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스 그레모리와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다음 날. 나는 언제나 그렇듯 등교를 하고 있었다. 이 길은 좋아. 녹음이 우거지고, 공기와 정경을 청결하게 해주니까. 몰래 씨앗을 심어서 돌본 게 정답이었다. “꺄!” “응?”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와서 되돌아보니, 수녀 옷의 여성이 쓰러졌다. 이상하네. 여기는 뿌리라든가 높은 건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길이다. 그런데 왜 넘어지는 걸까? 그냥 넘어지고 있는 거라면 무시하고 지나가겠지만, 근처에 그녀의 짐 같은 것이 흩어져있다. 하나둘이 아니다. 그녀의 짐 거의 전부가 아닐까. 거기까지라면 역시 간과할 수 없으므로, 나는 같이 거들기로 했다. “꽤 화려하게 넘어졌네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아우... 어째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넘어질까요?”..