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에리어 부근에 위치한 넷의 해저(바다의 밑바닥), 다크 웹에서 괴수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점에 따라 오른쪽이 되기도 하고 앞이 되기도 하는 곳에는 아래턱과 혀가 두 갈래로, 꼬리는 세 갈래로 갈라졌고 붉은 에너지로 이루어진 한 쌍의 날개와 크고 날카로운 두 개의 뿔을 가진 악어를 연상시키는 붉은 짐승이 있다. 또한 왼쪽이 되기도 하고 뒤가 되기도 하는 곳에는 네 쌍의 눈이 붉게 빛나고 두 다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네 개의 앞발을 가졌으며 등에는 산호초 같이 생긴 돌기가 좌우로 나있는 공룡을 연상시키는 검은 짐승이 있다.
어째서 두 괴수가 싸우고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바로 어제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이 데몬(마왕몬)과 반쯤은 진심이었던 싸움을 벌였다. 상대의 실력을 확인한다는 목적을 달성했고,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데몬(마왕몬)의 안내를 받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에 들어갔다.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 너희는 회복하고 나서 퇴화하도록 해.”
“알았어.”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은 내가 맡겠다.”
“그러면 나야 편하지.”
율릭은 파트너 디지몬 셋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 부상을 치료하면서 화상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완쾌된 파트너 디지몬 셋이 궁극체에서 성장기로 퇴화할 때 데몬(마왕몬)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율릭과 베르제브몬에게 맞아 기절한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을 멀쩡한 상태로 되돌렸다.
“으윽.”
“깨어났군.”
“……싸움이 끝났습니까?”
“그래. 베르제브몬이 기절한 너를 여기로 데려왔고, 데몬(마왕몬)이 네 육체적 상처를 치료했어.”
“감사합니다.”
“고마워하지 마라. 너에게 병 주고 약 주는 셈이니까.”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의 말이 불편하게 여겨진다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그래.”
“제3자인 내가 끼어들긴 뭐하지만 말하는 데 날이 서 있지 않아?”
7대 마왕은 서로에 대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개인적인 감정까지 그럴 수는 없기에 도를 지나치지 않은 수준으로 옥신각신한다. 지금 베르제브몬과 데몬(마왕몬)이 날 선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와 같았다.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구는 거니까.”
“…괜히 신경 썼네. 아무튼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말해 봐.”
“리바이어몬과 루체몬 폴다운 모드가 머무는 곳의 좌표.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율릭이 요청한 것은 본인이나 파트너 디지몬 셋에게는 중요한데, 두 마왕형 디지몬에게는 평범한 것이라 순조롭게 전달되었다. 리리스몬 → 베르제브몬 → 발바몬 → 벨페몬 → 데몬(마왕몬)의 순으로 만났으니 리바이어몬을 경유한 다음에 루체몬 폴다운 모드를 찾아가면 된다.
그렇게 의견이 하나로 일치되자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은 두 눈으로 베르제브몬과 데몬(마왕몬)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신세를 지겠습니다.”
“배고프네. 밥 먹어도 되지?”
“잠시 빈둥거리고 싶어.”
“옷들을 빨고 싶은데 세탁장으로 안내해줘.”
쟈자몬, 테리어몬, 블랙길몬의 말이 끝나자 율릭은 소형 배낭에서 나노 장갑을 꺼냈다. 그대로 두면 망가질 게 뻔해서 미리 내놓고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지시가 아닌 요구를 했다. 주목적은 빨래이지만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단 둘이 있을 때 사과할 생각이었다.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은 독단으로 처리할 수 없어 데몬(마왕몬)을 바라봤다. 데몬(마왕몬)은 율릭의 생각을 눈치챈 건지 아니면 그 정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여긴 건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표했다.
그리하여 율릭과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은 세탁장으로 이동했고, 파트너 디지몬 셋은 바닥에 앉거나 누웠고, 데몬(마왕몬)은 베르제브몬과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
다음 날.
