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관측자의 이야기 <완결>

관측자의 이야기 <18>

호르스 2025. 3. 28. 09:51

 다크 에리어.
 벨페몬이 봉인을 겸해서 잠자고 있는 곳에 율릭이 아카식 레코드로 복사하긴 했지만 제어하기 어려운 카오스 매직/혼돈 마법으로 무한회랑(無限回廊)이라는 미로 형태의 결계를 설치했다.
 현재 들어오는 길에 설치된 온갖 함정을 파괴하고 무한회랑에 들어서려는 존재가 있었다. 겉모습은 인간과 똑같으나 어깨에 크리스털이 달려 있고, 다리는 녹색의 줄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쯤 되면 그것이 누구인지 알 것이다. 바로 위그드라실이 만들어낸 또 다른 화신이었다.
 
“루체몬. 너의 오만함에 감사를 표하마.”
 
 다크 에리어를 감싸고 있는 에너지 방벽은 루체몬 폴다운 모드가 주동하여 만들어냈다. 웬만한 존재는 다크 에리어에 진입할 수 없지만 율릭이 불완전판 「라그나 블레이드[新滅斬]」를 사용해서 뚫고 들어왔듯이 완벽하지 않고 위그드라실 역시 사각을 노려 본체가 아닌 화신을 전송시켰다.
 위그드라실의 화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벨페몬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다. 디지털 월드의 호스트 컴퓨터이자 신으로서 율릭의 계획을 파악했기에 무조건 방해해야만 했다. 붉은빛이 감도는 에너지 필드를 통과해서 무한회랑에 들어온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율릭이 만들어낸 존재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얘야,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 아니겠어?”
 
“저리 꺼져라.”
 
「베르세르크 소드」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나이트몬의 대검을 소환하고 광전사처럼 휘둘러 다른 차원의 중성(오카마) 마녀 마카오·조마를 베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저 둘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발레는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여러 동작을 소화해내기 위해선 유연성, 민첩성 그리고 근력이 요구되므로 쉽게 처리되지 않았다.
 전력을 낼 수 없음에도 어떻게든 처리하는 데 성공하고, 엄청나게 거대한 뱀 형상의 괴수를 삼등분하여 죽였으며 바알, 나락의 여왕(Baal, Empress of the Fathoms)을 마계로 돌려보냈다. 부상을 입어 너덜너덜한 상태인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또 다른 적을 마주했다.
 
[카치도키 암즈! 자, 출진! 에이 에이 오!]
 
“성가신 녀석이 나왔군.”
 
 이제부터 힘을 아껴야하는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부상을 치유하지 못한 채 가면라이더(아머드 라이더) 잔게츠 카치도키 암즈와 싸우게 되었다.
 머리를 보호하는 장갑의 일종인 「카치도키 리버설」은 공격을 받으면 흘려보내 피해를 경감하고, 다리의 앞면과 측면을 감싼 대형 장갑인 「카치도키 블록」은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내서 무효화한다. 게다가 원래 사용자가 파워풀한 근접전을 선호하기에 대검 모드의 「화승첨과 DJ 총」을 활용하여 위그드라실의 화신을 몰아붙였다.
  
[으랏차! 카치도키 스파킹!]
 
「첨과열파」
 
“음!”
 
「오메가 블레이드」
 
 가면라이더 잔게츠 카치도키 암즈가 「센고쿠 드라이버」의 「커팅 블레이드」를 세 번 내리치고 문장이 새겨진 두 개의 깃발, 「카치도키 바타」를 소환해 녹색 불꽃을 휘감아 휘둘렀다. 이에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임페리얼드라몬(황제드라몬) 팔라딘 모드의 대형 장검을 소환하고 필살기를 사용했다.
 호각으로 맞서는 중에 「오메가 블레이드」의 특수한 능력이 발동되었다. 원래는 일도양단된 적의 구성 데이터를 초기화시켜버리는데,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맞부딪칠 경우에도 가능하도록 수정했다. 그러한 까닭에 「카치도키 바타」를 시작으로 가면라이더 잔게츠 카치도키 암즈는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후우~ 정말 힘들군.”
 
