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에리어.
발바몬과 거래를 해서 협력 관계를 맺고 벨페몬이 봉인된 공간을 카오스 매직/혼돈 마법으로 뜯어고친 율릭은 「베히모스」와 연결된 사이드카에 탑승한 채 잠자고 있었다. 파트너 디지몬 셋은 D-워치 안에서 쉬고 있으며 베르제브몬은 목적지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고자 속도를 올렸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데몬(마왕몬)의 영역이었다. 오만의 대죄를 담당하는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속되게 말하면 변덕이 심하고, 질투의 대죄를 담당하는 리바이어몬은 정점에 위치한 어떠한 디지몬도 업신여긴다. 그러한 까닭에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는 데몬(마왕몬)을 만나려는 것이다.
“으음.”
“깨어났군.”
“약을 먹고 잠을 자니까 한결 나아졌어.”
“거의 다 도착했으니 준비를 하도록 해.”
짧은 대화를 나눈 율릭과 베르제브몬은 데몬(마왕몬)의 영역에 도달했다. 다행히 데몬(마왕몬)이 머물고 있는 성이 가까이 있어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히모스」 + 사이드카가 초고속으로 달려 1시간 이내에 도착했으며 율릭은 저번처럼 토악질을 하지 않았다.
[리로드!]
“여기에 데몬(마왕몬)이 있는 거구나.”
“성문이 닫혀 있네.”
“강제로 열어야 할까요?”
“우선 대화를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그래야겠지.”
“거기 아무도 없나! 나 베르제브몬이다!”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이 먼저 말을 하고 율릭이 다음 말을 하는데 베르제브몬이 성벽을 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문이 열리더니 데몬(마왕몬)의 부하임이 확실한 디지몬 하나가 나타났다.
여섯 개의 눈이 드러난 가면은 관자놀이 부분에 돋아난 뿔과 연결되어 있었고, 왼쪽 어깨부터 배까지 일곱 개의 붉은 구슬이 박혀있고, 피부는 회색에 가깝게 창백하며, 등에 달려있는 한 쌍의 갈색 날개는 너덜너덜해 보였다.
“저는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입니다. 데몬(마왕몬)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흠. 발바몬과 마찬가지로 너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이군.”
“다행이네. 데몬(마왕몬)을 만나러 왔는데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거든.”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앞장서서 이동하는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을 뒤따라가는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 아무것도 장식되지 않은 밋밋한 대리석 기둥이 세워진 복도를 지나 접견실에 들어가니 후드와 로브를 걸치고 신발을 신어 본모습을 감춘 데몬(마왕몬)이 옥좌에 앉아있었다.
“오랜만이군. 베르제브몬.”
“그러게 말이야. 데몬(마왕몬).”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겠지. 객이여, 너의 이름을 말해라.”
“율릭 네이트 오언. 솔직히 말해서 내일 만나거나 아예 거부당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한테 이득이 될 테니까 허락한 거다.”
데몬은 7대 마왕으로서 관장하는 대죄인 분노에 어울리지 않게 냉정하게 말했다. 지구/리얼 월드(현실 세계)에서 8000년 이상을 살아온 율릭은 온갖 인간 군상을 겪은 터라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데몬(마왕몬)이 의자를 내오지 않으니 미스틱 아츠로 각종 의자를 소환하여 자신은 물론이고 파트너 디지몬 셋과 베르제브몬이 앉을 수 있게 해줬다.
“다른 차원의 마법인가?”
“응. 여기서는 나만이 사용하고 있지.”
“…본론만 말하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위그드라실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현실 세계) 양쪽을 구한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그드라실의 힘도 필요한 터라 죽여서는 안 돼.”
“그건 아쉽군. 뭐, 위그드라실에게 있어서는 굴욕일 테니 대리 만족을 느끼도록 하지.”
“율릭과 협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나?”
“확실히 결정하기 전에 실력을 확인하고 싶군.”
말을 마치고 옥좌에서 일어난 데몬은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과 눈을 마주쳤다.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 접견실을 떠나자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은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에게 다시 한 번 안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율릭은 베르제브몬, 쟈자몬, 테리어몬, 블랙길몬이 차례대로 일어나자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마법을 발휘했다. 간단한 손짓으로 다섯 개의 의자를 흔적도 없이 제거하고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과 함께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을 따라갔다.
“훈련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곳이라면 마음껏 싸울 수 있겠군.”
“참여할 거라면 굳이 말리지 않을게.”
“너희 둘은 빠져라. 아무리 나라고 해도 5대 1은 무리니까.”