어제 세탁장에서 율릭이 속옷을 제외하고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서 빨래를 하고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이 겸연쩍어서 고개를 돌리는 해프닝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물론 어제 있었던… 고간을 가격한 것을 사과했으며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도 이를 받아들였다.
“부디 몸조심하길 바란다.”
“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동행하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안심하라고.”
“그러면 불안함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우면 되겠군.”
“저기요, 말싸움은 그만하고 슬슬 출발하면 안 될까?”
베르제브몬과 데몬(마왕몬)의 말다툼에 익숙해졌는지 율릭은 담담하게 말하며 엄지손가락으로 「베히모스」를 가리켰다. 파트너 디지몬 셋을 D-워치 안에 들이고 「베히모스」와 연결된 사이드카에 탑승했다. 이에 베르제브몬은 데몬(마왕몬)과의 대화를 마치고 운전석에 앉았다.
출발할 준비를 마쳤으니 베르제브몬이 핸들을 돌리기 전에 율릭이 「슬링 링」으로 「게이트 웨이」를 만들었다. 데몬(마왕몬)에게 정보를 확인했으니 좌표를 틀리지 않게 설정했으며 베르제브몬은 「베히모스」를 운전해서 「게이트 웨이」 너머, 다크 웹의 해안가에 진입했다.
“이야, 바닷물마저 새까마네.”
“겉으로는 그래 보이지만 수질은 오염되지 않았어.”
“리바이어몬은 바다 속에 있겠지?”
“필시 그렇겠지.”
“어떤 식으로 만날 거야?”
“우리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거나 리바이어몬이 바깥으로 나오게 하거나 아니면 제3의 방법을 쓸 생각이야.”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쪽이든 위험한 건 매한가지야.”
율릭은 D-워치에서 나온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과 대화를 나누고는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과열된 「베히모스」의 엔진이 식을 즈음에 율릭이 새까만 바닷물에 손을 담갔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느낌에 소름이 돋았지만 애써 무시하며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는 중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흐늘흐늘한 촉수처럼 생긴 하얀색의 날개가 율릭의 등에 생겨났다.
곧이어 손에서 빛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바다를 환하게 비추면서 어떠한 디지몬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해저에 잠들어 있던 리바이어몬까지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빛에 자극을 받은 리바이어몬이 눈을 뜨자마자 해면으로 올라왔다.
크기가 엄청난데다가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하늘로 솟구친 여분의 바닷물이 폭우처럼 내렸다. 또한 수많은 화살이 내리꽂히는 것 같기에 율릭은 머리 위에 크고 넓은 「타오 만다라」를 만들어내어 본인은 물론이고 파트너 디지몬 셋과 베르제브몬을 보호했다.
“네가 율릭인가?”
“그래. 자기소개를 할 필요가 줄어드니 편하긴 하네.”
“한판 붙기 전에 질문을 하겠다. 그 날개와 빛의 파동은 대체 뭐지?”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다른 차원, 드높은 천상(High Heaven)의 천사를 흉내 낸 거야.”
“의문은 해소됐다. 그럼 이제 덤벼라!”
바라는 것을 묻고 따진 리바이어몬이 턱을 벌려 수없이 많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자 율릭은 우선 한 쌍의 촉수 같은 날개를 소멸시켰다. 이어서 파트너 디지몬 셋을 궁극체로 진화시킴과 동시에 보호 주문을 걸어 주었다. 여담으로 해전을 고려해서 수중 호흡이 가능하도록 마법에 어레인지를 가했다.
“그까짓 거 단번에 없애주마!”
「로스트룸」
“처음부터 그렇게 나오면 곤란한데.”