[휘익-!]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가면라이더 잔게츠 카치도키 암즈가 있던 자리를 지나갔다. 눈앞에 있는 벨페몬 슬립 모드를 향해 다가가다가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어 움직임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위그드라실의 화신의 목이 땅바닥에 떨어져 대굴대굴 굴러갔다.
 율릭이 맨 처음에 만들어낸 자루가 긴 도끼, 「스톰브레이커」가 널찍한 망치머리에 푸른 불꽃을 휘감으며 위그드라실의 화신을 참수한 것이다. 위그드라실의 화신이 데이터로서 흩어져 사라지자 「스톰브레이커」도 모습을 감췄고 벨페몬 슬립 모드는 여전히 잠에 빠졌다.
 
*
 
 다크 웹의 모래벌판.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과 리바이어몬의 싸움은 무승부로 끝났다. 해면에 둥둥 떠올랐던 그들은 리바이어몬을 제외하고 지상으로 이동했다. 유일하게 율릭만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아, 깜짝이야!”
 
“벨페몬이 잠들어 있는 곳에 위그드라실이 화신을 보냈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결계를 만들 때 내가 느낄 수 있게 설정해뒀거든.”
 
“그래서 위그드라실의 화신은 어떻게 됐습니까?”
 
“벨페몬을 코앞에 두고 목이 날아가서 죽었어.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죽였어.”
 
“루체몬이나 데몬(마왕몬)이 알면 부러워하겠군.”
 
“아니면 널 질투하겠지.”
 
 파트너 디지몬 셋이 질문을 하고 율릭이 대답을 해줄 때, 베르제브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리바이어몬은 자신이 담당하는 대죄를 입에 담았다. 담화를 마치고 율릭은 하체까지 일으켜 발을 모래벌판에 맞닿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에 환복 마법을 사용해서 바닷물에 젖은 옷과 신발과 머리를 깔끔하게 말렸다.
 
“이제 루체몬을 찾아가면 되겠군.”
 
“쉽지는 않을 거다. 에너지 방벽을 유지하기 위해 다크 에리어의 최하층인 코퀴토스에 머물고 있으니까.”
 
“원래는 우리도 코퀴토스에 본거지가 있지만 오래 머물기 답답해서 위로 올라온 거야.”
 
“그러면 「게이트 웨이」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네.”
 
 리바이어몬과 베르제브몬의 말에 율릭은 양미간을 찌푸렸고 파트너 디지몬 셋은 고민에 빠졌다. 그 누구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지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치상 바로 확인한 리바이어몬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이 뒤를 바라보니 새빨간 타원형 포탈이 눈에 들어왔다.
 
“베르제브몬. 리바이어몬. 저것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어?”
 
“…코퀴토스로 통하는 포탈이야.”
 
“…루체몬이 너희를 초대하는가 보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불안한데.”
 
“우리가 곁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너희를 믿지 않으면 뭘 할 수 있겠어.”
 
 포탈을 넘어가기로 결심한 율릭은 만약을 대비해서 파트너 디지몬 셋을 궁극체로 진화시키고 「지퍼스 크리퍼스」를 소환해 양손에 쥐었다. 리바이어몬은 작별인사 없이 해저로 들어갔고, 베르제브몬은 변함없이 그들과 동행했다.
 그렇게 포탈을 통해 건너편으로 이동한 율릭,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은 알현을 주목적으로 하는 방에 도착했다. 내부는 화려하지만 발바몬의 성처럼 지나치지는 않으며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맨 뒤에 있는 옥좌에는 이곳의 주인임이 확실한 디지몬이 앉아있었다.
 
“이곳에 온 걸 환영한다.”
 
“오랜만이군. 루체몬.”
 
“저들만 왔다면 꿇으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취소해야겠군.”
 
“그 오만함은 여전하구만.”
 
