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관측자의 이야기 <완결> 34

관측자의 이야기 <14>

다크 에리어.  베르제브몬은 에너지 방벽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안에서 떠돌았다. 그러던 중에 율릭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재료로서 「게이트 웨이」를 만들어 그나마 오래 머무는 장소로 옮겨지게 되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싸움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을 상대했다.  파트너 디지몬 셋의 협동 공격에 베르제브몬은 블래스트 모드로 형태를 바꿔서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율릭이 직접 나서고, 세인트가르고몬과 메탈릭드라몬이 화력을 강화하고, 듀크몬이 부상을 입혀서 빠르게 제압할 수 있었다. X진화(제볼루션)를 하려고 했으나 율릭이 새로 만든 무기인 「지퍼스 크리퍼스」를 머리에 겨누고 협박하니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다.   “상처를 치료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은 동료가 아..

관측자의 이야기 <13>

리리스몬의 성채.  실력을 알아보고자 잠시 싸움을 벌인 율릭 + 파트너 디지몬 셋과 리리스몬은 현재 직사각형의 식탁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율릭과 리리스몬은 식용 도구를 사용하고, 블랙길몬은 손톱을 포크처럼 사용하고, 테리어몬은 양쪽 귀를 손처럼 사용하고, 쟈자몬은 부리로 쪼았다.  처음에는 대화 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식사를 마치고 식용 도구를 내려놓은 리리스몬은 싸움 이후에 생긴 의문을 해소하고자 율릭에게 질문을 했다.   “여러 번 결혼을 했고, 그 중에서 진정한 연인은 한 명이라고 했었지?”   “……알고 싶어?”   “당연하지.”   “……내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답을 듣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겠지. 어쩔 수 없군.”   “사실 우리도 궁금해.”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네.”..

관측자의 이야기 <12>

다크 에리어.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은 리리스몬 휘하 디지몬들의 안내를 받으며 우뚝 솟아 있는 성채에 도착했다. 수많은 시선이 율릭에게 집중되었으나 오랜 경험으로 익숙해졌으며 불완전판 라그나 블레이드를 사용해서 심신이 약해진 상태라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정문을 거쳐 접견실에 이르니 여성의 모습을 한 디지몬이 침대와 소파를 겸한 가구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었다. 요염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외모를 지녔고, 머리에 여러 개의 비녀를 좌우대칭으로 꽂고, 보라색 천을 소매와 치마로서 둘렀고,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오른손은 금색을 띠고 있었다.   “그래, 이익을 논하러 왔다고? 인의가 아니라?”   “나는 유학자가 아니라서 말이야. 리리스몬.”    속내를 떠보는 리리스몬과 매끄럽게 답한 율릭… 둘은 ..

관측자의 이야기 <11>

진화의 탑.  율릭은 금단의 마법이라고 일컬은 데들리 신(Deadly Sin)으로 바알 제불, 대지를 울리는 독의 가희를 소환하여 위그드라실_7D6과 천사형 디지몬들을 쓸어버리게 했다. 바깥이 정리되었으니 동행한 디지몬인 카오스듀크몬, 메탈릭드라몬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탑 안에서 성숙기, 완전체, 궁극체 디지몬을 모두 피신시킨 스미스와 세인트가르고몬은 율릭, 카오스듀크몬, 메탈릭드라몬을 맞이했다. 이리하여 아카식 레코드의 관측자, 호메오스타시스를 섬기는 자율 에이전트, 파트너 디지몬 셋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   “위그드라실은 본체가 무사하니 또 다른 화신체를 보내려 들 거야.”   “맞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   “쓰러뜨려봤자 힘만 소모될 뿐 이득이 없어.”   “호메오스타시스님이 계신..

관측자의 이야기 <10>

진화의 탑.  두 번째 대련은 래피드몬으로 초진화한 테리어몬이 세인트가르고몬으로 궁극진화하고 율릭이 다른 차원의 악마, 바알을 소환하여 개입한 것으로 라지엘몬에게서 승리를 거두었다.  다음 차례인 쟈자몬이 세인트가르고몬과 교체했고, 맞은편에서 대련 상대인 궁극체 디지몬이 나타났다. 거대한 용으로 현무암처럼 새까만 육체, 날카롭게 돋아난 새빨간 가시, 몸 곳곳에 뿜어져 나오는 불꽃, 십자가 형태의 무기가 달린 꼬리가 두드러져 보였다.   “공교롭게도 볼케닉드라몬을 상대하게 될 줄이야.”   “쟈자몬. 저 디지몬에 대해 아는 게 있어?”   “제 조상인 메탈릭드라몬과 대립되는 존재로, 마그마 속을 헤엄치는 용이라 불리고, 일설에 의하면 디지털 월드가 탄생했을 때부터 지하 깊은 곳의 세계를 지탱해 왔다고 합니..