데몬은 후드, 로브, 신발을 벗어 흉악하게 생긴 본래 모습을 드러냈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베르제브몬과 D-워치를 건드려 파트너 디지몬 셋을 궁극체로 진화시킬 준비를 하는 율릭에게 찬물을 끼얹는 듯 말을 했다.
그와 동시에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이 유난히 긴 팔을 좌우로 뻗어 율릭과 베르제브몬을 가로막았다.
“베르제브몬, 네가 끼어들게 되면 나도 전력을 다해서 싸워야 하니 실력 확인이 어려워진다.”
“쳇! 부정할 수가 없군!”
“율릭, 너의 경우에는 보조 역할만 허락하겠다.”
“……좋아. 다만 하나의 예외를 뒀으면 해.”
“말해봐라.”
“데몬(마왕몬), 당신이 X진화(제볼루션)를 하면 나는 파트너 디지몬들을 지키기 위해 나설 거야.”
“그건 허락하지.”
대화가 끝나면서 뒤로 미뤄졌던 결투가 시작되었다. 율릭은 D-워치로 파트너 디지몬 셋을 궁극체로 진화시키면서 「수호자 비샨티의 강력한 보호 주문」을 걸어 주었다. 데몬(마왕몬)은 등에 있는 한 쌍의 날개를 펄럭여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곧바로 필살기를 사용했다.
「플레임 인페르노」
「쥬데카 프리즌」
「카오스 플레어」
「버스트 샷」
「슬래시 네일」
「레이저 사벨」
데몬(마왕몬)이 초고열의 지옥의 업화를 내뿜어 사방으로 퍼뜨리자 카오스듀크몬은 왼팔의 마순 「고르곤」에서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암흑 파동을 날렸다.
첫 번째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데몬(마왕몬)은 무질서하게 타오르는 지옥의 불을 뿜어내더니 거대한 토네이도와 같은 불기둥으로 바꾸고 세인트가르고몬을 향해 날렸다. 세인트가르고몬은 온몸에 탑재된 총기와 화기를 일제히 사격해서 불기둥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공격마저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자 거대한 왼손 끝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메탈릭드라몬을 찢어버리려고 했다. 마침 메탈릭드라몬은 꼬리의 레이저를 검으로 고정시켜 고속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서로 충돌하면서 데몬(마왕몬)은 왼팔에서 우두둑우두둑하는 소리를 들었고, 메탈릭드라몬은 보호 주문 덕분에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균형을 잃고 바닥에 추락했다.
“나쁘지 않군.”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겨우 이 정도 가지고 엄살 부리지 마라.”
“이번엔 우리가 공격하겠어!”
“그럼 난 반격을 하지.”
회복 계열 마법으로 부상을 입은 왼팔을 예전 상태로 되돌린 데몬(마왕몬)은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는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이 행동에 나서길 기다렸다. 잠시 대치하고 있다가 세인트가르고몬이 공격을 시작했다.
데몬(마왕몬)의 「카오스 플레어」를 막느냐고 탄환을 모두 소모했기에 양 어깨의 포탑에서 거대 미사일을 발사하는 「자이언트 미사일」을 사용했다. 데몬(마왕몬)은 검은 화염을 소환해 방어막으로 바꾸어 「자이언트 미사일」을 막아냈다.
메가톤급 미사일 두 개가 방어막에 명중하자 폭발을 일으켰고 그 여파가 데몬(마왕몬)을 뒤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뒤이어 카오스듀크몬이 마창 「발뭉」으로 찌르려고 하는데 데몬(마왕몬)은 방어막을 한 자루의 검으로 바꿔 격돌했다. 나름 대등하게 싸우다가 점점 카오스듀크몬이 열세에 몰렸다.
이를 보다 못한 메탈릭드라몬이 개입을 시도했다. 꼬리의 레이저 건에서 강력한 광선을 발사하는 「레이저 캐논」은 카오스듀크몬마저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근접전으로 데몬(마왕몬)을 견제했다. 세인트가르고몬도 개입하면서 난장판을 연상시키는 싸움이 벌어졌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세븐스 그라비톤」
싸우면 싸울수록 흥분에 빠져들면서 서서히 분노를 쌓아가기 시작한 데몬(마왕몬). 결국 분노가 절정에 도달하면서 X진화(제볼루션)를 하게 되었다. 고함을 내지르며 양어깨와 복부의 구조물에서 발사된 초중력 레이저로 주변 일대를 불태워버렸다. 파트너 디지몬 셋은 죽지는 않았지만 보호 주문이 완전히 소실되었고 부상까지 입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로서 율릭이 참전할 수 있게 되었다.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이 데몬(마왕몬)[X항체]에게 시선을 옮기자 율릭은 가까이 다가가 고간에 펀치를 날렸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네오데비몬(네오데비몬)이 두 무릎을 꿇자 베르제브몬이 그에게 플라잉 니킥을 명중시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가서 본때를 보여주고 와.”