 루체몬 폴다운 모드; 궁극체를 능가하는 완전체 디지몬, 성(聖)과 마(魔)를 아울러 가진 궁극의 마왕형 디지몬, 7대 마왕에서 손에 꼽히는 최강의 존재로, 담당하는 대죄는 베르제브몬이 언급한 오만이다.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은 대화를 나누는 두 마왕형 디지몬을 보다가 루체몬 폴다운 모드와 눈이 마주쳤다. 궁극체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파트너 디지몬 셋은 루체몬 폴다운 모드에게 위압감을 느껴 몸을 움츠렸다. 율릭은 800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너에 관한 정보는 가능한 만큼 모았다. 그러니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내 도움을 원하나?”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도와줄 거야?”
 
“…네 목표와 내 목표는 엄연히 다르지. 하지만 위그드라실의 무력화라는 과정은 나 역시 바라는 바다.”
 
“거참,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빙빙 돌려서 표현하네.”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으니까.”
 
 말을 마치고 옥좌에서 일어선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숨겨두었던 여섯 쌍의 날개를 꺼냈다. 왼쪽은 악마의 날개로 여섯 장 모두 색이 같았다. 오른쪽은 천사의 날개로 등에 있는 다섯 장은 새하얗고 뒷목에 있는 한 장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날개를 활용하여 다리가 지면에서 아주 조금 떠 있었는데 고속으로 이동해 율릭의 앞에 다다랐다. 율릭은 두 팔을 들어올려 「지퍼스 크리퍼스」를 루체몬 폴다운 모드에게 겨눴고, 파트너 디지몬 셋은 뒤늦게 무기와 태세를 갖추고 루체몬 폴다운 모드를 둘러쌌다.
 
“내가 악의를 품고 움직였다면 넌 벌써 죽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난 아카식 레코드에게 선택받은 이후로 죽어도 되살아나는 몸이 됐어.”
 
“불로불사라는 건가?”
 
“뭐,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흥미롭군. 어디 한 번 실력을 확인해볼까?”
 
“X진화(제볼루션)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전력을 다해 싸우겠어.”
 
 루체몬 폴다운 모드가 X진화(제볼루션)를 하게 되면 루체몬[X항체]가 되어 세대(레벨)는 궁극체로 바뀌고, 힘과 두뇌는 과거의 루체몬을 아득히 웃돌고, 파괴와 창조의 화신으로서 강림하게 된다. 그리되면 대결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우므로 율릭은 루체몬 폴다운 모드에게 제약을 요구했다.
 딱히 틀린 말이 아닌지라 베르제브몬이 고개를 끄덕였고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잠시 생각하다가 율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대신 베르제브몬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구경을 해야 됐다. 일종의 등가 교환이라고 스스로 납득한 율릭은 알현실을 미러 디멘션으로 덧씌웠다.
 
“이러면 외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지.”
 
“미리 고맙다는 말을 하마.”
 
[휙-!]
 
“큭!”
 
「카오스 샷」
 
 마음껏 싸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자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카오스듀크몬을 향해 돌려차기를 날렸다. 마순 「고르곤」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충격이 전달되었기에 카오스듀크몬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나마 필살기로 반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고르곤」은 물론이고 마창 「발뭉」에 암흑 에너지를 모았다가 함께 발사했다. 그러나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가볍게 피해버려서 대미지를 받지 않았다. 암흑 에너지가 여러 각도로 꺾인 유리 같은 벽에 부딪치더니 흩어지며 소멸했고 뒤이어 세인트가르고몬이 「버스트 샷」을 사용했다.
 열계 병기를 모조리 퍼부었지만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대부분은 피했고 미사일은 육체 능력만으로 궤도를 바꿔서 세인트가르고몬에게 되돌려줬다. 파트너 디지몬 중에서 덩치가 제일 크므로 피하지 않고 그냥 맞았다. 궁극체로 진화하면서 율릭이 보호 주문을 걸어줬기에 피해는 0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공격하지 않은 메탈릭드라몬은 카오스듀크몬과 세인트가르고몬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즉시 개입했다. 필살기 「레이저 사벨」로 공중에 떠오른 루체몬 폴다운 모드를 베어버리려고 했는데,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메탈릭드라몬의 꼬리를 잡고 이리저리 내동댕이치더니 벽을 향해 던져버렸다.
 율릭이 「슬링 링」으로 「게이트 웨이」를 만들어 메탈릭드라몬을 자신의 곁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벽에 부딪치면서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제 네 차례다.”
 