「크라칸의 사슬(Chains of Krakkan)」
「스파이럴 웨일러」
「세인트 펀치」
「레이저 사벨」
거대한 턱을 벌리고 파트너 디지몬 셋을 비롯해서 가까이 있는 율릭과 베르제브몬을 씹어서 파괴하려는 리바이어몬. 이를 위험하다고 여긴 율릭은 고문의 차원을 다스리는 존재, 크라칸의 힘을 호출해서 강력한 사슬로 리바이어몬의 주둥이를 묶어버렸다.
효과는 일시적일 테니 파트너 디지몬 셋은 즉시 필살기를 퍼부었다. 카오스듀크몬이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를 「발뭉」에 휘감고는 강하게 찔렀다. 세인트가르고몬이 거대한 팔로 펀치를 날렸고, 메탈릭드라몬이 꼬리의 레이저를 검으로 고정시키더니 고속으로 돌격해 베어버렸다.
“음!”
“피부에 상처 하나 없네.”
「카우다」
리바이어몬은 괴로운 신음을 뱉었지만 피부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율릭이 감탄 반 기막힘 반의 심정으로 중얼거릴 때, 리바이어몬의 길고 큰 꼬리가 파트너 디지몬 셋을 후려쳤다.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았으나 보호 주문을 유지하는 문자가 반 이상 소멸되었다.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한 리바이어몬은 바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전력을 다해 입을 묶은 「크라칸의 사슬」을 부셔버렸다. 자유를 되찾자마자 해면 위로 나오더니 콧구멍에서 대들보만한 바닷물을 내뿜었다.
“아. 지저분하게 나오네!”
「아쿠아 컬라이더[水片鏡]」
사실상 콧물을 무기로 삼은 리바이어몬에 맞서서 율릭은 방금 전과는 별개의 마법을 사용했다. 바람을 통해 환영을 보이는 마법을 응용하고 물의 정령의 힘을 더하여 콧물을 굴절 & 난반사시켜 역으로 궤도를 되받아쳤다. 안타깝게도 외부의 도움이 없어서 굴절된 콧물이 역으로 리바이어몬를 꿰뚫어버리진 못했다.
“지지부진하니 뭐든지 바꿀 필요가 있겠군.”
[첨벙-!!!]
“바다 속으로 들어갔군.”
“홈그라운드에서 싸우겠다는 거지?”
“우리한텐 불리할 겁니다.”
“그렇다고 바다에 전류를 퍼부을 수는 없잖아. 일단 보호 주문을 보강해줄게.”
리바이어몬이 다크 웹으로 들어가자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이 차례대로 말을 했다. 율릭은 섬뜩한 말을 하고 나서 보호 주문을 유지하는 문자를 다시 채워줬다. 그 후에 자신은 물론이고 베르제브몬에게 수중 호흡이 가능한 마법을 걸고 소형 배낭을 벗어서 모래벌판에 내려놓고 다 같이 입수했다.
「아니마」
“AVAVAGO!”
해저로 진입하니 리바이어몬이 입김으로 만들어낸 검은 소용돌이를 에너지파처럼 쏘았다. 파트너 디지몬 셋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베르제브몬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며, 율릭은 에녹어로 된 주문을 외쳤다.
그러자 맞은편에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두 눈과 네 발톱이 붉고 덩치가 큰 흑마룡이 튀어나왔다. 다른 차원의 마수는 입을 벌려 보라색 화염을 레이저처럼 발사했다. 두 공격이 서로 충돌하면서 여파가 사방에 미쳤고 너 나 할 것 없이 뒤로 밀려났다.
“고모라, 멸망을 먹는 자(Gomorrah, Devourer of the Divine). 마계의 존슨 포레스트에서 서식하는 악마지.”
“소용없는 짓을 하는군.”
율릭이 소환한 고모라가 헤엄치며 리바이어몬에게 돌진했다. 리바이어몬은 비웃듯이 말하더니 턱으로 고모라의 목을 물고 비틀어버렸다. 뼈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고모라는 녹아내린 것처럼 사라졌는데, 사실 본체의 아바타인지라 여기서 죽어도 마계에서는 멀쩡히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부터 무력화해야겠군!”