“적당히 할게. CIAOFI BALZARG!”
율릭은 다른 차원에서 엄브라의 마녀(Umbra Witch)라는 집단이 머리카락을 매개체로 악마를 소환하는 마도술을 사용했다. 노란색 피부, 녹색 계열 색 문양이 새겨진 나비를 연상시키는 두 쌍의 날개, 초승달 모양의 머리 장식을 한 여성 악마가 나타나더니 데몬(마왕몬)[X항체]에게 드롭킥을 먹였다.
“큭! 저건 뭐지?!”
“마담 케프리, 시간의 수호자(Madama Khepri, Protector of Time). 다른 차원의 악마다.”
“이명이 너무 거창하군.”
“과연 그럴까?”
「인페르노 버스트」
마담 케프리의 어깨 위에 올라탄 율릭과 대화를 나눈 데몬(마왕몬)[X항체]는 최종 오의를 사용하여 「플레임 인페르노」를 몸에 둘렀다. 머리 위에 발현된 분노의 관이 붉게 타오르고 불꽃의 마신으로 변한 데몬(마왕몬)[X항체]는 마담 케프리와 율릭을 덮치려고 했다.
그때 율릭이 중지와 엄지를 이용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마담 케프리의 머리 위에 태양이 떠오르더니 시간이 극도로 느려졌다. 마담 케프리를 통해 위치 타임(Witch Time)을 발동시킨 율릭은 높이 도약하면서 마담 케프리의 어깨에서 발을 뗐다.
마담 케프리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지라 데몬(마왕몬)[X항체]를 주먹으로 난타하고는 돌려차기를 먹였다. 한편 허공에서 「게이트 웨이」를 만들어 지상으로 이동한 율릭은 두 정의 「지퍼스 크리퍼스」를 연사했다. 수많은 총알이 날아가다가 데몬(마왕몬)[X항체]의 등 뒤에서 멈추자 마담 케프리를 마계로 되돌려 보내면서 위치 타임을 해제했다.
“악-!!!”
“혹시 모르니 추가 타격을 날릴 준비를 해볼까.”
“그건 또 무슨 무기냐?”
“무기가 아니야. 다른 차원에서 광물이나 금속을 절단하는 데 사용하는 공구지.”
가로 17인치(약 43cm), 세로 11인치(약 28cm)의 크고 아름다운 플라즈마 커터를 양손에 쥐고 데몬(마왕몬)[X항체]에게 겨누는 율릭. 게다가 파트너 디지몬 셋이 몸을 얼추 추스르고 율릭에게 합류하니 다시 한 번 포위망이 형성되었다.
베르제브몬은 데몬(마왕몬)의 말을 어길 생각이 없는지 방관하고 있었다. 4대 1의 대치 상황이 발생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데몬(마왕몬)[X항체]는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X진화(제볼루션)을 해제했다. 이에 율릭도 「플라즈마 커터」를 소멸시키고 파트너 디지몬 셋이 한 발 뒤로 물러서도록 했다.
“실력은 충분히 확인했다. 경험을 더 쌓는 편이 좋겠군.”
“그래야지.”
“좋은 구경을 했어.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야.”
“싸움이 끝났으니 상처를 치료해야겠어. 그리고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었으면 해.”
“날 따라와라.”
데몬(마왕몬)이 선두에 서고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이 뒤를 따르고 베르제브몬이 네오데비몬(네오데블몬)을 옆구리에 낀 채 후미에 섰다. 여섯 디지몬과 인간 한 명이 떠나면서 싸움의 흔적이 뚜렷한 훈련장은 텅 비어 버렸다. 당연히 다른 이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후기]
마담 케프리는 베요네타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로사와 계약한 악마입니다. 콘셉트아트와는 달리 스토리 모드에서는 모델이 없어서 전신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3편의 초기 기획안 중에는 마담 케프리를 등장시키려는 계획은 있었던 모양인데 결국 취소되면서 엄브라의 시계탑(Umbran Clock Tower)이 나옵니다.
플라즈마 커터는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가 나온 기념으로 등장시켰습니다. 게임은 돈이 문제라서 구입하지 못했고 그저 유튜브로 시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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