“그쪽이 먼저 공격해줬으면 좋겠는데.”
 
“…원한다면 그리 해주지.”
 
 선공을 양보하는 율릭에게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다가갔다. 율릭은 「지퍼스 크리퍼스」에서 발사된 총알로 제 역할을 못하는 견제를 하다가 무기를 역소환하고 맨손으로 마법을 발휘했다.
 엘드리치 라이트로 구성된 채찍, 「엘드리치 윕」을 휘둘러 루체몬 폴다운 모드의 오른팔을 휘감았다.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왼손으로 「엘드리치 윕」을 붙잡고 오른팔을 뒤로 당김으로서 일종의 줄다리기를 연출했다. 처음에는 팽팽하게 맞서다가 종족 간의 힘 차이로 율릭이 앞으로 끌려왔다.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이대로 래리어트를 먹이려고 했는데, 율릭이 「게이트 웨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낙법을 사용하여 착지한 후 율릭은 엘드리치 라이트를 머금은 양손에서 뱀을 소환했다. 두 마리의 뱀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자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상반된 성질의 힘을 방출하여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런데 뜯겨진 부위에서 두 쌍의 머리가 자라났다. 네 개의 머리가 루체몬 폴다운 모드를 물어뜯으려고 했으나 또다시 사라졌고 이번에는 여덟 개로 늘어났다. 율릭의 표정이 사납게 변하면서 뱀이 수많은 머리로 공격을 가하자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성과 마의 힘을 하나로 합치고 충격파로 변환시켜 뱀 자체를 소멸시켰다.
 
“어우야!”
 
“방금 그 마법은 괜찮았다.”
 
“좋게 평가해줘서 고마워.”
 
“이제부터 진심을 다해 상대해주마.”
 
“그럴 필요는 없어.”
 
 루체몬 폴다운 모드의 말에 불길함을 느꼈는지 율릭은 「타오 만다라」를 권투글러브처럼 걸치며 전투태세를 재정비했다. 파트너 디지몬 셋도 숨을 고르고 다시 싸울 준비를 갖췄다. 그와 동시에 루체몬 폴다운 모드가 암흑에 휩싸이더니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위에 일곱 개의 대죄의 관을 지니고 있으며 회색이 감도는 암흑의 구체를 앞발 사이에 띄워놓은 보라색의 거대한 마신이 되었다. 율릭이 내건 조건을 어길 수 없으니 묵시록에 등장하는 용, 루체몬 사탄 모드로 진화한 것이다.
 
“와, 욕 나오게 만드네.”
 
“도와줄까?”
 
“도와줘. 부탁할게.”
 
「퍼가토리얼 플레임」
 
 상황이 달라지면서 베르제브몬이 참전하고 루체몬 사탄 모드는 입에서 불꽃을 내뿜었다. 파과를 통해 모든 것을 정화하는 필살기이므로 율릭은 미러 디멘션을 비틀어서 파트너 디지몬 셋과 베르제브몬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완전히 차단했다. 이건 예상치 못했는지 디지몬들이 율릭에게 시선을 집중하자 당사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이 차원에서 미스틱 아츠/신비학을 최초로 익힌 내가 미러 디멘션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그나저나 저 루체몬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쉬운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루체몬 사탄 모드는 그림자일 뿐이야. 본체는 저기 있는 암흑의 구체, 「게헤나」 안에 자리 잡고 있지.”
 
