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관측자의 이야기 <완결> 34

관측자의 이야기 <4>

폐허가 된 유적.  잠재력을 각성하는 대가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기합을 내지른 뒤 기절했던 블랙길몬이 깨어났다. 어두운 하늘에 달과 별이 떠올랐고 맞은쪽에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율릭의 곁에 처음 보는 디지몬 둘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머리에 뿔이 나 있으며 귀가 땅에 닿을 만큼 길었고, 다른 하나는 기계로 이루어진 육체에 하늘색 발톱을 가졌다. 호메오스타시스가 선정한 파트너 디지몬임을 알아챈 블랙길몬은 짐승형 백신 디지몬인 테리어몬과 조룡형 데이터 디지몬인 쟈자몬과 인사를 나누었다.   “몸은 좀 어때?”   “아픈 데는 없어. 오히려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   “고문과도 같은 시술을 받았으니 오늘은 그냥 푹 쉬도록 해.”   “……알았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던..

관측자의 이야기 <3>

지난 이야기.  아카식 레코드의 선택을 받아 관측자로서 8000년 이상을 살아온 시파르 = 율릭 네이트 오언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디지털 월드로 이동했다.  디지털 월드에 도착한지 얼마 안 돼서 고부리몬, 샤마몬(원시고부리몬), 스노우고부리몬을 죽이고 그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던 블랙길몬을 확보했다.  고부리몬 셋이 근거지로 사용하던 오두막에서 블랙길몬과 대화를 나눠 파트너… 까지는 아니더라도 협력자의 관계를 맺었다.  하룻밤을 묵고 나서 폐허가 된 유적까지 걸어갔는데 그곳에 거주하고 있던 아이스몬 하나, 고츠몬(울퉁몬) 여덟과 싸웠다.  블랙길몬과의 협동, 그리고 가면라이더 조커라는 다른 차원의 힘을 사용해서 아홉 디지몬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무지개와 같이 여러 빛깔로 ..

관측자의 이야기 <2>

오두막.  흉포성에 몸을 맡기고 고부리몬 셋을 공격했다가 구타로 반격당하고, 갑자기 나타난 인간에게 달려들었다가 총격과 타격을 받아 기절했던 블랙길몬이 깨어났다. 천천히 일어나면서 사방을 살피던 블랙길몬은 그 인간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이는 15살쯤 되어 보이고, 검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고, 가녀리고 선이 고운 미소년이었다. 옷을 갈아입었는지 상의는 티셔츠이고 하의는 반바지이며, 신발과 양말은 벗어 놓은 소형 배낭 옆에 있어서 맨발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기는 보이지 않지만 블랙길몬은 그때처럼 소년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겉모습과는 달리 무시할 수 없는 강자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안녕.”   “……넌 도대체 뭐야?”   “본명은 시파르. 최근에 사용하는 가명..

관측자의 이야기 <1>

한 소년이 있었다.  기원전 6500년, 인류에게 있어서 아직 본격적인 문명이 출현하기 이전의 시대에 태어났다. 15살이 되었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친 벼락에 맞아 사경을 헤맸다.  오랜 시간 후에 간신히 깨어났지만 늙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실 우주와 인류의 모든 기록을 담은 초차원의 정보집합체인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에게 선택받은 것이었다.  평소에도 지혜롭다는 평을 받고 있는 소년은 아카식 레코드와 접촉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로 진화했다. 그래서 괴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 온 세상을 떠돌며 기록을 남기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는 이유를 대며 부족에서 나왔다.  출신지인 메소포타미아 + 긴밀하게 교류한 역사가 있는 이집트를 묶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