“그걸 또 해야겠군. DO O IA SIPPAR. CNILA D COMSELHA ODO ANANAEL. IPAMIS NONCP FAFEN NIIS. AVAVAGO TLIOB VRAN.”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보다 율릭을 성가시게 여긴 리바이어몬은 X진화(제볼루션)를 하여 리바이어몬[X항체]가 되었다. 미처 막지 못한 탓에 난이도가 높아지자 율릭은 무심중에 나오려던 한숨을 삼키고 비장의 수 가운데 하나를 사용했다.
율릭은 에녹어로 된 주문을 읊으면서 오른손을 가슴에 쑤셔 넣으니 발밑에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곧이어 심장을 뽑아들고 바다에 피가 퍼지면서 중심이 붉게 물들었다. 마법진 안에서 나온 검은 주둥이가 율릭을 삼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룡을 닮은 새까만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바이어몬[X항체]를 향해 포효를 내지르는 마수는 신 고모라, 멸망을 토하는 자(Sin Gomorrah, Font of Devastation)… 율릭이 데들리 신으로 진화 & 강화시킨 악마였다.
“……마무리를 짓도록 하지.”
「쥬데카 프리즌」
「버스트 샷」 + 「자이언트 미사일」
「레이저 캐논」
“거슬리게 하지 마라. 애송이들아!”
「세븐즈 라이트닝」
신 고모라와 물고 뜯고 원거리 공격까지 주고받은 리바이어몬[X항체]는 싸움을 끝내고자 했다. 그때 파트너 디지몬 셋이 견제에 들어갔다. 카오스듀크몬이 왼팔의 마순 「고르곤」에서 암흑 파동을 날렸고, 세인트가르고몬이 총화기의 무기를 일제히 사격한 후 탄환이 떨어지자 양 어깨의 포탑에서 거대 미사일을 발사했고, 메탈릭드라몬이 꼬리의 레이저 건에 모아둔 광선을 발사했다.
리바이어몬[X항체]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질투의 에너지로 바꿔 머리 위에 떠있는 질투의 관을 빛나게 만들었다. 그러자 머리에 초록색 에너지가 형성되어 뿔을 만들어냈고 총 세 개의 뿔로부터 초강력 번개를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신 고모라가 아래턱을 좌우로 벌리고 목에서 배까지 쫙 열었다. 꼬리부터 시작해서 등의 돌기를 들어 붉은 보옥을 드러냈다. 파트너 디지몬 셋이 견제하는 동안 힘을 모은 신 고모라는 보라색 빔을 리바이어몬[X항체]에게 날렸다.
「세븐즈 풀 클러스터」
이때 X진화(제볼루션)를 한 베르제브몬[X항체]가 다크 에리어의 불꽃, 「엘 에반헬리오」를 마탄으로 쏘는 「글러트니 플레어」를 폭식의 관으로 위력을 증폭시켜 발사하는 필살기를 사용했다.
신 고모라와 베르제브몬[X항체], 파트너 디지몬 셋의 합공에 리바이어몬[X항체]는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서로의 공격이 상쇄하되 대폭발을 일으켰다. 「세븐스 라이트닝」만 해도 대륙을 바다에 가라앉힐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대등하게 맞선 신 고모라의 보라색 빔과 「세븐즈 풀 클러스터」는 어떠하겠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워프 진화와 X진화(제볼루션)가 해제된 디지몬들, 마계로 돌아가면서 디지털 월드에서 사라진 신 고모라, 심장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면서 데들리 신의 흔적이 말끔하게 사라진 율릭이 해면에 둥둥 떠올랐다.
[후기]
이제 남은 건 루체몬 폴다운 모드입니다. 바리에이션은 X항체로 할 생각인데, 사탄 모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 후의 스토리는 다크 에리어 바깥을 다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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