 모드 체인지를 통해 블래스트 모드가 된 베르제브몬이 루체몬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루체몬 사탄 모드가 선제공격을 가하려고 했는데 율릭이 미러 디멘션으로 루체몬 사탄 모드를 감싸 압박을 가했다.
 루체몬 사탄 모드의 움직임을 봉한 뒤 율릭은 게헤나 바로 앞에 「게이트 웨이」를 열었다. 가고 싶은 장소를 자세히 연상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게헤나 내부에 열 수 없었다. 대신 베르제브몬 블래스트 모드가 필살기를 사용해서 통로를 만들어냈다.
 
「카오스 플레어」
 
“난 여기서 그림자를 견제할 테니 너희가 안으로 들어가서 본체와 싸워라.”
 
“좋아. 뒤를 부탁할게.”
 
 마방진의 중심에서 발사된 파괴의 파동이 게헤나에 구멍을 뚫어냈다. 베르제브몬 블래스트 모드가 루체몬 사탄 모드를 견제한다고 하니 율릭은 메탈릭드라몬의 등에 올라타고 파트너 디지몬들과 함께 게헤나로 진입했다. 암흑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공간에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본체, 루체몬 라르바와 마주치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다니!”
 
[슝!]
 
“어서 공격해!”
 
「쥬데카 프리즌」
 
「자이언트 미사일」
 
「레이저 캐논」
 
 루체몬 라르바가 꼬리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사하자 율릭은 「타오 만다라」로 만든 방패로 막아냈다. 공격을 혼자 감당하면서 율릭이 지시를 내리자 파트너 디지몬 셋은 빈틈을 노렸다. 「고르곤」에서 부식 효과를 가진 암흑 파동을 날리는 카오스듀크몬, 2개의 메가톤급 거대 미사일을 양 어깨의 포탑에서 발사한 세인트가르고몬, 일직선상의 적을 섬멸할 수 있는 강력한 광선을 꼬리의 레이저 건에서 발사한 메탈릭드라몬.
 뒤늦게 위험함을 깨달은 루체몬 라르바는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율릭이 「타오 만다라」 방패를 역이용하여 퇴로를 차단하고, 파트너 디지몬 셋의 필살기가 적중하는 순간 「타오 만다라」를 구체로 바꿨다. 루체몬 라르바가 더 큰 피해를 입게 함과 동시에 대폭발의 여파를 막기 위해서였다.
 
“으음.”
 
“괜찮아?”
 
“조금 속이 메슥거리네. 견딜 만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날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
 
 「타오 만다라」를 유지하는데 전력을 다한 율릭이 카오스듀크몬, 세인트가르고몬, 메탈릭드라몬과 대화를 나눌 때 루체몬 라르바가 불청객처럼 끼어들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그림자를 거둬들였다.
 즉 사탄 모드+라르바에서 폴다운 모드로 돌아간 것이다. 날개 달린 애벌레에서 잘생긴 마왕으로 모습을 바꾼 루체몬은 남아있는 상처를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했다. 자동적으로 게헤나에서 나온 율릭은 「게이트 웨이」를 열어 파트너 디지몬 셋, 베르제브몬 블래스트 모드, 루체몬 폴다운 모드와 함께 미러 디멘션을 빠져나왔다.
 
“결심을 굳혔어?”
 
“그래. 너희를 도와주마.”
 
“정말 다행이군.”
 
“나와 싸우느냐고 지쳤을 테니 하루 정도는 쉬게 해주지.”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의논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못할 거 없지.”
 
 율릭의 말에 루체몬 폴다운 모드는 중요하다고 판단해 즉시 허락했다. 밀담을 나누기 위해 이번에는 루체몬 폴다운 모드가 앞장을 섰고 베르제브몬이 뒤를 따르며 밀실로 향했다. 율릭은 극체에서 성장기로 퇴화한 파트너 디지몬 셋을 데리고 7대 마왕 둘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후기]
2023년 3월 20일에 17화를 올리고 나서 한 달을 채우거나 넘기지 않도록 작성을 마쳤습니다.
이제는 어느 쪽으로 진행할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현생의 일도 있고 해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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