관측자의 이야기 <9>

진화의 탑.  블랙메가로그라우몬으로 초진화한 블랙길몬은 카즈치몬과 대련을 하고 카오스듀크몬으로 궁극진화하여 무승부로 끝냈다.  다음 차례인 테리어몬이 카오스듀크몬과 교체했고, 맞은편에서 대련 상대인 궁극체 디지몬이 나타났다. 머리에 고양이 귀가 달린 천사로 황금색 갑옷을 입고 있으며 하얀색 털로 된 옷깃은 언뜻 보면 하트처럼 생겼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게 아닌가? 율릭과 파트너 디지몬 셋이 감정을 다스리는 동안 짐승계 천사 디지몬이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라지엘몬. 오파니몬과 동등한 지위에 있는 좌천사이며 천사 군단의 일원입니다.”   “천사 군단은 디지털 월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슬래시엔제몬(슬래시엔젤몬)이 이끄는 집단입니다.”   “아, 그렇군...

관측자의 이야기 <8>

진화의 탑.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 파트너 디지몬 셋은 대련을 통해 완전체로 진화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례차례 성장기로 퇴화했다. 「수호자 비샨티의 강력한 보호 주문」 덕분에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피로가 쌓이는 것은 막지 못하는지라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편 스스로 디지털 월드에 왔으며 청소년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8000년 이상을 살아와서 선택받은 아이라고 할 수 없는 율릭은 바닥에 앉아서 D-워치의 진화 시스템을 수정했다. 일일이 에너지를 전달하지 않아도 되자 D-워치를 벗어서 소형 배낭 옆에 놓아두었다.   “보안이 허술하지 않습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간단하지만 풀기 어려운 보호 마법을 걸어둔 데다가 따로 심어놓은 칼날이 튀어나와 손을 고깃덩어리로 만들 테니까.”   ..

관측자의 이야기 <7>

전 : 첫 번째 대련이며, 미노타르몬을 상대로 블랙길몬이 블랙그라우몬을 거쳐 블랙메가로그라우몬으로 진화했다.  중 : 두 번째 대련이며, 스콜피오몬(전갈몬)을 상대로 테리어몬이 가르고몬을 거쳐 래피드몬으로 진화했다.  후 : 세 번째 대련이되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쟈자몬이 새롭게 등장할 완전체 디지몬을 상대하기로 했다.  호메오스타시스의 자율 에이전트 중 하나인 스미스가 단말기를 작동해 대련의 흔적을 지웠다. 공간이 깔끔하게 정돈되자 성숙기로 진화할 예정인 쟈자몬의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면 용을 연상시키지만 썩은 나무가 겹쳐져 있어서 온몸이 여기저기 부식되어 있고, 머리털과 날개는 붉은색의 마른 잎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무껍질이 벗겨진 부위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

관측자의 이야기 <6>

호메오스타시스가 세운 탑.  첫 번째 대련은 블랙길몬이 블랙그라우몬으로 진화한 후 당연하게 고전을 겪다가 율릭의 도움을 받아 블랙메가로그라우몬으로 진화하고 나서야 역전할 수 있었다. 대련이 끝나면서 미노타르몬은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러 떠났고, 블랙메가로그라우몬은 아직 퇴화하지 않은 상태로 자리를 옮겼다.   “수고했어.”   “이 정도 가지고 뭘.”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그 전에 누가 나설지를 정해야지. 테리어몬, 쟈자몬, 어떻게 할래?”    블랙메가로그라우몬을 칭찬한 율릭은 스미스의 말을 듣고 바닥에 앉으면서 두 파트너 디지몬을 바라봤다.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눈빛, 미소가 모두 온유하여 테리어몬과 쟈자몬은 긴장을 풀고 입을 열어 말했다.   “내가 할게.”   “제가 하겠습니다.”  ..

관측자의 이야기 <5>

마을.  율릭과 블랙길몬에게는 사흘이고 테리어몬과 쟈자몬에게는 하루가 걸려 사람… 아니, 디지몬이 모여 사는 곳에 다다랐다. 팡그몬 넷과의 싸움 이후에 목적지까지 걸어가면서 적당히 힘을 소모했고, 파트너 디지몬들은 성숙기에서 성장기로 퇴화하여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고 있군.”   “다른 데로 갈까?”   “거기서도 똑같은 반응을 보일걸.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경험이 있는 거야?”   “8000여 년을 살아오면서 비슷한 일을 겪었었지.”    파트너 디지몬들과 대화를 나눈 율릭은 과거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종족의 차이로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외지인이라고 눈에 의심이나 멸시의 빛이 감돌았다. 심지어 마녀재판에 휘말려 온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