 크로이츠」
벨페몬이 고함을 지르며 몸을 휘감은 쇠사슬에서 검은 불꽃을 발하는 「램프란투스」를 사용하자 세 디지몬이 반격을 가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루체몬이 10개의 초열광구를 혹성 직렬과 같이 십자의 형태로 날려서 검은 불꽃을 완전히 사그라트리게 만들었다. 그 후에 아폴로몬이 등 뒤의 화염구에서 태양을 닮은 작은 구체를 만들어서 날렸고, 라이히몬이 머리 부분의 사자의 눈에서 두 줄기의 광선을 발사했다.
이렇게 여섯 개의 크루가 여섯 마왕을 상대로 싸웠지만, 1차전과는 다르게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열세에 몰리고 있었다. 그만큼 아포칼립스가 조종하는 여섯 마왕의 힘이 강해졌음을 뜻한다.
“이를 어쩌지?”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없지는 않아.”
“고모. 그게 무엇인가요?”
“크로스로더를 제작하면서 디지크로스 시스템을 이식했는데, 공식적인 최종 단계는 초진화 및 더블 크로스야.”
“그렇다면 비공식적인 단계가 있다는 건가요?”
“맞아. 다만 만들어놓기만 했지 실험을 해본 적은 없어.”
여섯 마왕의 발을 잠시 묶어놓으면서 새로운 디지크로스에 대해 말하는 아스카. 다소 우려가 섞인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자 다른 이들도 준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데, 정작 준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아스카는 유키토와 유이, 진에게 시선을 옮기며 한숨을 내쉬다가 황금색의 크로스로더를 통해 세 아이의 크로스로더에 걸려있는 제한 기능을 해제했다.
“시작하자.”
“왠지 걱정되지만.”
“하는 수 없지.”
준, 류이치, 유코가 크로스로더를 맞대자 샤우트몬DX, 바리스타몬, 도루루몬, 스타몬즈, 스패로우몬이 빛에 휘감기더니 그대로 하나가 되었다.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여섯 마왕이 주춤거렸고, 얼마 안 되서 디지크로스를 한 모습을 드러냈다.
기본적인 베이스는 샤우트몬X4인데, 지크그레이몬의 몸통과 머리가 오른쪽 다리를, 두 다리와 꼬리가 오른쪽 어깨를, 날개가 X자 날개의 하단을 구성했다. 오메가샤우트몬의 몸통은 왼쪽 어깨를, 머리가 가슴의 V자 장식을, 등의 장식이 머리를 구성하고, 스패로우몬의 머리와 몸통이 방패를, 날개가 X자 날개의 상단을 구성했다. 도루루몬은 기존 양 다리를 구성하던 부위가 합쳐져서 왼쪽 다리를 구성하면서 샤우트몬X4하고는 다르게 어깨에 달린 머리 부위의 위치가 바뀌었고, 스타몬즈는 X자 날개와 상호 연결되었고, 등의 원형 장식이 되었다.
[그레이트 크로스!]
“샤우트몬X7-!!!”
“이 기운은… 설마?!”
「세븐 빅토라이즈」
휘황찬란함을 드러낸 샤우트몬X7이 모든 아우라를 가슴에 담아 V자 장식에서 금빛 작열을 발사했다. 여섯 마왕은 샤우트몬X7의 공격을 분쇄하려고 각자의 필살기를 날렸는데, 한 치도 밀려나지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거기에 아스카가 피닉스의 불꽃으로 만들어낸 무수한 수의 창을 날렸고, 모든 아군이 힘을 보태자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쾅-!]
“오늘은 그만하지.”
“끝을 볼 때까지 계속할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은 의외로군.”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다음부터는 난이도가 높아질 테니 살고 싶다면 목숨을 거는 게 좋을 거다.”
아포칼립스의 말을 전달하던 여섯 마왕은 홀연히 사라져버렸고, 사실상 버림을 받아 남겨진 부하들은 망연자실하여 넋 나간 꼴로 멈춰 서 있었다. 비록 적이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처량해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와 협력 관계의 디지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크로스 오픈!]
“후우~ DX(디 크로스)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야.”
“예상과는 다르게 강력함을 선보였지만, 아포칼립스를 쓰러뜨리는 건 아직 무리야.”
“알고 있어.”
“그나저나… 괜찮은 거야, 준?”
“응?”
[똑-!]
디지크로스를 할 때마다 몸이 안 좋아지는 준이 걱정되어 질문을 하는 류이치. 준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의문을 드러내고, 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모두들 영문을 몰라 준을 바라보는데, 귀와 눈과 코에서 피가 흐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곧이어 준은 입에서 피를 토함과 동시에 의식을 잃고 휘청거리는데, 그나마 아스카가 재빠르게 준을 붙잡아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마법으로 응급처치를 하고는 황급히 뛰어온 동생 내외에게 보낸 아스카는 준의 진정한 상태를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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